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험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동물들이 추론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인간지성의 탐구’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동물들이 과거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향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추론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늙은 동물들이 어린 동물보다 훨씬 노련하다는 점, 사냥을 한다든가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명백하게 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론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들이다.
4일 인터넷 강연 사이트 ‘빅싱크닷컴(bigthink.com)’에 따르면 최근 한 국제연구팀이 뇌과학을 통해 동물들의 지적 능력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 대상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잡식성 육식류 포유류 동물들이다.
뇌과학자들이 개와 고양이, 담비, 몽구스, 너구리,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을 대상으로 뇌세포를 분석한 결과 개의 뇌세포가 5억3000만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뇌세포수는 지능 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Wikipedia
동물 지능 뇌 크기에 비례하지 않아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들 육식류 동물들이 먹이가 되고 있는 초식성 동물들보다 지능 면에서 한수 위에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육식성 동물의 지적 능력 우위론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밝혀졌다.
잡식성 육식류 포유류 동물의 뇌피질 신경세포의 수가 초식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초식동물들 역시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난 지적 능력이 필요했고 공격자들에 맞서는 지적 능력을 발전시켜왔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동물 지능이 뇌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동물들의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체중과 뇌중량과의 관계지수인 ‘대뇌화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와 고양이, 담비, 몽구스, 너구리,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을 대상으로 대뇌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회백질을 대상으로 뇌세포 수를 측정한 결과 개, 고양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뇌세포 수가 사자, 불곰처럼 큰 뇌를 가진 동물들보다 더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뇌과학자 허큘라노 호젤(Herculano-Houzel) 교수는 “부드럽고 화려한 황금색 털처럼 밝은 성격의 개, 골든 리트리버는 하이에나, 사자, 불곰보다 적은 뇌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세포 수와 지적 능력은 하이에나, 사지, 불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수는 또 “불곰과 비교해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뇌를 갖고 있는 고양이 역시 불곰과 유사한 뇌세포를 갖고 있었고, 지능은 오히려 더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는 뇌의 크기가 뇌세포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뇌는 작았지만 뇌세포 수는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 다른 육식성 동물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뇌세포 수가 맹수들에 비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의 뇌세포 수 5억여 개로 가장 많아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로 키우는 개와 고양이 지능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고양이의 뇌세포는 약 3억 개로 개의 1억6000만개보다 1억4000만개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개의 경우 5억3000만개의 뇌세포를 갖고 있었다. 이는 고양이의 뇌세포보다 더 많고, 하이에나, 사자, 불곰, 담비, 몽구스, 너구리 등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많은 것이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간은 약 160억 개의 뇌세포를 갖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개의 뇌세포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은 개의 지적 능력이 고양이는 물론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 다른 육식류 동물들을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젤 교수는 “특히 개의 경우 고양이와 비교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훨씬 뛰어난 지적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반면 뇌 크기가 큰 사자, 불곰 같은 맹수들은 큰 뇌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포식자들은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 육식을 통해 그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자, 불곰, 하이에나와 같은 맹수류가 잠이 많은 것은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호젤 교수에 따르면 뇌는 신체 기간 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기관이다. 뇌세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맹수들은 스스로 뇌 성장을 억제해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육식류 동물들이 사람에 의해 길들여질 경우 뇌세포 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너구리다. 고양이 정도 크기의 매우 작은 뇌를 갖고 있지만 지적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는 “길들여진 너구리의 경우 야생 너구리의 뇌세포보다 오히려 더 많은 뇌세포를 지니고 있었다.”며, 사람들과 살면서 뇌세포 크기는 줄어들지만 뇌세포 수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그동안 과학자들이 동물 지능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양한 동물들이 자신의 생육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 능력을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호젤 교수는 뇌세포 차원에서 향후 연구를 통해 “동물 뇌세포 간의 이런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또한 전체 동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상세한 내용들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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