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물에 빠지면 ‘구명조끼’가 되는 가방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4) 어린 생명을 구하는 가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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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신생아나 소아 같은 유년층의 사망률은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해당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낙후된 의료 시설과 위험한 생활 환경을 꼽는다. 인큐베이터 하나 없는 의료 환경에서 많은 아기들이 목숨을 잃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를 가기 위해 물을 건너고 산을 넘다가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간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임브레이스 ⓒ inc.com

간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임브레이스 ⓒ inc.com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특수한 가방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가방은 신생아들의 체온을 조절해주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물을 건너는 학생들에게는 구명조끼가 되어주는 만능 가방이다.

조산아들의 저체온증 예방에 기여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인큐베이터가 필요한 조산아들은 매년 2000만 명 정도가 태어나는데, 이 중 400만 명 정도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산아들이 일찍 사망하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저체온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산아의 경우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적절한 온도에서 자라지 못한 조산아들은 소아 당뇨나 심장 질환과 같은 질병에 걸리기 쉽다. 또한 낮은 지능과 발육부전 등으로 고생하면서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조산아로 태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열을 공급해 주는 일이다. 바로 의료 현장의 필수 장비인 인큐베이터가 탄생하게 된 원인이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조산아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큐베이터를 통해 체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난 조산아들의 경우는 그런 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큐베이터 가격이 대당 2만 달러가 넘기 때문에 저개발 국가 의료 현장에는 보급이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설사 인큐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먹고사는 일이 시급한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는 인큐베이터 이용이 사치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임브레이스의 작동 개요 ⓒ globalhealthecare

임브레이스의 작동 개요 ⓒ globalhealthecare

미 스탠포드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제인 첸(Jane Chen)’과 동료들은 네팔과 인도를 여행하다가 이 같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접했다. 이들은 귀국 후 자신들의 디자인 지식을 활용하여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인큐베이터의 핵심기능만 적용한 제품인 간이 인큐베이터를 개발할 수 있었다.

간이 인큐베이터의 이름은 임브레이스(Embrace)다. 아기를 감싸는 가방 형태로 만들어진 이 인큐베이터는 팩과 따뜻한 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팩 안에는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PCM(Phase-Chang Material)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

임브레이스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전기가 없어도 상관없다. 음식을 데울 때 중탕을 하듯이 팩을 온수에 20분 정도 담가서 데우기만 하면 된다. 데운 팩은 최고 37℃까지 오르면서 신생아의 생존에 적절한 온도를 제공한다.

이와 관련하여 첸 디자이너는 “데워진 팩을 포대기처럼 생긴 슬리핑백(Sleeping Bag) 아래에 깔고 그 위에 아기를 눕히기만 하면 된다”라고 설명하며 “보온 시간은 4시간 정도로서 35℃ 아래로 떨어지게 되면 팩만 교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가격도 실제 인큐베이터 가격에 비해 1% 정도에 불과하다. 인큐베이터는 대당 2000만 원이 넘지만 임브레이스는 슬리핑백 형태의 가방과 2개의 팩을 모두 합쳐도 22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다는 것이 첸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가방과 구명조끼 기능 겸용으로 학생 안전 확보

임브레이스가 조산아의 생명을 구하는 가방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라이프세이버(Lifesaver)’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 먼 거리를 오가는 학생들의 생명을 구해주는 가방이다.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아마존 열대 우림에는 배를 이용해서 강을 건너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도 강우량이 많기로 유명한 장소인데,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면 강이 범람하여 배를 타고 건너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다.

문제는 이런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학생들은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 강을 건너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무려 1만여 명의 아이들이 물에 빠지면서 소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이 되풀이되었다.

평소에는 가방 역할을 하다가 물에 빠지면 구명조끼로 변신하는 라이프세이버 ⓒ Mundo LUKI

평소에는 가방 역할을 하다가 물에 빠지면 구명조끼로 변신하는 라이프세이버 ⓒ Mundo LUKI

이 같은 비극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의 유명 제과기업인 ‘문도루키(Mundo LUKI)’와 적십자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학교에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 결과 구명조끼 기능을 할 수 있는 라이프세이버 가방을 개발하게 되었다.

콜롬비아 적십자사의 관계자는 “이 가방을 착용하면 물에 빠져도 머리가 물속으로 잠기지 않고 하늘을 보고 떠 있을 수 있도록 해 준다”라고 소개하며 “가방과 구명조끼의 기능을 결합한 적정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 가방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귀여운 캐릭터 모양으로 제작되어 있는데, 특히 형광색으로 칠해져 있기 때문에 물에 빠지더라도 어디에 있는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호루라기와 심폐소생술(CPR)에 대한 안내서도 함께 들어있어 위급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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