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했던 직업은 ‘로마 황제’?

60% 이상이 암살, 자살, 전투 중 사망

대제국인 로마를 다스렸던 황제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지상의 지배자들이었다. 이들의 사치와 방탕, 잔인함은 지금까지도 여러 문화 매체를 통해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권력을 가졌던 만큼 그 자리를 온전히 유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에 종사했던 이들이었다.

‘네이처’ 계열 오픈 액세스 저널인 ‘팰그레이브 커뮤니케이션(Palgrave Communications)’ 23일 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논문명 ‘Statistical reliability analysis for a most dangerous occupation: Roman emperor’)에 따르면, 로마 황제들은 통치 첫해에 폭력적인 죽음의 위험에 직면할 위험이 높았고, 이 위험은 이후 7년 동안 서서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저자인 미국 조지아공대(GIT) 우주과학 기술자인 조지프 살레(Joseph Saleh) 박사는 로마 황제들의 재위 초기부터 사망 때까지의 기간을 통계적으로 모델링 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학제간 연구의 신뢰성 공학에서 나타나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라는 것이다.

기원 전 27년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받은 최초의 로마 황제 갈리우스 율리우스 케사르 옥타비아누스. 그의 황제 등극으로 로마의 공화정이 종말을 고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시작됐다. 바티칸 박물관 소장.  Credit: Wikimedia

기원전 27년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받은 최초의 로마 황제 갈리우스 율리우스 케사르 옥타비아누스. 그의 황제 등극으로 로마의 공화정이 종말을 고하고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시작됐다. 바티칸 박물관 소장. ⓒ Wikimedia

공학적 부품 고장과 황제들 사망 패턴 유사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통일 로마제국의 통치자 69명 중 43명(62%)이 암살과 자살 또는 전투 중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역사적 해석은 일반적으로 이런 각각의 죽음을 충성이나 부와 같은 개별 기여 요소와 함께 단일한 무작위적인 사건으로 고찰한다.

각 황제들의 재위 기간이 사망하기 전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에 대해 어떤 공통적이고 근본적인 패턴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

살레 박사는 공학에서 부품의 신뢰성을 테스트하는데 자주 쓰이는 통계적 방법을 적용해, 로마 황제들의 통치 시작과 그 이후 사망 사이의 전형적인 기간을 모델링 했다.

그 결과 공학에서의 무작위적인 부품 고장과 황제들의 무작위 사망 사이에 유사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살레 박사는 “공학에서 구성요소나 과정의 신뢰성은 주어진 시간에 계속 작동할 확률로 정의된다”고 말하고, “부품이나 과정이 실패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파단 시간(time-to-failure, 고장시간, 수명)이라고 부르며, 이는 로마 황제들이 폭력으로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time-to-violent-death)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모친과 아내 살해, 그리스도교도 탄압으로 유명한 네로 황제의 두상. 정치적 문란과 내전 빈발 등으로 원로원으로부터 ‘국가의 적’이라는 선고를 받고 피신했다 재위 14년 만에 자살했다.  Credit: Joseph Saleh,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모친과 아내 살해, 그리스도교도 탄압으로 유명한 네로 황제의 두상. 정치적 문란과 내전 빈발 등으로 원로원으로부터 ‘국가의 적’이라는 선고를 받고 피신했다 재위 14년 만에 자살했다. ⓒ Joseph Saleh,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부품 고장 나듯, 12년 통치 후 ‘위험’ 증가

살레 박사는 로마 황제들이 재위 첫해에 폭력적인 죽음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공학적 부품들이 초기에 고장 날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패턴이다.

공학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종종 의도한 대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제의 경우에는 그 역할에 부여되는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황제의 사망 위험은 재위 8년 차까지는 안정화되었으나, 12년간의 통치 이후에는 다시 증가했다. 이것은 공학 부품들이 시간이 지나 피로와 부식, 마모로 인해 고장 나는 것과 같은 패턴이었다.

데이터의 점들을 도표로 정렬했을 때 로마 황제들의 실패율은 욕조와 같은 곡선을 그렸다. 이는 기계와 전기 부품들에서 폭넓게 볼 수 있는 모델과 같았다.

살레 박사는 “4세기 동안의 엄청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예외적이고 위험한 로마 황제의 폭력적인 죽음이 그냥 무작위적인 과정으로 보였으나, 여기에 공학에서 널리 쓰이는 통계 모델로 포착할 수 있는 체계적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사건들은 개별적으로 무작위적인 사건으로 보이나, 통계 모델을 적용한 결과는 황제들이 사망할 때까지의 각 통치 기간을 지배하는 기저의 과정이 존재함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살레 박사는 황제들의 자료를 로마 황제에 대한 검증된 온라인 백과사전인 ‘로마 황제(De Imperatoribus Romanis)’에서 얻었다. 그는 고대사의 자료가 종종 일치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이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살레 박사는 후속 연구를 통해 황제들이 왜 반복적으로 폭력적인 종말을 맞았는지 그리고 다른 역사적 사건들도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분석될 수 있는지를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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