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값싸고 손쉽게 조립하는 ‘임시 주택’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10) ‘블록프레스’와 ‘빌리지쉘터’

저소득 국가 주민들이 의식주 문제로 겪는 불편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탁을 제때 하지 못하다 보니 깨끗한 옷을 입기 어렵고, 음식을 보관할 냉장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먹지 못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의(衣)와 식(食)에 관련된 문제인데, 여기에 주(住)와 관련된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저소득 국가 주민들은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다.

저소득 국가 주민들은 흙으로 집을 짓는 전통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 cooperhewitt.org

저소득 국가 주민들은 흙으로 집을 짓는 전통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 cooperhewitt.org

주거와 관련된 문제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집을 지을만한 소재와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기후와 관련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집을 짓는다 하더라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자주 파손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소득 국가 주민들을 위한 주거 환경 개선용 건축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벽돌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도구인 ‘블록프레스’와 텐트처럼 빠르게 주거시설을 만들 수 있는 ‘빌리지쉘터’다.

흙 벽돌을 만드는 장치로 주민 안전에 기여

저소득 국가들이 몰려있는 아프리카의 주민들은 집을 지을 때 흙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돌로 만든 벽돌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가 약해서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무너진다는 점이다.

특히 우기와 건기가 대부분인 아프리카 지역에서 우기에 내리는 집중호우는 거의 살인적이라 할 만큼 양이 많다. 연 강수량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우기에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흙으로 지은 집은 이 기간 중 거의 무너져 내리게 된다.

이처럼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도,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은 흙으로 집을 짓는 작업을 쉽게 멈추지 못한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돌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사용하기에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블록프레스(Block Press)’는 바로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개발한 흙 벽돌 제작 기구다. 흙으로 만든 벽돌은 돌 벽돌이나 콘크리트 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그냥 흙을 사용하여 집을 짓는 것보다는 훨씬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벽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벽돌 제조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기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liberator123

벽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벽돌 제조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기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liberator123

블록프레스의 가장 큰 장점은 돌 벽돌이나 콘크리트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흙 벽돌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프레스의 압력에 따라 벽돌의 크기와 강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지형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맞춤식 벽돌 제작이 가능하다.

흙 벽돌 제작을 위해서는 망사를 이용하여 확보한 고운 입자의 흙과 약간의 시멘트, 그리고 블록프레스만 있으면 된다. 시멘트와 흙을 일정한 비율로 섞은 후, 블록프레스의 틀에 넣어 압축시킨다. 이후 10일 가량을 건조하면 단단한 흙 벽돌이 완성된다.

이에 대해 블록프레스를 개발한 킥스타트(Kick Start)의 관계자는 “작업자가 5~6명 정도만 있어도 하루에 400~800개 정도의 벽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이라고 밝히며 “여기에다 건조공정까지 덧붙이면 웬만한 돌 벽돌보다도 훨씬 강도가 높은 고밀도 흙 벽돌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블록프레스의 효과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콩고와 케냐, 그리고 말라위,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등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이 대거 블록프레스를 구매했다. 이들 국가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한 건축회사들까지 블록프레스 구매 행렬에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약 2200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프레스가 일으킨 변화는 단지 튼튼한 벽돌 제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주거지를 마련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고, 블록프레스 제작을 전담하는 일자리도 창출되었다. 이 밖에 집을 짓기 위해 흙과 함께 사용되었던 나무의 사용이 필요 없게 되면서, 삼림까지 보호하는 등 일거 양득의 효과까지 거두게 되었다.

저렴하고 설치도 쉬운 임시 주택 제작

킥스타트가 적정기술을 통해 건축 소재를 만드는 기계장치를 개발했다면, 페라라(Ferrara)는 한 채에 50만 원도 안 되는 값싼 임시 주택을 적정기술로 제작하여 공급하는 디자인 회사다.

‘글로벌 빌리지쉘터(Global Village Shelter)’라는 이름의 이 임시 주택은 부부 디자이너인 ‘대니얼 페라라(Daniel Ferrara)’와 ‘미아 페라라(Mia Ferrara)’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당초에는 레저용으로 임시 주택을 만들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한 곳에 보급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빌리지쉘터는 한 채에 50만 원 정도 하는 임시 주택이지만,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튼튼하고 조립도 손쉬운 편이다. 재난 현장에 보급된 임시 주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이다. 도호쿠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재민들의 거처가 필요했는데, 당시 임시주택 비용이 한 채 당 무려 670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립 후 20분만에 완성된 임시 주택 빌리지쉘터 Ⓒ Inhabitat

조립 후 20분만에 완성된 임시 주택 빌리지쉘터 Ⓒ Inhabitat

빌리지쉘터처럼 저렴한 임시 주택 제작이 가능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페라라 CEO는 “재활용 골판지를 이용하여 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다만 방수 적층 골판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더위와 추위를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고, 사용 기간도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페라라 CEO의 설명에 의하면 빌리지셸터는 조립 과정에 있어 도구 및 기타 자재가 필요하지 않아 설치가 빠르고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인 기준으로 6㎡ 설치 시에는 약 15~20분 정도가 소요되고 21㎡ 설치 시에는 40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빠르고 쉽게 설치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페라라 CEO는 “소재와 부품들 대부분이 사전제작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임시 주거지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크게 지으면 진료소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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