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는 이유?

[만화로 푸는 과학 궁금증]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계

생명체들은 그들을 먹으려는 다른 생명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맨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생물의 공격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진화를 통해 미생물의 공격에 맞선 방어 체계를 몸속에 구축하였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몸에는 복잡한 방어 시스템이 있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고 있는데, 이것을 면역 체계라고 한다.

외부 침입자를 막으려는 호흡기의 방어 작용

감기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나온 비말 속에 섞여 공기 중으로 나온다. 이 비말을 접촉한 사람의 입이나 코를 통해 감기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이물질을 막기 위해 우리가 숨을 쉬는 코 안에는 수많은 털이 있다. 이 털들이 공기 중의 이물질을 일차로 걸러준다. 하지만 크기가 매우 작은 감기 바이러스는 이 관문을 쉽게 통과할 뿐만 아니라 입을 통해서는 바로 목구멍의 점막으로 향할 수 있다.

감기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나온 비말을 통해 전염된다. ⓒ 윤상석

코 안이나 목구멍의 점막에는 끈끈한 점액이 덮여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이 점액에 달라붙어 점막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점액에는 살균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그런데 주변이 건조해서 점액이 말라버리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점막 안으로 쉽게 침입할 수 있다. 그래서 감기가 유행하는 겨울에는 물을 자주 마시고 가습기를 틀어 호흡기 안을 습하게 만들어야 한다.

선천 면역계와 염증 반응

감기 바이러스가 코 안이나 목구멍의 점막 내부로 침입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인간 면역계와 싸워야 한다.

점막 내부에는 림프 여포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많은 백혈구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와 수지상 세포 등이 감기 바이러스를 잡아먹는다. 이물질을 잡아먹은 수지상 세포는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에 정보를 전달하여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T세포는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신호 전달 물질을 분비해 B세포와 대식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러한 면역 시스템을 선천 면역계라 한다. 선천 면역계는 외부에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같은 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그 종류와 상관없이 바로 작동한다.

T세포에 의해 활성화된 대식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근처의 혈관을 확장시켜고 혈류를 증가시킨다. 그러면 그 조직은 빨갛게 붓고 열이 나는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혈관이 확장하고 혈류량이 증가하면 혈액 속에 있는 물질이 혈관벽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따라서 혈액 속에 있는 각종 면역세포와 살균 작용을 하는 단백질들이 혈관벽을 빠져나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침투한 조직으로 신속하게 모일 수 있다. 또한, 사이토카인은 혈류를 타고 이동하면서 뇌에도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 뇌의 체온 중추가 체온을 올린다. 바이러스는 37도 이상에서는 증식이 멈추기 때문에 체온을 올리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사이토카인의 신호를 받은 점액샘에서는 점액의 양을 늘려 점막 내부로 침입하려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막는다.

이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콧물을 흘리게 된다. 코안의 점막은 자극을 받으면 자극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밖으로 내보려는 경련성 반사 운동을 일으킨다. 많아진 콧물도 점막에 자극이 되어 반사 운동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재채기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몸에 열이 나고 콧물을 흘리는 것은 바이러스를 물리치려는 면역계의 활동 때문이다.  ⓒ윤상석

한편, 면역력이 높은 젊은 층에서는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온몸에 대규모의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면역 과잉반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하는데, 42도의 고열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단기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20세기 초반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희생자의 70% 이상이 25~35세의 젊은 층이었다.

획득 면역계와 백신

선천 면역계에서 활성화된 T세포는 대식세포와 함께 B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활성화된 B세포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이물질인 ‘항원’으로 인식하고 이물질의 외부에 부착되도록 설계된 작은 단백질인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화학 물질, 꽃가루, 암세포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일부 물질조차도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되었다. B세포에서 만들어진 항체는 감기 바이러스에 부착되는데, 이렇게 항체가 부착된 바이러스는 이동이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백혈구가 쉽게 찾아내어 잡아먹을 수 있다. 이러한 항체를 이용한 면역계를 획득 면역계라고 한다.

획득 면역은 선천 면역보다 느리게 반응하지만, 한번 걸렸던 질병을 기억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 질병을 다시 걸리지 않거나 걸린다고 해도 비교적 가벼운 증상만 나타난다. 이것은 획득 면역을 일으키는 T세포와 B세포의 일부가 다음의 적 침입을 대비해 ‘기억 세포’로 오랫동안 몸속에 살아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용한 질병 예방법이 바로 백신이다.

백신은 획득 면역계가 항원으로 인식만 할 뿐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든 병원체이다. 백신을 우리 몸에 투여하면, 획득 면역계는 그 병원체가 일으키는 질병에 대한 증상 없이도 그 병원체에 맞는 항체를 만들고 기억 세포를 남긴다. 그러면 그 병원체가 온전한 상태로 우리 몸에 침입한다 해도 이 기억 세포가 재빨리 반응하여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그 병원체를 감염 초기에 방어할 수 있다.

획득 면역을 일으키는 T세포와 B세포의 일부가 ‘기억 세포’로 오랫동안 몸속에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한번 걸렸던 질병을 기억하고 그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다시 몸에 침입하면 재빨리 반응하여 항체를 만든다. ⓒ윤상석

그런데 왜 감기 백신은 개발되지 못하고 독감 백신은 왜 매년 맞아야 할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쉽게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백신 개발이 어렵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에 매년 유행하는 독감의 종류가 다르다. 그래서 그해 겨울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해 매년 미리 백신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접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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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8월 1일9:25 오전

    감기에 걸려 콕물이 나도 아무 생각을 안하는데 이기사르 읽으니 면역체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고열로 장기손상이 올수 있다고 하는데 모두 예방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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