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2019

세균도 이타적 행동을 한다고?

항생제를 이겨내는 세균의 비결은 이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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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 라운지 뻐꾸기는 남에게 자기 새끼를 맡기는 탁란의 대표적인 새로 유명하다. 직접 둥지를 만들어 힘들게 키우는 것보다는 남에게 맡기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걸 뻐꾸기는 잘 알고 있다.

남의 둥지에서 알을 깨고 나온 뻐꾸기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하는 행동은 더욱 가관이다. 아직 깨어나지 못한 원래 주인의 알이나 새끼를 가차 없이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서 죽여 버린다. 몸집이 이들에 비해 훨씬 크니, 먹이를 독차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 두목이 된 수컷 원숭이나 숫사자도 종종 집단 내의 다른 새끼들을 무참히 살육한다. 그래야 암컷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다.


이처럼 생존 경쟁이 치열한 동물들에 비해 인간 사회는 그래도 살 만하다. 생면부지의 남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주기도 하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 및 기부 활동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는 이처럼 타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를 이타주의라고 정의했다. 이기주의에 반대되는 용어로 쓰이기 시작한 이타주의는 인간을 동물과 구별 짓는 특성 중 하나로 이해됐다.

선천적으로 인간이 이타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은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펠릭스 바르네켄 박사는 기저귀를 찬 채 말도 거의 할 수 없는 생후 18개월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타인을 돕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유아들은 거의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해 옷걸이를 주워주고 책을 쌓아올리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아들은 일부러 물체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도움을 주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 타인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새끼 침팬지

그런데 바르네켄 박사팀이 새끼 침팬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타적 행동이 발견됐다. 포획 상태로 키워진 어린 침팬지들은 복잡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았지만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등의 단순한 실험에서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 특성을 나타냈다.

비인간 영장류가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돕는다는 걸 알아낸 이 실험을 통해 바르네켄 박사팀은 이타주의가 약 600만 년 전에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진화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타적 행동은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만의 고유 특성은 아니다. 이미 많은 동물들의 사례에서 이타주의가 확인되고 있다.

잠든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코스타리카산 흡혈박쥐는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동료에게 자신이 먹은 피를 게워내 나눠준다. 그 후 자신이 먹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에는 도움을 준 상대에게 똑같이 되돌려 받는다.

줄무늬다람쥐는 집단 서식지 주변을 경계하다가 포식자가 나타나면 소리를 내서 알려준다. 포식자 앞에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자신에게 매우 불리한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집단의 안전을 위해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셈이다.

이타주의하면 벌이나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을 빼놓을 수 없다. 암컷 일개미의 경우 자신의 생식 기능을 포기한 채 집단을 위해 온몸을 다 바쳐 일한다. 여왕개미가 낳은 어린 개미를 기르고 다른 곤충으로부터 지켜주며, 먹이 공급까지 담당하는 등 온갖 허드렛일을 다한다.


말레이시아의 목수개미는 집단이 위험에 빠졌을 때 마치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자신을 내던진다. 다른 집단과 전투를 벌이거나 포식동물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턱부터 배 끝까지 이어져 있는 긴 분비샘을 터뜨려 독물을 적에게 뿌린 후 자신은 죽는다. 일벌 역시 벌집을 건드리는 적을 막기 위해 침을 쏘고는 자살해 버린다.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설의 진화론에 배치되는 동물들의 이 같은 이타적 행동은 ‘혈연선택’과 ‘상호 이타주의 이론’ 등으로 설명된다.

혈연선택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구성원들이 공유한 유전자를 영속시키기 위해 자기 희생으로 다른 개체에 봉사한다는 이론이다. 또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개체 사이에서 네가 도움을 주니 나도 도와준다는 상호 간의 호혜적 행동으로 설명되는 것이 상호 이타주의 이론이다.

다른 세균을 돕는 이유는?

그런데 집단생활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나 사회성 곤충이 아닌 세균들도 이타주의로 위기를 극복해낸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지금까지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극소수의 세균이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시키는 적자생존의 법칙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미국 보스턴대 하버드 위스 연구소의 연구팀이 이콜리(E. coli)라는 세균으로 항생제 내성 획득 과정을 관찰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몇 마리의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살아남는 것은 맞지만, 이들은 자신의 자손만을 번식시켜 항생제 내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돌이라는 분자를 분비해 항생제에 약한 다른 세균들도 살아남게 하는 방식으로 집단 전체의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한다.

인돌이란 물질은 항생제 같은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할 경우 생산이 중단되지만, 돌연변이를 일으킨 슈퍼 세균들은 분비가 가능하다. 이들이 분비한 인돌이 약한 세균들의 배출펌프를 작동시켜 항생제를 이겨내게 했다.

그럼 돌연변이를 한 슈퍼 세균들은 왜 힘들게 인돌을 분비해 다른 세균들까지 살리는 이타적 행동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나약한 구성원을 도태시키지 않고 모두가 살아남으면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종족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일이 왜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를 작은 세균조차 인간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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