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가상공간 속 공동체는 목적성이 분명하다?

[공간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6) 공동체 공간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주제가 있어 검색을 해보니 이미 페이스북 모임 페이지에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관심사가 같다 보니 금세 친밀감이 형성됐다. 연령, 성별, 출신지, 학교, 거주지역 등 어느 하나 교집합이 없어도 온라인에 접속한 바로 그 순간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심리적 만족감은 매우 높다. 요즘은 직접 대면과 커뮤니케이션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온라인에 접속하고, 그 공간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내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흔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은연중에 ‘우리’라는 말로 상대와 자신을 함께 지칭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대가 가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심리적 동질감을 느껴서였을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우리는 ‘우리’, 즉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능하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우리’를 형성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위에 이야기처럼 온라인에 접속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우리’가 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온라인에 접속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우리’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공동체 형성이 자유로워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는 사회적 존재로서 갖는 소속에 대한 욕구이다. 이 두 가지 명제를 종합하면 결국 인간은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들과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공감을 통한 심리적 친밀감을 쌓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에서 중요한 것은 나와 타인이 위치한 공간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혹은 ‘정서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포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 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전제된 사회였기 때문에 규모와 범위는 한정적이었지만, 그 대신 매우 견고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한 시공간이 자유로워졌다는 것. 이처럼 공동체의 이합집산이 자유로워지자 범위는 넓어지고, 경계는 느슨해졌다.

이런 형태의 공동체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서 형성되고,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 혹은 ‘온라인 공동체’로 불린다.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서 형성된 공동체를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 혹은 ‘온라인 공동체’로 칭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상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은 목적성

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가상 공동체 형성이 가속화되면서 더 이상 물리적 한계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니게 됐다. 자신과 타인의 신원, 사회적 역할, 위치해 있는 공간보다는 서로가 소통하기 위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 ‘정보의 교류’가 공동체 구성의 선봉에 선 목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상공동체는 일반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는 요소 중 ‘목적성’이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한 활동적·의미적 요소가 공동체 형성의 제반 요소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한 초기, 가상 공동체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웰(The WELL, Whole Earth Lectronic Link)’ 역시도 그랬다.

미국의 사회학자 하워드 라인골드(Howard Rheingold)는 한 기고문에서 가상 공동체 ‘웰’의 활동 하나를 소개했다. 웰에 속한 한 멤버의 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는 사연을 올리자 순식간에 의사·간호사를 비롯해 백혈병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도움을 줬고 1만 5000 달러를 모금한 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멤버에게 전달했다는 것.

하워드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가 태어날 무렵에 결성된 ‘웰’은 지금 페이스북처럼 이미 가상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들이 모일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며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이 같은 목적을 공유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가진 공동체 의식이란 여타의 가상공동체가 그러하듯 매우 한시적이며, 제약이 없는 느슨한 구조이지만 가상의 공간 안에 있는 군중의 집단행동을 유발하는 동인임은 틀림이 없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고, 가상 공동체 형성이 가속화되면서 더이상 물리적 한계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니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상 공동체의 활동 무대인 가상공간

가상 공동체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 역시도 기존의 ‘공간’ 정의와는 전혀 다르다. 공간 역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영속하는 불변의 공간과 3차원의 물리적 공간은 없다. 단지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활동하고, 헤어지고, 이합집산이 자유로우면서 익명성을 보장받는다.

윌리엄 깁슨(William Ford Gibson)이 1984년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즉 ‘가상공간’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이후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공간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소통의 순간일 뿐 아니라 정보교환은 물론 더 나아가 생활의 공간이 되었다.

특히 온라인 인프라가 이보다 더 완벽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축된 현대 통신망은 가상의 자율적 공간을 만들기 쉬운 환경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상공간은 놀이를 공유하고, 취향과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게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구속력이 덜 하고 분산성이 확보된 최적의 무대이다.

그리고 플래시 몹(Flashmob)은 컴퓨터 혹은 핸드폰 속 ‘가상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현실의 세계’로 이끌어내면서 가상공간의 성격은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는 매력을 선사한다. 플래시 몹을 시도하는 가상공동체가 지표 중심의 평면적 공간을 점유하는 찰나의 순간만큼은 기존의 장소성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포장되면서 비일상으로 전환된다. 엄밀히 말해 플래시 몹은 탈네트워크형 공동체이지만, 가상의 공동체와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가상공간은 ‘공간 없는 개념적 장소’이면서 동시에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언어·인간관계·사회적 요소들이 재정의되는 신공간의 다른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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