개미귀신, 무려 61분 동안 죽은 체 하기

포식자에 대항하는 놀라운 생존전략

많은 동물은 그들의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한다. 천적을 만나 죽을 위험에 빠진 몇몇 동물은 먹혀 죽을 것 같은 위험에 직면하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동물은 얼마나 오랫동안 죽은 것 같은 시늉을 하고 움직이지 않고 견딜까. 찰스 다윈은 23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는 딱정벌레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브리스톨 대학(University of Bristol) 연구팀은 놀랍게도 무려 61분 동안 죽은 척하는 개미귀신을 발견했다고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 저널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발표했다.

죽은 체 자빠져 있는 개미귀신 © Nigel R. Franks,

개미귀신은 흉포하기로 유명하다. 개미귀신은 모래에 구덩이를 파놓고 기다리다가 먹잇감이 들어오면 날카로운 아래턱뼈로 먹잇감을 찌른 뒤 소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개미귀신의 천적인 포식자에게 개미귀신은 그저 간단한 간식일 뿐이다. 개미귀신이 파 놓은 함정은 너무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어서오십시오 포식자님’하고 불러들이는 안내판 같을 것이다.

포식자가 들이닥치면 개미귀신은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보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 죽은체하는 수동적인 방법으로 공포의 포식자에게 대응한다. 그런데 죽은 체하는 시간이 수 초에서 무려 1시간이 넘을 정도로 글자 그대로 예측불허이다.

 

포식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죽은 체하기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생물학자인 나이젤 프랭크스(Nigel R Franks) – 아나 센도바 프랭크스(Ana Sendova-Franks) 부부는 30년 넘게 함께 곤충을 연구해왔다.

2016년, 개미귀신의 무게를 측정할 때였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이는 개미귀신을 재는 일이 악몽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개미귀신은 저울에 닿자마자 빠르게 얼어붙어 죽은체하는 것이었다. 시간을 재어보니 어떤 개미귀신은 무려 61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개미귀신이 사는 모래 구멍 © 위키피디아

다음 조사에서, 연구원들은 한 개체군의 모든 개미귀신이 죽은체하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같은 개미귀신이 두 번 검사된 경우에도 매우 가변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한 변덕은 생존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만약 개미귀신이 움직이지 않는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면, 포식자들은 “일부 패턴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하지만 만약 패턴이 없고 근처에 더 많은 먹잇감이 있다면, 포식자는 다른 먹잇감으로 이동할지 모른다. 죽은 체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죽느냐 사느냐를 가름하는 치명적인 숨바꼭질 게임과 유사하다.

이 연구는 단순히 먹잇감인 동물이 얼마나 오랫동안 죽은 척하면서 포식자의 눈을 피해가는지 평면적으로만 관찰한 것이 아니다. 작은 규모의 먹잇감 집단을 습격한 포식자의 관점에서 죽고 사는 게임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포식자는 먹잇감이 여러 마리가 있어도 허기만 해결하면 다른 먹잇감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먹잇감의 입장에서는 죽은 척하는 시간이 무조건 길 필요는 없다. 누군가 다른 먹잇감이 희생된다면, 굳이 포식자는 다른 먹잇감을 찾지 않는다. 포식자가 배고프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죽은 척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

 

죽은 체하면 생존율 20% 늘어

과학자들은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해서, 죽은 척 하는 시간의 최적화를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고전적인 최적화 모델인 ‘임계치 정리’(marginal value theorem)를 활용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똑같이 부드러운 과일 덤불로 가득한 정원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첫 번째 덤불로 간다. 처음에는 과일을 따 먹는 것이 빠르고 쉽지만, 덤불을 제거할수록 과일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개미귀신의 아래턱뼈 © 위키피디아

그러다가 어떤 단계가 되면, 다른 숲으로 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람은 욕심이 생겨서 가능한 한 빨리 많은 과일을 먹고 싶어 한다. 임계치 정리는 각 덤불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려준다.

논문의 주저자인 나이젤 프랭크스 교수는 “우리는 이 접근 방식을 통해 개미귀신 구덩이를 찾아다니는 작은 새를 생각했다. 죽은 체하는 개미귀신은 작은 새가 시간을 허비하도록 유도해서 죽고 사는 게임을 크게 변화시킨다. 개미귀신은 포식자가 다른 곳을 찾도록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후, 연구원들은 ‘죽은 체하기’가 개미귀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죽은 체하면 생존율을 약 20% 증가한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460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1년 March 17일11:13 pm

    동물의 행동을 연구해서 패턴을 밝혀 내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지 책을 더 찾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