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통제구역의 도로시(10)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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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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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중력 구역의 딥스페이스는 이제 막 폐점 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우겨대던 취객들은 거리로 내쫓겼다. 삐걱거리는 청소 로봇들이 취객과 부딪혀가며 더러워진 거리를 청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취객의 소란 외에, 여느 도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침의 분주함은 이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일찍부터 상업 구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대개 베타 거주 구역에 살았다. 스테이션 최외곽의 사람들은 야행성이다. 태양이 비추는 시각이 되면 거리는 급격히 조용해지고, 로봇들에 의해 깔끔하게 정돈되고, 사람들은 낮 동안 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다시 도박장과 암시장과 술집으로 흩어져 활동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드물게 부지런한 유미는 딥스페이스의 문을 걸어 잠그던 중이었다. 인공태양이 비스듬하게 내리비치면 낡은 딥스페이스의 외관에서도 아침의 운치가 느껴졌다. 그때 호버 하나가 딥스페이스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유미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멈춰 선 호버에서 내린 사람은 다나였다.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여길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다나는 술 냄새를 잔뜩 풍기는 취객들을 미간을 찌푸리며 노려보다가, 유미를 향해 걸어왔다. 유미가 싱긋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네 도움이 필요해. 스테이션 사람들에게 얼른 알려야 할 것이 있어.”

다나가 지시한 바는 이러했다.

뉴런 칩의 기억을 백업하고, 백업본을 차단 상자 안에 보관할 것. 돈이나 귀중품을 숨겨둔 곳이 아니라 건물 외벽,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을 꼼꼼히 살펴볼 것. 수상한 벽이 있으면 두드려 볼 것……. 다나의 지시를 듣는 유미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졌다.

“알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유를 말해야 사람들이 납득하지 않을까요?”

“나도 조사 중이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

“혹시 폭발물을 찾는 건가요? 누군가 스테이션에 테러를 감행하려고 하는 건, 충분히 미리 겁먹을 일인 것 같은데요.”

유미는 다나의 지시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황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폭발물은 없었지만, 위력은 그에 못지않을지도 모른다.

“테러라고 할 수 있겠지. 단순한 테러가 아니야. 당분간은… 아주 눈에 띄거나 뭔가 폭발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서 더 위험한 거고.”

“잘 이해가 안 되네요.”

“나도 빨리 이 상황을 이해하고 싶어.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기억을 백업하는 거야.”

“당신 혹시… 스테이션 사람들의 기억을 수집하려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건 아니죠?”

다나는 유미가 농담을 하나 싶어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유미는 꽤 진지해 보였다. 다나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나에게는 우주 전역에서 온 고객들이 있어. 스테이션에 처박혀 살아가는 사람들 기억이라고 해봐야 별거 없을 텐데, 내가 뭐 하러 고생해서 수집하겠어?”

유미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증거가 부족해서 유미를 완전히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다나는 유미를 전적으로 신뢰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았을 때, 스테이션 사람들을 어떤 위협에 대비하게 돕는 일은 유미가 충분히 해낼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우주항에 갑자기 들어온 낯선 외부인들의 출신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다나의 짐작이 맞는다면 여러 구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무단 침입자들은 실제로 한 명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가 소녀처럼 조종당하는 사이보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고용된 외부인일 가능성이 컸다. 그들에 대해 알아보려면 캐서린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편리했다.

하지만 다나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조사를 중단하라고 하네요.”

캐서린이 미안한 듯이 말했다. 보안 관리국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 진지하게 착수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캐서린이 개인적으로 조사를 한답시고 우주항의 외곽 지역을 휘젓고 다니는 것에 항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말은 다나에게 꽤 이상하게 들렸는데, 불쾌한 무단 침입자들을 조사해줄 것을 먼저 제보한 건 스테이션 주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관리국에서는 단지 조사를 중단할 그럴듯한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유의미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수사에 착수할 건가?”

“물론이죠. 지금은… 그냥 여러 구역에서 무단 침입이 있었다는 게 사건이 된다는 걸… 본부에서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워낙 드문 일이기도 하고요.”

다나는 아직 캐서린에게 자신의 집에서 기절해 있는 사이보그 소녀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소녀가 집에 설치한 의문의 기계에 대해서도. 단지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수상하다고 약간의 단서를 흘렸을 뿐이다. 자신이 캐서린을 만나자마자 소녀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이유를 확실히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다나는 일단 수긍하는 척하며 물러났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굳이 말하자면 이것은 어떤 직감에 가까웠다. 캐서린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다. 유미가 말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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