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2019

잃어버린 위성을 찾아서 (하)

[파퓰러사이언스]기억에서 잊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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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필자는 NASA에 무수한 탄원서를 보냈다. 그 결과 필자는 DSCOVR을 보기 위해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DSCOVR을 실제로 보기 전 NASA의 안내로 다른 지구관측프로젝트에 대한 견학부터 해야 했다.

이는 왠지 필자의 주의를 NASA의 긍정적 측면으로 돌리기 위한 수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조치였다. 이렇게 필자가 먼저 만난 사람은 오는 2013년 시작될 다중 위성 프로젝트 인 ‘글로벌강수관측(GPM)’의 수석과학자 아더 후 박사였다.

GPM 프로젝트의 연구자들과 일일이 수인사를 나눈 뒤 필자는 차갑고 어두운 우주에서 위성을 보호해주는 반짝이는 금속판의 성능에 찬사를 보냈고 GPM의 엠블럼이 새겨진 머그컵과 자동차 번호판을 선물로 받아들고 연구실을 나왔다. 이후에도 우회는 계속됐다.

이틀로 예정된 견학기간의 마지막 날 아침에조차 고다드 센터 내의 3D 극장에서 홍보 영화를 감상했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DSCOVR을 본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DSCOVR의 실제 모습이 아닌 위성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본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카펫이 깔린 작은 방에 들어선 필자는 관측창을 통해 청정실 안을 들여다봤다. 그곳의 구석에 놓인 흰색 금속 컨테이너에 DSCOVR이 들어있었다. 안내자는 DSCOVR의 오염을 막기 위해 불활성 질소가스가 컨테이너 속으로 계속 주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DSCOVR은 이미 잊힌 존재처럼 느껴졌다.

책상서랍 어딘가에서 썩고 있는 유선 볼마우스처럼. DSCOVR이 이런 취급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도 공식적으로 속 시원하게 밝힌 바가 없다. 다만 고어 전 부통령은 지난 2009년 자신의 저서 ‘우리의 선택(Our Choice)’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시-체니 행정부는 2001년 1월 20일 취임 후 며칠 만에 트리아나 발사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NASA를 압박해 위성을 창고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NASA의 선임 물리학자 워렌 위스 콤비 박사 역시 NASA의 지구과학계획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결정을 비난한다. “누가 이 임무를 취소시켰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러나 배후에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DSCOVR 암살자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미첼 앤더슨도 DSCOVR 스토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적이 있다. 그 또한 익명을 요구한 NASA 출신 정보원을 거론하며 임무 연기의 배후에 체니 전 부통령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정보공개법에 의거, 5건의 DSCOVR 관련 문서 공개를 요청했다.

2006년 그가 NASA에 요구한 문서를 받아보는 데는 무려 11개월이 걸렸다. 당시 블로그를 통해 앤더슨은 이런 글을 남겼다. “처음 NASA는 이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중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메일로 해당 문서를 보내오기는 했지만 스캔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아 문서의 맨 위와 아래가 잘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NASA가 전해준 70페이지 분량의 문서 대부분은 과학계의 저명한 학자들이 DSCOVR의 중단을 막기 위해 보낸 편지였다.

임무 중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서는 하나도 없었다. DSCOVR 발사가 취소된 지 6년이 흐른 2007년 5월, NASA는 35명의 위성 전문가들을 모아 워크숍을 열었다.

DSCOVR이 과연 수명을 다해 퇴역을 앞둔 기존의 미국 위성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참가자들은 이 위성이 독특한 관측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워크숍 보고서에도 “DSCOVR의 센서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중요하고 혁신적 관측을 해낼 잠재력이 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DSCOVR이 장기적으로 전체 위성네트워크를 대체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워크숍을 주재한 대기화학자 할 마링 박사는 당시 진행 중인 다른 위성 프 로젝트들이 DSCOVR의 임무 중 일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례로 NASA는 향후 10년 내에 새로운 지구 저궤도 기후관측 위성인 CLARREO를 발사할 계획이다.

마링 박사는 이와 관련 “CLARREO가 제공할 위성 보정 능력은 DSCOVR의 그것보다 훨씬 더 유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위스콤비 박사의 판단은 다르다. 그는 DSCOVR이 누명을 썼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DSCOVR을 ‘고어 위성’이라고 칭했습니다. NASA는 DSCOVR에 가장 적대적인 인물에게 워크숍의 주재를 맡긴 것입니다. 논란을 종결시킬 암살자를 선발한 셈이죠” 물론 아직 DSCOVR은 죽지 않았다.

계획 취소에 대한 모든 논의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연방총괄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DSCOVR의 탐사장비를 새로 바꾸고 비행에 투입할 준비를 갖추기 위한 예산 900만 달러가 배정됐다.

기상관측 없는 기상관측위성

고다드 센터에서 필자는 DSCOVR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조 버트 박사를 만났다. 그는 2009년 말 15명의 엔지니어로 이뤄진 작업팀이 DSCOVR을 상자 밖으로 꺼내 점검한 결과, 아직까지 매우 뛰어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추진제 탱크는 수년 동안 방치됐음에도 내부 압력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위성의 모든 기계장치가 잘 작동하고 있어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발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또 얼마 전 2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DSCOVR 위성에 탑재된 두 개의 탐사장비 EPIC과 NISTAR의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탐사장비들의 상태는 여전히 우수합니다. 작업팀은 여러 개의 필터를 교환했는데 필터가 많을수록 더 많은 종류의 에어로졸과 구름을 볼 수 있습니다” 버트 박사에 따르면 NASA는 얼마 전 DSCOVR의 모든 업그레이드를 완료했으며 이르면 2014년경 L1 포인트로 발사할 수 있다.

단지 그러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가 선결돼야 한다. 태 양 기후의 영향에 많은 관심을 가진 NOAA와 미 공군이 발사에 필요한 약 1억2천500만 달러의 자금을 분담해줘야 한다. 필자가 NOAA를 방문해 입장을 듣기 전까지 DSCOVR의 부활은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국 정부기구 사이의 입장차이가 DSCOVR의 장래를 여전히 위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 링의 NOAA 본부에서 만난 메리 키크자 부청장은 DSCOVR이 발사된다면 EPIC, NISTAR 등의 기후측정 장비가 언제쯤 탑재될 수 있을지 설명해줬다. 하지만 인터뷰 막바지에 키크자 부청장은 이렇게 못 박았다.

“하지만 지구과학은 NOAA가 추구하는 임무 목표가 아닙니다” 대신 그녀는 NOAA가 태양이 지상의 전자장비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DSCOVR에 태양이 내뿜는 플라즈마와 자기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 ‘코로나 그래프’의 장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태양의 플라즈마와 자기장은 지상 전력망이나 위성의 전자장비를 고장낼 수 있으며 항공기의 항법시스템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키크자 부청장은 재차 NOAA의 위성 발사 목적은 지구에 경고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러면 EPIC과 NISTAR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그 장비들은 NASA의 프로그램에 필요한 것입니다. 장비 운용에 필요한 지상시스템과 알고리즘을 개발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알고리즘이 개발됐는지를 묻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NASA에 물어보세요” 필자는 부처간 이기주의가 매우 심각한 모순을 유발할 수 있음에 전율했다.

NOAA의 입장대로라면 심우주 기상관측 프로젝트에서 기상관측 임무가 배재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류 현안 해결의 열쇠

과거 트리아나 설계팀을 이끌었던 발레로 박사는 이 같은 관료주의에 익숙하다. 75세인 그는 이미 오래 전 은퇴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만든 위성의 운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트리아나가 언젠가 제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정확히 평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NASA와 NOAA를 방문한 지 몇 주가 지난 뒤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산꼭대기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았다. 발레로 박사는 열성적으로 대화에 임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과거를 풀어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발레로 박사는 1968년 군사 쿠데타 직후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고 한다. 정치적으로 안정된 나라에서 과학을 연구하고자 함 이었다.

이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간 활동이 지구의 알베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트리아나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 위성이 가진 잠재력을 익히 알고 있었다. “트리아나의 성능은 지구저궤도 위성으로는 흉내 낼 수 없어요. 트리아나와 비교하면 지구저궤도 위성은 책의 한 페이지에서 단 한글자만 읽는 것과 같죠. 그래서는 절대로 전체 스토리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도 그는 트리아나로 인해 또 다른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트리아나, 즉 DSCOVR이 창고에 처박힌 이후 그는 공개적이고도 끈질기게 NASA 지구과학 프로그램의 방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DSCOVR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예산의 행방도 추궁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가 자국 로켓을 사용해 DSCOVR을 L1 포인트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접했다.

그것도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발레로 박사는 NASA에게 이를 수락하라고 종용했다. “위성은 이미 개발 완료됐고 무료로 발사해 주겠다는 이들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NASA에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런 곳에서 발사를 하면 위성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더군요. 위성에 대해 생각할 때면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입니다.”


미래의 상징

그에게 DSCOVR은 단순한 위성이 아니다. 현재 인류에게 가장 절박한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우리는 그저 진실을 알고 싶고 과학을 연구하고 싶을 뿐입니다. DSCOVR이 발사되면 이 목표는 이뤄지는 거죠. 이때는 정치가들도 훨씬 탄탄한 기반 위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런 발레로 박사의 생각과는 달리 DSCOVR에 예산을 뺏앗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분노를 품고 DSCOVR을 공격했고 NASA 내부에서조차 발레로 박사의 적은 늘어났다.

위스콤비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NASA 본부의 미움을 받았어요. 발레로 박사의 이름은 그곳에서 저주의 대상이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발레로 박사를 만난 지 1주일이 지난 후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2011년도 예산안에서 향후 5년 간 NASA의 지구과학 연구 예산이 24억 달러로 증액된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자금이면 NASA는 2011년 한 해 동안 3대의 지구관측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발사 대상 위성 중에는 DSCOVR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알베도를 모니터링 할 지구 저궤도 위성 ‘글로리(Glory)’도 포함돼 있다. 필자는 발레로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에 대한 감회를 물었다. 그는 조심스러웠다.

“NASA의 예산 증대가 과연 DSCOVR에도 좋은 소식일까요? 솔직히 그 부분은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적어도 현재의 NASA 분위기를 보면 그렇습니다. 지금의 NASA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싫어합니다. NASA는 과거처럼 지구저궤도 위성에 수십 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돈을 더 쏟아 부은 후에야 그만한 시간과 비용을 다시 투자해 L1 포인트와 같은 새로운 장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고는 이내 밝은 태도로 말을 이었다.

“DSCOVR은 언젠가 날아오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과학에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은 계속 질문을 하고 답을 요구하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DSCOVR은 미래의 상징입니다. 그 위성은 꼭 발사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입니다.”

  • 저작권자 2011.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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