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죽는 케냐 코끼리, 밀렵보다 20배 더 많아

아프리카 케냐에서 극심한 가뭄에 죽는 코끼리가 밀렵으로 죽는 개체보다 2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후변화가 야생동물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B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집 발랄라 케냐 관광야생동물부 장관은 “지난해 밀렵으로 죽은 코끼리는 10마리도 채 안 되지만 가뭄으로 물을 먹지 못해 죽은 코끼리는 최소 179마리에 이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초원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 물을 찾아 모여드는 케냐 남동부의 차보국립공원에선 최근 바짝 말라 죽은 코끼리 사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초식동물인 코끼리 성체는 하루에 136㎏의 풀과 189L의 물이 필요하지만 최근 아프리카의 강과 땅, 초지가 메마르면서 코끼리가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케냐는 현재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우후르 케냐타 케냐 대통령이 가뭄 피해가 심한 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발랄라 장관은 “이는 매우 심각한 자연의 경고”라면서 그동안 밀렵을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왔지만 정작 환경문제는 경시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와 밀렵을 막는 데만 급급해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케냐 정부는 코끼리와 기린 밀렵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밀렵꾼들은 코끼리를 잡아 상아를 밀매하고 기린을 죽여선 고기와 뼈, 갈기 등을 팔고 있다.

2014년 야생동물 밀렵과 이를 중개하는 행위에 과중한 벌금을 물리는 야생동물보호법이 발효된 이후부턴 밀렵이 줄고 야생동물 개체 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어진 극악의 가뭄은 야생 코끼리에 또 다른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으며, 그 악영향은 비단 코끼리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WP는 지적했다.

케냐 북부지역 거주지 인근에선 굶어 죽은 기린과 염소, 낙타, 소 떼 등의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가뭄에 의한 피해는 야생동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에티오피아와 케냐, 소말리아에서 모두 7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죽었고 가축에 의존해 살아가는 아프리카 주민들도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케냐 농민들은 가뭄으로 가축과 함께 곡식 수확량의 70%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USAID는 지난주 케냐에 2억2천500만 달러(약 2천918억원)를 지원하고, 이곳 농민들에게 식량 등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60)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