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가죽 손질 도구가 네안데르탈인의 유산?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41)

강인한 신체와 나름 높은 지능을 지녔던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은 약 2~3만 년 전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만 생존에 성공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아가게 되었다. 네안데르탈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신체적으로 더 튼튼했지만, 도리어 이 점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즉 근육질의 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량을 더 필요로 했고,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많이 먹어야만 했다. 기후의 변화 등으로 사냥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한 튼튼한 몸을 믿고 늘 위험한 근거리 사냥을 했기 때문에, 부상과 골절 등으로 인한 사망 확률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멸종이 촉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일찍이 네안데르탈인이 만들었던 가죽손질도구 리수아 ⓒ Rama

일찍이 네안데르탈인이 만들었던 가죽 손질 도구 리수아 ⓒ Rama

네안데르탈인 역시 석기를 비롯한 여러 도구를 사용하였는데, 그들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 중에 가죽을 손질하는 도구가 있었다.

프랑스어로 리수아(Lissoir)라고 불리는 이 도구는 오늘날 세계 유명 브랜드의 장인들도 핸드백 등의 제품을 만들 때 가죽의 표면을 매끄럽게 펴서 내구성과 유연성 등을 높이기 위하여 사용하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동물의 뼈 등으로 만든 이 놀라운 발명품이 현대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네안데르탈인은 제작 과정이 복잡한 도구는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에 크게 기여한 중요한 발명품으로는 원거리 사냥을 가능하게 만든 투창기 아틀라틀(Atlatl)과 더불어 ‘바늘’을 꼽을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중요 발명품 중 하나인 뼈로 만든 바늘 ⓒ Vassil

호모 사피엔스의 중요 발명품 중 하나인 뼈로 만든 바늘 ⓒ Vassil

동물의 뼈를 뾰족하게 갈아 구멍을 뚫어서 만든 바늘의 사용 여부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을 가른 요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제아무리 강인한 몸으로 추위에 적응이 된 네안데르탈인이라 할지라도, 바늘과 실 작업 없이 동물 가죽을 걸치는 것만으로는 플라이스토세 말 간빙기와 빙하기가 교차하면서 찾아온 극심한 추위 등의 기후 변화를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는 발명한 바늘로 동물 가죽옷을 촘촘히 기워 입어서 추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시베리아 북부지역인 러시아의 사하공화국에서는 약 3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매머드를 사냥하면서 살았던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오늘날에도 한겨울에는 영화 60도까지 떨어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서, 당시에는 더욱 추웠을 것이다. 당연히 네안데르탈인들은 도저히 살 수가 없는 곳인데, 호모 사피엔스는 이처럼 극한의 지역까지 진출했던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급작스런 추위 등의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 위키미디어

네안데르탈인은 급작스러운 추위 등의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 위키미디어

네안데르탈인은 그동안 현생 인류처럼 상징을 해석하는 능력이나 고도의 예술적 능력 등은 없었을 것이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예술작품 등이 속속 발견되어 학계에 큰 놀라움을 안겨 주면서 논란이 되어 왔다. 2015년 스페인 북부의 동굴에서 발견된 독수리의 발톱은 약 3만 9000 년 전의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목걸이 장식으로 밝혀졌다.

2018년 초에는 스페인의 동굴 여러 곳에서 발견된 벽화의 연대를 측정할 결과, 일부가 최소 6만 4000 년 전에 그려졌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밝혀져 2018년 2월 저명 저널인 ‘사이언스’의 표지에도 실린 바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 지역에 진출한 것이 일러봐야 4만 년 전 정도로 추정되므로, 그 시기에 벽화를 그린 주인공은 네안데르탈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인근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 등의 직접적인 증거가 발견된 적이 없고, 또한 설사 그 벽화가 네안데르탈인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간단한 기호에 가까운 그림의 성격상 그것이 고도의 상징 능력 등 예술가적 자질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 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비록 멸종했지만 이들의 유산은 일부 도구나 매장의 풍습, 예술작품 등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현생 인류의 몸속에도 남아있다. 즉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지도를 현대인들과 비교해 본 결과,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약 2% 이상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다만 사하라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거의 없었다.

이는 일찍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들은 유럽과 서아시아에 이미 살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과도 교배를 하면서 세계 각지로 퍼져 나아간 반면에, 처음부터 계속 아프리카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치거나 섞일 일이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유럽인 등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럽의 특정 질병에 대한 유전자 및 고위도 적응 유전자 등을 물려받아,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을 지속해 나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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