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8,2019

‘자전거 도둑’의 성공 비결

전통 교통수단에 첨단 과학 속속 도입

FacebookTwitter

최근 들어 자전거를 도둑맞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1만6천여 건이던 이륜차(자전거 및 오토바이 등) 절도사건 피해건수가 2010년 1만9천여 건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도난당한 자전거는 인터넷 중고물품 카페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도둑 맞아도 찾기가 쉽지 않다. 자동차와 달리 고유번호가 없어 행방을 추적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경찰도 자전거 절도를 가벼운 범죄로 여겨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일부 시민들은 혼자서 동네 주변을 헤매고 다니며 범인을 쫓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자전거가 큰 재산이자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옛날에도 자전거 도둑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 않았던 듯하다.

1948년에 개봉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명작으로 꼽히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자전거 도둑’에서는 그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오랫동안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안토니오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드디어 벽보 붙이는 일자리를 구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안토니오는 아내가 혼수품으로 가져온 침대보를 전당포에 맡기고 생활고 때문에 저당 잡혔던 자전거를 찾아온다. 하지만 일을 하러 나간 첫날 그는 자전거를 도둑맞는다.

아들과 함께 직접 자전거를 찾아 나선 안토니오는 우여곡절 끝에 도둑을 찾아낸다. 그러나 간질병 환자인 가난한 도둑이 이미 자전거를 팔아버린 후여서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되찾을 길이 없었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꼭 필요한 안토니오는 결국 다른 자전거를 훔치다가 붙잡혀 아들이 보는 앞에서 수모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라스트신이 펼쳐진다. 울먹이듯 찌푸린 안토니오의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아들과 함께 부자는 손을 꼭 잡고 러시아워로 어수선한 로마의 땅거미 속으로 사라져간다.

‘자전거 도둑’의 캐스팅 비화

이 영화는 스튜디오가 아닌 실제 거리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하는 등 사실적인 수법으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10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의 성공 비결은 데 시카 감독의 캐스팅 비화 속에 숨어 있다.

데 시카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기 위해 몇 달째 제작자를 찾아 헤맬 때 미국인 제작자 한 명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미국인은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주인공 역으로 미남 배우인 캐리 그랜트를 써야 한다는 조건이 바로 그것.

하지만 데 시카 감독은 그 제의를 거절하고, 실제로 무명의 공장 노동자인 람베르토 마조라니를 주인공 안토니오에, 그리고 거리의 부랑아였던 엔조 스타이올라를 그의 아들로 캐스팅했다. 기교를 하나도 부리지 않는 무기교가 가장 기교 있는 장치임을 데 시카 감독은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사람이 페달을 밟아서 체인을 통해 전달되는 동력으로 움직이는 ‘무기교’ 교통수단인 자전거에는 최근 기교 있는 과학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미국의 SiGNa Chemistry 사는 규소나트륨이 발생시키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전거를 개발했다. 금속분말인 규소나트륨이 수분과 접촉해 수소를 발생시키면 이 수소가 전기로 변환되어 자전거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한 번에 약 90㎞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안전한 수소시스템으로 배출물이라고는 수증기뿐인 이 자전거는 올 여름 상업용 상품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한편 미국과 네덜란드 공동연구팀은 자전거가 균형을 유지하는 물리학의 새로운 비밀을 밝혀 새로운 디자인과 개념을 가진 자전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거꾸로 도는 두 바퀴를 가진 특이한 무탑승 자전거 등을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작은 바퀴를 가진 접는 자전거와 새롭고 특이한 디자인을 가진 자전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하반기에 세계 최초의 무체인 자전거가 소비자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만도에서 지난해 8월에 개발한 이 자전거에는 기존의 체인이 없는 대신 페달을 밟으면 생기는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모아서 구동되는 일렉트릭 체인 방식이 도입됐다.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할 경우 페달을 밟지 않고도 40㎞ 이상 달릴 수 있으며, 접이식 카본 프레임을 적용해 중량도 17㎏밖에 되지 않는다. 또 자전거와 스마트폰을 연결시켜 주행시간 및 거리,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원동기 아니라 자전거로 분류돼

그런데 제품 출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정부의 KS 규정에는 ‘페달과 같은 수단으로 (체인을 통해) 사람의 힘에 의해 구동되는 차량’으로만 자전거가 정의돼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개발된 자전거는 체인이 없고 모터가 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니 과연 자전거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불거진 것. 기준에 의하면 이 제품은 자전거가 아닌 원동기로 분류되어야 할 처지였다.

벼랑 끝에 몰린 만도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기술표준원은 이 제품이 전기 자전거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새로운 융합 제품이 기존의 법이나 제도에 제약 받을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올 10월 시행할 계획이다. 또 융합형 신제품에 대해 기준을 만들기 전까지 임시로 인증을 해주는 ‘적합성 인증제’도 운영하기로 했다.

사실 알고 보면 맨 처음 탄생한 자전거는 지금 자전거와 형태 및 작동 방식이 전혀 달랐다. 자전거의 조상이라 불리는 ‘드라이지네’는 1817년 독일의 드라이스라는 발명가가 만들었다.

드라이지네는 바퀴와 안장 등이 지금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페달도 없고 체인도 없었다. 사람이 그냥 안장에 걸터앉아 발로 땅을 박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었던 것.그 후 1860년대 초 프랑스의 미쇼가 앞바퀴에 페달을 단 자전거를 만들었다. 이 자전거는 페달을 한 바퀴 돌리면 앞바퀴도 한 바퀴 도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1885년 영국의 스탈리에 의해 체인을 걸어 페달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지금과 비슷한 모양의 자전거가 탄생했다. 지금의 기준으로 따지면 드라이스와 미쇼가 만든 것은 자전거가 아니었던 셈이다. 만약 그렇다면 드라이스와 미쇼는 그 제품을 상품화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체인을 이용한 자전거의 탄생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