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동료들이 뽑은 착한 과학자는 누구일까

과학서평 /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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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진리를 밝히고 문명을 건설한 거인 50명의 인상을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 없을까.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는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답변을 하기 위해 쓴 책 같아 보인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부터 아직도 살아있는 제임스 왓슨까지 거인 50명의 목록에는 우리가 한두 번쯤 들어왔을 법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지식보다 상상이 더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은 온 세계를 포괄하니까’는 말은 아인슈타인이 했다고 전해진다.

위대한 거인 목록에는 마리 퀴리도 등장한다. 남편과 한차례 노벨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단독으로도 노벨상을 받았다. 게다가 그녀의 딸도 역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과학사 교수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Ernst Peter Fischer)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한 여성 과학자를 슬쩍 끼워 넣었다. 리제 마이트너(Liese Meitner 1873~1968)이다. 마이트너는 여성이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를 수 없는 시절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지만, 1901년부터 오스트리아의 최초 여대생 중 한 명이 되어 물리학을 공부했다.

독일 훔볼트 대학에 세워진 리제 마이트너 동상 Ⓒ 위키피디아

독일 훔볼트 대학에 세워진 리제 마이트너 동상 Ⓒ 위키피디아

박사과정 학생으로 베를린으로 간 마이트너는 막스 플랑크의 지도를 받으며 오토 한과 함께 오랫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은 화장실이 없는 어두운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뒷문으로 다니던 시절이었지만 그녀의 업적은 내부 과학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나치 시절 스웨덴으로 쫓겨 간 그녀는 1938년 성탄절에 겨울 들판을 산책하면서 원자핵 분열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원자폭탄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여성 과학자였기에 그녀는 후에 오토 한이 노벨상을 수상할 때 공동 수상자의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제임스 맥스웰은 부인과 저택에 은거하면서 잉꼬부부로 지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화학자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정리한 책을 내는 덕분에 왕립과학연구소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지식보다 믿음이 먼저 있었고, 독일의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지멘스는 베르너 폰 지멘스가 개발한 발전기에서 시작한 회사이다. 지멘스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하루 9시간 일하고,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제도를 선도적으로 실천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덴마크를 빛낸 위대한 과학자 닐스 보어

동료 과학자들의 존경을 받았던 ‘코펜하겐의 선인(善人)’ 닐스 보어에 대해 존 아치볼드 휠러는 “동료들에 미친 중대한 영향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 노자, 공자, 부처 같은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확신을 품게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이젠베르크가 자신의 진정한 과학적 업적은 괴팅겐에서 닐스 보어와 산책할 때 시작했다고 ‘부분과 전체’라는 책에서 고백했다. 양자역학에 대한 중요한 개념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르는 것도 보어의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과학 신동이었던 볼프강 파울리는 21세 때 백과사전의 ‘상대성이론’ 부분을 200쪽에 걸쳐 썼는데 이 글을 본 아인슈타인을 감동시켰다. 저자는 파울리를 아는 사람이 이토록 적은 것이 안타깝다고 썼다.

에르빈 슈뢰딩거는 공공연하게 애인이 많았으며 연애시집도 냈다. 이에 비해 입자물리학자이면서 후에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소장도 지낸 빅토어 바이스코프는 57년 동안 아내만 보며 살았으며, 모차르트와 양자역학을 연결하면서 직업은 과학자였지만, ‘음악은 여전히 나의 종교’라고 선언했다.

서독 대통령을 지낸 리하르트 바이츠제커의 형인 과학자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는 1957년 원자물리학자 18명과 함께 괴팅겐 선언을 주도하고 독일 연방군의 핵무장에 반대했다.

19세기 이래로 유명한 생물학 연구소가 있는 콜드 스프링 하버에서 1951년 여성 과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이 오늘날 교과서에도 실린 ‘도약 유전자’에 대해서 발표했지만, 반응은 싸늘하고 질문도 하나 없었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이것을 발견한 공로로 그녀는 1983년에야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과학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생 옥수수를 끼고 연구한 그녀는 ‘외로울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결혼할 이유를 도통 찾지 못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이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는 하버드 대학을 버리고 소장으로 온 제임스 왓슨의 활동에 힘입어 지금은 세계적인 생물학연구소로 발전했다. 왓슨이 뉴욕 부자들의 기부금을 끌어오기 위해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구두끈은 풀리며 우물거리는 말투로 설명했다고 한다. 상류층은 이런 태도를 천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 책은 중학생 때 읽은 다이제스트 세계문학을 생각나게 한다. 다이제스트 세계문학은 수십 권의 서양문학 서적을 요약한 것이어서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서양문학의 흔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즉 이 책은 인물 중심으로 줄여놓은 ‘다이제스트 서양과학사 500년’이라고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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