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하늘의 외로운 별자리 ‘남쪽물고기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9월 넷째 주 별자리

가을 하늘은 언제나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높고 청명하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다음주부터는 낮의 길이도 점점 짧아져서 밤이 낮보다 더 길어진다.

이번 주 저녁 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쪽 하늘에 빛나는 초승달이다. 매일 조금씩 커지는 달은 금요일 밤 목성과 토성 사이를 지날 무렵 상현달까지 커진다. 목성과 토성이 달의 밝기에 눌려 조금은 관심을 덜 받는 사이 동쪽 하늘에는 2년 만에 가장 밝아지고 있는 화성이 등장한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약 한 달 동안은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화성이 될 것이다.

화성과 목성의 중간쯤에 가을 하늘의 유일한 1등성이 보인다. 올해는 화려한 행성들 사이에 껴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가을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이 1등성은 수천 년 전에는 북쪽 하늘의 수호신으로 불렸던 별이다. 이번 주 별자리 여행의 목적지는 가을 하늘의 외로운 1등성이 위치한 남쪽물고기자리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 ‘추분’

이번 주 화요일(22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고 알려진 추분이다. 낮과 밤의 구분은 바로 일출과 일몰이다. 해가 뜨면서 낮이 시작되고 해가 지면서 밤이 시작된다. 서울을 기준으로 이날 해 뜨는 시간은 6시 20분, 해지는 시간은 6시 29분이다. 즉 낮이 밤보다 9분 더 길다는 뜻이다. 추분에 낮이 밤보다 조금 더 긴 이유는 무엇일까?

추분은 24절기 중 하나이다. 지구의 공전으로 인해 태양이 별들 사이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 길을 황도라고 한다. 이 황도를 24등분 한 것이 바로 24절기이다. 춘분과 추분에는 황도가 천구의 적도와 만난다.

천구의 적도는 지구의 자전축인 북극성에서 정확히 90도 떨어진 곳으로 우리가 볼 때 정확히 동쪽에서 시작해서 정확히 서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의 원이다. 따라서 적도 위에 있는 별은 하루에 12시간 떠 있고, 12시간은 진다. 적도보다 북쪽에 있는 별은 떠 있는 시간이 더 길고, 반대로 적도보다 남쪽에 있는 별은 져 있는 시간이 더 길다.

춘분과 추분은 태양의 중심이 천구의 적도에 오는 날이다. 즉, 이날 태양의 중심은 정확히 12시간 동안 하늘에 떠 있고, 12시간 동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있게 된다. 일출은 태양의 가장자리가 동쪽 지평선에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일몰도 태양의 가장자리가 서쪽 지평선에 모두 사라지는 시간이다. 따라서 태양의 중심을 기준으로 정한 추분에는 낮이 밤보다 조금 더 길게 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는 추분부터 4일이 지난 9월 26일이다. 이날 서울 기준으로 해가 뜨는 시간은 오전 6시 23분, 해가 지는 시간은 오후 6시 23분이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위치. Ⓒ천문우주기획

가을철 남쪽 하늘의 외로운 별자리 ‘ 남쪽물고기자리’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지만 실제로 가을철만큼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기 힘든 계절도 드물다. 특히 가을철 남쪽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들은 추수 끝난 들판에서 이삭을 줍는 것처럼 쉽지 않다. 머리 위에 보이는 페가수스자리 아래로는 대부분 3, 4 등급 이하의 어두운 별만 있기 때문에 도시 하늘에서는 찾을 수 있는 별이 거의 없다. 그중 유일하게 밝게 빛나는 1등성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남쪽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Formalhaut, 물고기의 입)이다. 페가수스 사각형의 오른쪽 두 별을 따라 남쪽 아래로 세 배 정도 연장한 곳에 포말하우트가 있다. 주변에 밝은 별이 없기 때문에 이 별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9월 21일 저녁 10시 무렵 남쪽 하늘. Ⓒ스텔라리움, 천문우주기획

남쪽물고기자리는 물병자리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아 마시는 물고기의 모양을 하고 있다. 포말하우트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 4, 5등급의 별들이 물고기의 모양을 만들고 있지만 위치가 지평선에 가깝고 별들이 흐리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전체 모양을 찾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남쪽물고기자리는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반인반수의 거인족 티폰(Typhon)의 공격을 받고 물속으로 달아나면서 변신한 물고기라고 한다. 티폰은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몸 전체에 불을 뿜는 100개의 뱀 머리가 솟아나 있는 그리스 신화 속 가장 무서운 괴물로 알려져 있다.

가을의 외로운 별(Lonely Star)

포말하우트에는 오래전부터 외로운 별(Lonely One)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가을철 남쪽 하늘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이 별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별명에 공감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가을을 타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이 별은 오랫동안 많은 위안을 주었던 별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 별은 결코 외로운 별이 아니었다. 이 별은 고대 페르시아 시대에는 일 년 동안 하늘을 수호하는 네 개의 황제별 중 하나였다. 봄철의 알데바란(Aldebaran, 황소자리), 여름철의 레굴루스(Regulus, 사자자리), 가을철의 안타레스(Antares, 전갈자리), 겨울철의 포말하우트가 바로 이 네 개의 황제별이었다. 페르시아의 황제별은 우리나라의 고대 별자리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 사계절의 하늘을 수호하는 백호(봄), 주작(여름), 청룡(가을), 현무(겨울)와 비슷한 개념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포말하우트에 북락사문(北落師門), 즉 ‘북쪽 마을을 지키는 성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포말하우트에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별이 북쪽 하늘의 수호신인 현무(玄武) 별자리의 남쪽에 있는 가장 밝은 별이었기 때문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현무와 북락사문. Ⓒ 천문우주기획

지구의 세차운동(지구의 자전축이 2만 6000년을 주기로 공전궤도의 축에 대해 회전하는 현상)으로 인해 태양의 위치가 매년 조금씩 서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수천 년 전에는 이곳이 겨울철의 별자리였고, 앞으로 다시 수천 년이 지나면 여름철의 별자리가 될 것이다.

세차운동. Ⓒ 천문우주기획

달이 목성, 토성과 만나는 날

9월 25일 밤 8시 무렵 남쪽 하늘. Ⓒ 스텔라리움

저녁 무렵 달과 밝은 별이 함께 보이면 한 번쯤은 더 바라보게 되고, 그 별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오는 금요일 저녁에 달이 목성과 토성 사이에 놓이게 된다. 오른쪽으로 반쯤 찬 상현달 옆에 보이는 밝은 별이 목성이다. 이날 목성의 밝기는 약 -2등급으로 1등성인 포말하우트보다 15배 이상 밝다. 달과 목성의 왼쪽에 보이는 토성은 0등급 정도로 목성보다는 어둡지만 포말하우트보다 조금 밝다.

달이 하늘에서 별들 사이를 움직이는 주기를 항성월이라고 한다. 달은 별을 기준으로 약 27.3일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돈다. 따라서 달은 밤하늘에서 매일 서쪽(오른쪽)에서 동쪽(왼쪽)으로 약 13도씩(360도/27.3일) 움직인다. 1시간 동안에 움직이는 각도는 0.54(13도/24시간)도로 달의 지름이 0.5도 정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달이 조금씩 토성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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