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가상과 현실의 미디어 아트 ‘제프리 쇼’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제프리 쇼의 뉴미디어 아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제프리 쇼(Jeffrey Shaw, 1944~)는 멜버른 대학교에서 건축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이탈리아 브레다 아카데미(Brera Academy)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일찍이 네덜란드 시그마 프로젝트(Sigma Projects)와 독일 예술과 매체기술센터(ZKM)의 ERG(Eventstructure Research Group)의 일원으로 각종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다양한 상호대화형 비주얼 아트와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 디지털 뉴미디어 아트의 선도적인 작가이다.

Legible City Ⓒ Jeffrey Shaw

제프리 쇼의 1989년 작품 ‘Legible City’는 관객이 전시장 안에 고정되어 있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으면서 마치 게임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성된 가상의 ‘텍스트 도시’로 들어가 곳곳을 이동하는 인터랙티브 설치미술 작품이다. 가상의 ‘텍스트 도시’는 맨하탄, 암스테르담, 칼스루에 등과 같은 실제 도시의 공간이 시뮬레이션 되었고, 관객은 스크린 속의 거대한 도시 속에서 자전거 앞의 소형 모니터 지도를 통해 선택적으로 가상 공간을 체험한다. <관련동영상>

문장과 단어들의 도시 속 가상 여행이 일종의 독서 여정이 되어 텍스트들의 재조합과 의미들의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Legible City’에 대하여 제프리 쇼는 “자전거는 현실과 가상 공간의 긴장 또는 통제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가상 현실을 보여주지만, 현실 공간에서의 사람의 신체와 더불어 작동하며, 가상 현실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일종의 ‘거울현실’이 되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창조하기를 원했다.”라고 작품에 대하여 설명했다.

작품명 ‘가독성 있는 도시’에서 말해주듯이 ‘Legible City’는 가상 현실 자체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가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자신의 신체성을 다시금 의식하게 한다. 작품 속에서 가상 도시를 탐색하는 것은, 곧 실제 도시와의 서사적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가상 현실의 구현과 체험은 현실에 대한 감각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Pure Land Ⓒ Jeffrey Shaw

제프리 쇼의 2012년 작품 ‘Pure Land’는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중국 둔황(敦煌) 석굴의 벽화를 모티브로 하는 360도 파노라마 프로젝션 작품으로, 둔황 석굴은 중국에서는 1961년 국가급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全国重点文物保护单位)로 지정된 세계적인 유산으로 1,600미터에 걸쳐 600여 개의 동굴과 벽화가 있으며, ‘Caves of the Thousand Buddhas’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Pure Land’는 치료와 의학의 부처인 약사여래(藥師如來)가 등장하는 220번 동굴의 벽화를 1:1 크기로 360도 시각화 시스템 AVIE(Advanced Visualisation and Interaction Environment)를 통해 가상 입체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Pure Land’는 3D 모델링, 가상 돋보기 렌즈, 입체 안경, 애니메이션, 사운드, 가상 퍼포머 등의 요소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가상적 복제와 다층 멀티미디어로 구성된 생생한 디지털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의 세계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관련동영상>

mARChive Ⓒ Jeffrey Shaw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02년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를 연상시키는 360도 대형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설치미술 ‘mARChive’는 Sarah Kenderdine, David Chesworth, Dennis Del Favero, Tim Hart 등과 함께 2014년 제프리 쇼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멜버른 빅토리아 뮤지엄(Museums Victoria)의 소장품 8만여 점을 기반으로 구성된 참여형 집단형 체제(participatory and collective framework)이다.

‘mARChive’는 일종의 데이터 브라우저(browser)이자, 메타데이터(metadata) 시스템으로 AVIE 360도 스크린과의 양방향 태블릿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관람객이 박물관의 풍부한 문화재 데이터를 탐색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창조적인 플랫폼을 제시한다. 탐색과 체험은 단일 항목의 주제뿐 아니라 서로 다른 콜렉션 간의 비교 관계를 연결하며 무한 순열(permutation)의 데이터를 형성한다. <관련동영상>

Animals 앨범 자켓 Ⓒ Pink Floyd

또한 제프리 쇼는 영국의 랜드마크로 알려진 템즈강 근처 배터시 발전소(Battersea Power Station)를 배경으로 헬륨 고무풍선 돼지 ‘앨기(Algie)’가 공중에 떠 있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1977년 앨범 ‘Animals’의 자켓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앨기’는 이후 실제로 초대형 고무풍선 돼지로 제작되어 핑크 플로이드의 수많은 공연에서 등장하였다. <관련동영상>

플럭서스(Fluxus),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 이브 클라인(Yves Klein),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 뒤샹(Marcel Duchamp)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제프리 쇼는 칼스루에 미술 디자인 대학(Karlsruhe University of Arts and Design)과 UNSW(College of Fine Arts,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교수를 역임했고, 홍콩 시티 대학교 미디어아트 전공(School of Creative Media, City University of Hong Kong) 교수 및 CAFA(Central Academy of Fine Art, Beijing)의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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