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제조업 혁신의 출발점은 소재 기술 확보

소재 테크페어 개최…기술 개발 성과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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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코엑스에서는 올해 국내 소재 산업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개발 중인 첨단 소재들의 미래상을 전망해 보는 행사인 ‘2019 글로벌 소재 테크페어’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소재 르네상스, 제조업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주제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내 소재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지향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기술 개발 사례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올해 국내 소재 산업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개발 중인 첨단 소재들의 미래상을 전망해 보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올해 국내 소재 산업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개발 중인 첨단 소재들의 미래상을 전망해 보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기존 투명 전극 소재는 변형 디스플레이에 적용 불가능

‘투명 전극 소재, 국산화 성공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윤창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나노기술그룹 수석연구원은 “이번 개발로 대일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투명 전극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밝히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투명전극 개발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투명 전극이란 투명하지만 금속 재질이 증착되어 있어서 전극을 형성할 수 있는 필름을 말한다. 투명 전극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고 있는데, 디스플레이의 필수 원리인 발광하는 빛이 외부로 손실 없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전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투명 전극의 소재로는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사용되어 왔다. 강한 내구성과 높은 전기 전도도, 그리고 반도체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화면이 형성되어 있는 디바이스에는 모두 ITO로 만들어진 투명 전극이 적용되었다.

그런데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변하면서 ITO 사용에 문제가 생겼다. ITO가 탄성이 없는 딱딱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디스플레이를 휘거나 구부릴 때 ITO가 깨지면서 소재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존 투명 전극 소재는 평평한 디스플레이에만 적용할 수 있다 ⓒ free image

기존 투명 전극 소재는 평평한 디스플레이에만 적용할 수 있다 ⓒ free image

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바로 이 같은 문제에 주목했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변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듐의 고갈로 ITO를 소재로 하는 투명 전극은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대체 소재 개발을 서둘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윤 박사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대의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대부분의 인듐이 고갈될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전하면서 “인듐의 희소성으로 인해 ITO의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라도 대체 소재 개발을 해결해야만 했다”라고 덧붙였다.

화학적 방법이 아닌 물리적 방법으로 난제 해결

윤 박사와 연구진이 개발한 투명 전극 기술은 전도성 고분자 박막인 ‘PEDOT:PSS’에 레이저를 쪼여 ITO 소재와 비슷하게 전기 전도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PEDOT:PSS는 플라스틱 소재로 형태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압력을 가해도 쉽게 깨지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ITO에 비해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전기 전도도가 문제였다.

그동안 전도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유기용매나 계면활성제 같은 화학 첨가제를 사용했지만, 전기 전도도가 ITO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환경오염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그동안 추진했던 화학적 방법을 배제하고 레이저라는 물리적 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 과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레이저를 쪼여 발광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연구하던 중, 유사 물질인 전도성 고분자에 레이저를 투사했더니 예상과 달리 전기 저항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윤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PEDOT:PSS는 긴 가닥이 실 뭉치처럼 뭉친 형태로서, 전기가 잘 통하는 PEDOT을 PSS가 피복처럼 둘러싼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박막의 전도도를 올리려면 PEDOT을 노출시켜 서로 연결되도록 만들면 되는데, 기존의 화학적 방법은 PSS를 화학 물질로 녹여 PEDOT이 노출되게 만드는 방식이어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연구진은 여기서 PEDOT의 반응에 주목했다. 레이저를 쏘면 PEDOT만 빛을 흡수하여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에 관심이 모아진 것.

윤 박사는 “레이저를 투사하면 PEDOT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이를 둘러싼 PSS가 먼저 녹아버린다”라고 설명하며 “마치 전선이 과열되면 피복이 녹아 구리선이 드러나듯이 PEDOT이 노출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투명 전극 소재 ⓒ 생산기술연구원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적용될 투명 전극 소재 ⓒ 생산기술연구원

연구진은 PEDOT:PSS에 여러 파장대의 레이저를 쪼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1064㎚ 파장대의 적외선 레이저를 쪼이자 전기 전도도가 1000배가량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ITO보다 전기 전도도가 낮아 그동안 상용화하기 어려웠던 PEDOT:PSS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는 PEDOT:PSS의 전도도를 ITO 수준으로까지 높인 세계 최초의 연구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성과가 산업계에서 특히 환영을 받는 이유는 투명전극 분야의 소재 자립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PEDOT:PSS 용액은 국내 조달이 가능하므로 대일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ITO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또한 용액과 레이저 장비만을 사용해서 간편하게 전도성 고분자 박막의 전도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투명전극 제작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박사는 “이번 기술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사용자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나 폴더블 태양광 패널 제작과 같은 분야에서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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