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1,2019

술의 유혹에 넘어간 트로이의 영웅

명화 속 술을 마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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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때로는 사랑의 상처도 꿈처럼 사라지고 하고, 자신감 부족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하던 사람을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또 주변의 모든 사물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술을 마시면 현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숨겨진 자신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술에 취해 본 사람이라면 술의 유혹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술의 유혹에 넘어가는 남자를 그린 작품이 존 워터하우스(1849~1917)의 ‘오디세우스에게 술잔을 권하는 키르케’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요정 키르케는 아름다운 외모와 요염한 육체의 소유자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인 외모 외에도 특별한 재능인 마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법에 한번 빠지면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와 같이 남자들은 빠져나가지 못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을 시켜 키르케 섬을 정찰하러 보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모두 돼지로 변하고 만다. 분노한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 신의 도움을 받아 키르케의 마법을 퇴치한다.

마법의 힘이 통하지 않자 키르케는 자신의 관능적인 육체를 이용해 오디세우스에게 마법의 술을 권한다. 술에 취한 오디세우스는 무분별한 욕망에 황망하게 무너져 그녀의 전부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인연을 잘라내고 키르케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작품에서 키르케는 매혹적인 몸매가 다 보이는 옷을 입고 오디세우스에게 술을 권하고 있다. 그녀의 왼손에 들려있는 마술지팡이는 오디세우스가 술에 취하기만 바라고 있다. 마법의 지팡이가 술에 취한 남자를 치는 순간 돼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그녀 등 뒤에 있는 거울에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녀의 발밑에는 돼지로 변한 남자가 있다.

존 워터하우스는 이 작품에서 키르케를 화면 정면에, 영웅 오디세우스는 희미하게 표현했다. 이는 여자의 유혹이 강렬해서 한번 빠지면 남자는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주 마시는 사람 그린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방법으로 보통 운동을 꼽지만, 바쁜 생활은 운동하는 것조차 힘들게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신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애주가들은 독주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빨리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주를 즐기면 즐길수록 건강하고는 담을 쌓게 된다.

독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에드가 드가(1834~1917)의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이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 작품은 드가가 카페를 그린 작품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압생트는 19세기 유럽의 애주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녹색의 독주로서 쑥의 고미소가 주성분이다. 물로 희석해서 마시면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압생트에 열광한 애주가들은 쓴 맛을 없애기 위해 과일이나 설탕을 넣어서 마셨다.

하지만 압생트는 계속 마시면 중독에 걸리게 된다. 압생트 중독은 환각과 중추 신경에 심각한 장애를 발생시키고 간질과 같은 발작을 일으키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결국 압생트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피해자들이 발생하자 유럽과 미국은 압생트를 판매 금지시킨다.


탁자에 녹색의 압생트를 놓고 여인과 남자가 카페에 앉아 있다. 남자는 정장에 중절모까지 쓰고 있지만 그 행색은 초라하며 코는 알콜 중독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다.

보닛을 쓰고 있는 여자 역시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절망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각 인물들이 같은 좌석에서 술을 마시고 있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소외감을 나타낸다.

두 사람 탁자 옆에 물병이 놓여 있는 것은 압생트를 희석해서 마시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작품의 남자 모델은 조각가 마르셀링 데부텡이며 여자 모델은 배우 엘렌 앙드레다. 마르셀링 데부텡은 몰락한 귀족출신으로 귀족의 자존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였다. 드가는 가난한 마르셀링 데부텡이 압생트를 마시는 노동자를 정확하게 표현해 줄 거라고 생각해 그를 모델로 했다.

배경이 되는 곳은 카페 라 누엘 아텐이다. 카페 라 누벨 아텐은 나폴레옹 3세의 정치에 반대했던 지식인들이 모였던 장소로 후에 인상주의 화가들이 자주 모임을 가졌다.

드가는 압생트를 앞에 놓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두 인물의 소외감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을 화면 한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또한 인물들 앞을 테이블로 막아 놓았다. 그는 여기에 배경을 불분명하게 처리해 두 인물들의 우울한 표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했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저작권자 2011.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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