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에너지 문제 해결

디지털 트윈과 에너지 분야의 융합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청의 2017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40년 필요한 에너지는 2015년 대비 28%나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수요 증가는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68%가 에너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 Pixabay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질 전망이다. ⓒ Pixabay

그런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보통신 기술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현실 세계와 유사한 디지털 세계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디지털 쌍둥이’가 된다. 풀어 설명하면 ‘현실의 모습을 디지털 세계에 쌍둥이처럼 똑같이 구현한다’ 정도의 의미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테스트를 디지털 세계에서 시뮬레이션 한다. 물리적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시뮬레이션을 진행시켜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많은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현실 세계의 도로 위에 자율주행 모의시험을 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사고로 인한 위험도 없지 않다.

반면 디지털 세계에서는 사고 위험이 없다. 아울러 자율주행 모의시험을 위해 감독자가 이를 관리할 필요성도, 차량 운행을 위한 기름과 자동차도 필요 없기에 시간과 비용도 절약된다.

디지털 트윈은 이러한 장점 덕분에 미래 유망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가트너 (Gartner)’는 2017년과 2018년 미래 유망 10대 기술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을 선정했다.

또 다른 시장 기관인 ‘마켓스 앤 마켓스(Markets and Markets)’은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에 대해 ‘2016년 2조 원에서 2023년에는 18조 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되는 연평균성장률은 무려 37.87%나 된다.

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트윈 ⓒ DevianArt

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트윈 ⓒ DevianArt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디지털 트윈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예전부터 존재해 온 오래된 기술이라는 의미다.

디지털 트윈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연도는 15년 전인 2003년이다. 당시 미국 미시간 대학교는 경영자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1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우주국 기술 로드맵 (NASA Technology Roadmap)’에서 디지털 트윈이라는 단어를 17번이나 언급하면서, 해당 용어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와 이를 분석하는 데이터 마이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2010년 즈음 두 기술은 디지털 트윈을 활성화 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따라서 디지털 트윈은 센서 기술인 사물인터넷 등장과 인공지능(AI) 핵심 알고리즘 ‘딥 러닝’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많은 기업에서 디지털 트윈에 진출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제너럴 일레트릭(GE)을 들 수 있다. GE는 사물인터넷과 자체 AI 기술 프레딕스(Predix)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사업 영역에 뛰어들었다.

IBM 역시 사물인터넷 기반 AI 분석 플랫폼 왓슨(Watson)에서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에너지’가 융합하는 네 가지 영역

그럼 디지털 트윈은 어떻게 에너지 분야와 융합될 수 있는 것일까? 산업 분야와 적용 단계에 따라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산업 분야로는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소비’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적용 단계는 ‘설계’와 ‘운영’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기준으로 네 영역을 이루는 매트릭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령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 설계와 운영 단계가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비 분야에서도 설계와 운영 단계가 존재한다.

어떤 방식으로 네 가지 영역이 창출되는 것일까? 산업 분야 기준으로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에너지 생산 분야라 하면 발전소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발전소 설계 단계에서부터 운영 단계까지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에너지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 생산에 효율적인 발전소 건립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발전 장비 관리로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다.

풍력 발전소를 예로 들어보자. 풍력 발전소는 바람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위치가 중요하다. 그런데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 풍력 발전소가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GE는 ‘디지털 풍력 발전 지역(Digital Wind Farm)’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풍력 발전소 건설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에너지 생산성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100메가와트(MW) 전기 생산 기준 1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생산해낸다는 것이 GE측의 분석이다.

발전소의 효율적인 운영 또한 전력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GE는 ‘디지털 발전소 (Digital Power Plant)’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디지털 트윈으로 발전 장비의 효율성을 올려 에너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주장했다.

GE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발전소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연간 67,000 톤의 석탄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GE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총 3%가량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위치가 핵심인 풍력 발전소 ⓒ 위키미디어

위치가 핵심인 풍력 발전소 ⓒ 위키미디어

에너지 소비에는 디지털 트윈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에너지 소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건물’일 것이다. 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건물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울러 지난 25년간 에너지 수요 증가 요인 중 건물이 60%를 차지했다. 따라서 건물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트윈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일단 설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에 최적화된 건물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건문 운영에서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할 수 있다. 건물 내의 전력, 냉난방 등의 시설물을 데이터로 하여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건물에 최적화된 에너지 소비 방안을 산출할 수 있다.

실제로 건물분야에서 이러한 연구가 계속 진행돼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3D 도면인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에너지 시뮬레이션 툴 ‘에너지 플러스’다.

BIM을 이용해 설계한 그림 ⓒ 위키미디어

BIM을 이용해 설계한 그림 ⓒ 위키미디어

국내에서도 5년 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네 개의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운영 방안을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전년대비 10%가량 에너지가 절감되는 효과를 보였다.

지금까지 디지털 트윈과 에너지 분야의 융합을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이 둘의 융합이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의 효율성까지 향상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향후 디지털 트윈은 에너지 수요 증가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4824)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