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 년 전의 은하 HD1, 태초의 별의 요람? 혹은 무덤?
새로 발견된 은하 HD1이 이제껏 이론상 예측할 뿐 실제로 관측된 적 없는 ‘우주 최초의 별’을 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 천문학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ESO Supernova
허블망원경의 ‘가장 오래된 단일 별’ 신기록 경신, ‘에렌델’의 발견 소식에 이어 ‘가장 오래된 은하’ 발견 또한 신기록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HD1’이라 이름 붙은 이 은하는 135억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며, 이전까지의 최고 기록인 GN-z11보다 1억 년가량 앞선 기록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와 도쿄대학을 포함한 국제연구팀은 발견 소식과 연구내용을 4월 7일 자 천체물리학 저널과 ‘왕립천문학회 월간 회보’에 게재했다.
태초의 시작인 ‘빅뱅’ 이후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머나먼 천체에서 오는 빛 또한 공간의 팽창과 함께 ‘늘어지게’ 된다.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길어지는) 것이다. 빛은 파장이 짧을수록 푸른 쪽에 가깝고 길수록 붉은 쪽에 가깝다. 천체에서 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져서 ‘붉어지는’ 것을 ‘적색편이’ 또는 ‘적색이동’이라고 한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주공간을 넘어 도달하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것을 설명한 모식도이다. ©NASA, ESA
더 오랫동안 공간의 팽창을 겪은 빛일수록 ‘파장의 늘어짐’과 빛의 ‘붉어짐’을 더욱 극심하게 겪는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기에, 더 오래된 빛일수록 더 멀리 떨어진 천체에서 온 빛이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지구에 도달한 천체의 빛이 원래의 상태보다 얼마만큼 ‘붉어졌는지’를 측정함으로써, 해당 천체가 얼마나 오래 전의 빛인지, 얼마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빛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HD1의 발견 역시 유독 강한 ‘붉어짐’을 보이는 천체를, 즉 유독 오래전의 빛을 보내오는 천체를 추려내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HD1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만큼 붉어졌는지를 계산해 약 135억 년 전의 빛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우주의 나이가 2%가량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빛이란 의미다. 여기에 일정한 빛의 속도와 알려진 우주팽창속도를 고려하여, HD1이 지구로부터 무려 334억 광년 거리만큼 떨어져있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새로 발견된 HD1은 태초의 별들이 베이비붐을 일으키고 있는 탄생의 장일수도, 죽은 별의 잔해인 거대블랙홀을 품고 주위를 빨아들이는 죽음의 장일수도 있다. ©GettyImagesBank, 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NOIRLab, P.Narenfeld)
처음에 연구팀은 HD1이 별들이 탄생하는 요람, ‘별탄생은하’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HD1의 극도로 밝은 자외선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HD1이 별탄생은하라면 무려 매년 100개 이상의 별이 태어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폭발적으로 별이 탄생하는 은하들의 수치를 고려해도 최소 10배 이상은 높은 수치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가설을 수립했다.
하나는 HD1에서 탄생하는 별들이 평범한 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천문학에서 별들의 종류는 크게 젊은 별인 종족Ⅰ과 나이 든 별인 종족Ⅱ로 분류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론상으로는 예측하지만 이제껏 관측된 적이 없어 마치 전설과도 같은 우주 태초의 별, 종족Ⅲ 별이 있다. 종족Ⅲ별은 아직 중원소가 만들어지기 전 1세대의 별이라 수소와 헬륨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의 별들보다 훨씬 무겁고 밝으며 뜨거울 것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더 많은 자외선을 방출하는 별이기에 HD1의 극도로 밝은 자외선도 설명할 수 있다.
HD1의 지나치게 밝은 밝기를 설명하기 위한 다른 가설로는, HD1이 태양 1억 개 무게의 초거대질량블랙홀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중력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전환돼 굉장히 밝은 빛을 내는데 HD1이 바로 그런 천체(퀘이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거대 은하는 중심에 초거대질량블랙홀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블랙홀들의 형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HD1이 품고 있는 블랙홀을 원동력으로 밝게 빛을 내는 천체라면, 빅뱅 이후 3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초창기 우주에 어떻게 그런 초거대질량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기존에 발견된 가장 먼 은하와 새롭게 발견된 HD1을 우주 역사에 표기한 모식도이다. © Harikane et al., NASA
HD1의 정체가 두 가설 중 어느 쪽으로 확인되든, 태초의 별을 최초로 관측한 기록을 세우게 되거나, 혹은 가장 오래된 태초의 초거대질량블랙홀을 발견한 기록을 세우는 것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태초의 별과 태초의 은하를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새로 발견된 HD1의 연대로 추정되는 135억 년 전은 우주 전체가 어두컴컴한 암흑의 시대에서 첫 여명이 움트는, 우주 역사상 중요한 시기이다. 밝게 빛나기 시작한 HD1이 어두운 우주의 첫 새벽을 밝혔듯 초기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에 빛을 비춰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70만 개의 천체 중에서 찾아낸 HD1의 모습을 확대한 사진이다. 가장 멀고 오래된 은하 후보답게 극도로 붉은 이미지이다. ©Harikane et al. (Astrophysical Journal)
HD1의 발견은 4개의 고성능 망원경으로 70만 개의 별을 1,200시간 동안 관측해 얻은 쾌거이다. 구경(크기) 8.3m인 스바루 망원경, 4.1m인 VIST 망원경, 3.8m인 영국 적외선 망원경, 0.85m인 스피처 우주망원경이 활용됐다. 이어 아타카마 대형 간섭계(ALMA)로 후속 관측을 하여 HD1이 가장 멀고 오래된 은하의 신기록을 세울 것임을 다시 한번 검증하였다.
HD1 관측에 사용된 망원경들의 사진이다. 왼쪽부터 스바루 망원경(8.3m), VISTA 망원경(4.1m), 영국 적외선 망원경(3.8m), 스피처 우주 망원경(0.85m), 아타카마 대형 간섭계 ©wikimedia
연구팀의 파비오 파쿠치 연구원은 “너무도 멀기에, 그 특성을 규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맞지 않는 시나리오를 제외해가며 차근차근 검증해나가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 말했다. 아비 로에브 연구원 또한 찬드라 X-레이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한 후속 관측을 예고했다.
머나먼 태초의 우주를 보는 데에 특화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HD1을 보게 된다면, HD1이 공식적으로 가장 멀고 오래된 은하라는 호칭을 당당히 따낼 수 있을 것인지 최종 판가름이 날 것이다. 동시에 그 정체도 함께 드러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관측된 모습이 수많은 별이 우글우글한 은하일지 혹은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블랙홀 천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어느 쪽으로 밝혀지든 천문학계에 있어 획기적인 발견으로 쐐기를 박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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