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갈라파고스, 바닷새 부비 줄어든다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지구온난화로 먹잇감 정어리 사라져

바닷새들이 하늘을 날다 쏜살같이 바다로 곤두박질하여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다큐멘터리 장면이 떠오른다. 재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는 바닷새들의 사냥술은 놀랍기만 하다. 이런 사냥꾼들의 앞날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바닷물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 다음 세기 안에 갈라파고스제도 주변에서 바닷새의 주요 먹잇감인 정어리 떼가 사라질 전망이다. 모든 해양생물이 그렇듯이, 정어리도 수온이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버리면 견딜 수 없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대학교(Wake Forest University) 생물학자들은 30여년에 걸친 나스카부비(Nazca booby 학명 Sula granti)의 생태 자료를 분석하여 앞으로 정어리가 없어지면 나스카부비들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였다.

얼간이새 부비    

나스카부비는 얼굴에 검은 가면을 쓴 듯 보이고, 노란색 주둥이와 회색 발을 가진 부비 종류이다. 부비는 우리말로 얼간이새라 한다. 덩치가 큰 새로 하늘을 날 때는 우아해 보이지만, 땅에 내려앉을 때는 큰 몸집 때문에 착지 동작이 영 서툴다. 이 모습 때문에 얼간이새란 그다지 명예롭지 못한 이름이 붙었다. 영어로 부비도 역시 얼간이란 뜻이다. 어원은 스페인 속어로 멍청하다는 뜻의 보보(bobo)에서 온 것으로 추정한다. 부비에는 나스카부비를 비롯하여 갈색부비, 가면부비, 빨간발부비, 푸른발부비, 페루부비 등이 있다.

갈색 부비 ⓒ 김웅서

갈색 부비 ⓒ 김웅서

지구온난화로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온대나 한대 바다에서는 생물 개체군 변화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원래 더운 열대 바다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연구 결과가 별로 없다. 열대 바다에 사는 나스카부비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상황에서 열대 바다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어갈지 예측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정어리 대신 날치 먹자 번식률 떨어져

연구팀은 갈라파고스제도에 속하는 에스파뇰라 섬에서 30년 이상 계속하여 나스카부비의 먹이생물, 번식과 생존율 등을 연구해왔다. 1983년부터 1997년까지는 영양가 높은 정어리가 부비의 먹잇감이었다. 그러나 1997년부터 현재까지 정어리가 줄어들어 날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부비가 날치를 잡아먹기 시작하자 번식률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숫자가 점점 줄기 시작하였다.

물위를 날 수 있는 날치는 정어리보다 잡기가 어려워 먹이 사냥 성공률이 낮다. 먹이 잡는데 에너지는 많이 쓰지만 잡기는 더 어렵다는 말이다. 게다가 기름이 많은 정어리에 비해 날치는 먹잇감으로 영양 가치도 떨어진다. 차선책으로 날치를 잡아먹지만 정어리와는 견줄 바가 아니다. 그러니 번식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수온이 계속 올라갈 전망이라 부비의 숫자가 늘어날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2017년 8월 25일자 사이언스 데일리가 보도하였다. 연구는 비록 열대 바다에 사는 나스카부비 한 종에 국한되었지만, 다른 포식자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어리는 우리 인류에게도 중요한 수산자원이다, 그러나 정어리가 줄어들면서 세계 곳곳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경상북도 울진에 정어리기름공장이 세워졌다. 그렇지만 1945년을 전후하여 정어리가 자취를 감추었다. 자연히 공장도 문을 닫았다. 미국 서해안의 몬터레이만에도 1916년 대규모 정어리통조림 공장이 세워졌으나 정어리가 줄자 1973년 문을 닫고 공장을 개조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몬터레이베이수족관으로 탈바꿈하였다.

갈라파고스제도는 잘 알다시피 다윈 진화론의 발생지이다. 이곳에서도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서서히 바뀌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이 바뀌면 생물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게 마련이다. 부비의 앞날도 진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까? 부비는 날치를 좀 더 잘 잡게 되겠지만, 부족한 영양분은 무엇으로 보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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