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페가수스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9월 첫째 주 별자리

올해만큼 별보기가 힘들었던 여름도 없었던 것 같다. 6월에 시작된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지더니 8월 하순부터는 역대급 태풍이 나타나고 있다. 어쩌다 맑은 날에는 열대야와 높은 습도가 투명한 하늘을 가린다. 하지만 결국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올가을 저녁 하늘만큼 볼거리가 많은 밤하늘도 드물 것이다. 망원경 속에서 가장 멋지게 보이는 목성과 토성, 그리고 화성이 모두 밤새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백중사리의 거짓과 진실

지난주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태풍 ‘바비’에 이어 9호 태풍 ‘마이삭’이 예보되고 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예측에 따르면 이번 주 수요일인 9월 2일 마이삭이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할 예정이다.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은 9호 태풍 마이삭에 대해 큰 두려움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9월 2일이 백중날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보름 명절 줄 하나였던 백중은 백중사리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백중사리는 음력 7월 15일, 즉 백중 무렵에 나타나는 사리로 사람들은 일 년 중 가장 물때가 높아지는 때를 이 때로 여기고 있다.

서해안에서 하루에 두 번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조석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조석 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달의 중력이다.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다. 태양은 비록 달에 비해 엄청 큰 질량을 갖고 있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조석 현상에 미치는 영향은 달의 절반 정도(0.46배)이다. 달과 태양이 같은 쪽에 있는 그믐이나 정반대편에 놓이게 되는 보름에는 달과 태양의 중력이 서로 합해져서 조수의 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즉, 음력 1일 경이나 음력 15일 경에는 해와 달의 중력이 서로 합쳐져서 조수의 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데 이것을 사리라고 한다. 반대로 상현이나 하현에는 달과 해가 서로 직각으로 놓이면서 중력이 상쇄하기 때문에 조수의 차가 가장 적게 나타나는데 이것을 조금이라고 한다.

사리와 조금. ⓒ 천문우주기획

매달 사리와 조금이 두 번씩 나타나는데 특히 음력 7월 15일 무렵에 나타나는 사리를 백중사리라고 부른다. 이번 9월 2일 경에 태풍이 우리나라를 통과한다면 사리로 인해 높아진 바닷물이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백중사리가 일 년 중 바닷물이 가장 높아질 때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조석 현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달까지의 거리이다. 달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그만큼 지구에 미치는 중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조석 차가 커진다. 따라서 사리 때 만조의 수위는 달이 지구에 얼마나 가깝게 있느냐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달은 지구를 27.321일(항성월) 주기로 돌고, 달의 모양은 29.530일(삭망월)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사리(보름과 그믐 무렵) 때마다 달까지의 거리는 달라진다.

이외에도 사리 때 만조의 수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가 더 있지만 달과 태양의 영향에 비하면 극히 미약하다. 따라서 천문학적으로 특별히 음력 7월 15일 경에 나타나는 사리가 가장 큰 사리일 이유는 없다. 다만 옛사람들이 백중사리를 가장 두려워했던 이유는 시기적으로 추석을 한 달 남겨 놓은 이 무렵에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풍요로운 수확을 기다리던 농민들에게 백중사리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천고마비의 별자리 페가수스자리

8월 31일 저녁 하늘 Ⓒ 천문우주기획, stellarium

우리나라에서 가을만큼 하늘이 맑고 깨끗하게 보일 때도 없다. 하늘이 맑다는 것은 그만큼 별이 잘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 년 중 가장 찾기 힘든 별자리가 바로 가을철 별자리이다. 그 이유는 가을철 별자리 속에 길잡이가 되는 밝은 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봄에는 1등성을 가진 사자와 목동, 처녀자리가 길잡이가 되고, 여름에도 견우와 직녀를 비롯하여 4개가 넘는 1등성들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겨울 하늘에는 무려 일곱 개의 1등성이 모여 있다. 하지만 가을철 별자리 속에는 남쪽 하늘에 단 하나의 1등성(남쪽물고기자리)만이 보일 뿐이다.

가을 하늘에서 그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별을 찾는다면 바로 하늘을 나는 천마 페가수스의 몸통에 해당하는 페가수스사각형이다.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한밤중이 되면 머리 위에 높이 걸리는 이 사각형을 중심으로 가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인 안드로메다자리, 물고기자리, 물병자리가 보인다.

페가수스자리는 페가수스사각형을 중심으로 하늘을 거꾸로 나는 천마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오른쪽 아래로 페가수스의 머리 부분이 보이고 그 위쪽으로 앞발에 해당하는 별들이 보인다. 하지만 날개와 하체에 해당하는 별은 보이지 않는다. 신화에 의하면 페가수스가 바다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기 때문에 하체가 바닷속에 잠겨 있다고 생각하면 이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페가수스자리를 기억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는 뜻이지만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는 하늘 높은 곳에 살찐 말의 별자리가 있는 계절이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말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천마 페가수스이다. 따라서 가을철 별자리 찾기는 하늘 높은 곳에서 천마 페가수스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가을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해 보일 것이다. 페가수스가 높이 떴을 때 남서쪽 하늘에 목성과 토성이 보이고, 동쪽 하늘엔 화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가을철의 유일한 1등성인 남쪽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도 찾을 수 있다.

페가수스사각형. Ⓒ 천문우주기획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페가수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괴물 메두사의 피와 바닷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메두사는 원래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벌을 받아 무서운 괴물로 변하였는데,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고 그 머리를 이용하여 바다 괴물을 돌로 변하게 하고 에디오피아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구하였다고 한다. 메두사가 괴물로 변하기 전 그녀를 좋아했던 포세이돈은 페르세우스가 바다에서 괴물과 싸우고 있을 때 메두사의 피가 바다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름다웠던 그녀를 생각하면서 페가수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페가수스는 올림푸스 산에 살면서 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화성이 달과 만나는 날

요즘 동쪽 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이 바로 붉은 별 화성이다. 남쪽 하늘에 보이는 목성보다는 덜하지만 토성에 비해서는 몇 배나 더 밝다. 화성의 밝기는 -1.7등급 정도로 지난 겨울에 비해 20배 가까이 밝아져 있다. 화성이 밝아지고 있다는 것은 화성이 지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화성은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정반대편에 올 때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데 이때를 충이라고 한다. 화성은 약 2년 2개월에 한 번씩 충의 위치에 오게 되는데 오는 10월 14일이 바로 화성이 충이되면서 가장 밝아지는 때이다. 참고로 지난번 충은 2018년 7월 27일이었다.

올가을 저녁 하늘의 주인공은 화성이다. 화성은 앞으로 점점 더 밝아져서 9월 하순 경 목성의 밝기를 능가하게 된다. 물론 화성이 목성보다 밝게 빛나는 것은 충을 전후로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망원경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일요일인 9월 6일 동쪽 하늘에서 달과 화성이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저녁 9시경 화성이 먼저 뜨고 잠시 후 하현에 가까운 달이 뜬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은 조금씩 화성에서 멀어져 가고, 화성은 더 밝게 빛날 것이다.

9월 6일 화성 위치. Ⓒ solarsystemscope.com

지난 7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화성 탐사선을 발사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화성이 충에 가까워지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가장 짧은 길이 열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성 탐사를 원하는 나라들은 이때를 기다려 탐사선을 발사한다. 화성탐사선이 가장 짧은 길을 따라 화성에 가는데도 6~7개월 정도가 걸린다. 즉, 충이 되기 3달쯤 전인 7월에 출발한 화성탐사선들은 충이 지나고 3~4달쯤 후인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순 경 화성에 도달하게 된다. 밝게 빛나는 화성을 보면서 화성으로 날아가고 있을 세 대의 탐사선들이 내년 초 무사히 화성에 도착하길 기원해보자.

9월 6일 밤 11시경의 동쪽 하늘 Ⓒ stella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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