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우주왕복선의 이름(1)

이름들의 오디세이(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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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에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무인’ 우주왕복선 (X-37B Orbital Test Vehicle(OTV))이 2년 넘게 지구 궤도에서 비밀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다. 무인 우주왕복선이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고, 조종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우주왕복선을 원격 조종 혹은 자율 조종으로 무사히 착륙시켰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유인’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된 지도 어언 8년이 넘었다. 초창기 몇 차례의 우주왕복선 발사와 귀환은 전 세계인들이 숨죽이며 지켜보던 짜릿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로의 발사와 귀환이 별문제 없이 진행되자 사람들도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 우주왕복선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첫 우주왕복선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마지막 우주왕복선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을 달에 실어 간 아폴로가 7번 발사되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었는데, 모두 135회나 발사된 우주왕복선 소식에 일반인들이 귀 기울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두 번의 사고(1986년과 2003년)는 전지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동시에 우주왕복선 사업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하고도 3개월 동안 5대의 우주왕복선이 이어달리기 선수들처럼 부지런히 화물과 승객들을 싣고 지구 저궤도를 오르내렸다. 30년 동안 모두 833명이 우주왕복선을 이용했고, 허블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인공위성, 우주 실험실, 우주탐사선, 우주정거장 시설물 등이 실려서 우주로 나갔다. 우주왕복선의 우주 체류일은 총 1323일에 이른다.

NASA의 우주왕복선 선단(fleet). 뉴욕 인트래피드 박물관.  ⓒ 박지욱

NASA의 우주왕복선 선단(fleet). 뉴욕 인트래피드 박물관. ⓒ 박지욱

우주왕복선이라고 하면 희고 통통한 동체, 커다란 삼각 날개, 까만 바닥이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비행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출발은 로켓처럼 수직으로, 도착은 비행기처럼 착륙하는 독특한 방식의 우주선+비행기(space plane)다.

우주왕복선은 발사 때는 커다란 외장 연료탱크(ET)에 업힌 채, 양 끝의 고체 로켓 부스터(SRB)와 함께 이륙한다. 우주로 나아가 지구 궤도에 도달하면 궤도선(orbiter)만 지구 주변을 돈다. 속도는 음속의 20배에 달한다.

이 궤도선이 우주인들의 생존 공간이다. 종종 궤도선 밖으로 나가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로봇 팔을 이용해 하역 작업을 하기도 한다.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할 때도 궤도선만 돌아온다.

지구 궤도에서 이탈한 후 대기권에 접어들면 무동력 글라이더가 되어 대기권을 활강해 길이 4500미터의 활주로에 정확히 내려앉아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우주왕복선을 역사상 가장 조종하기 어려운 비행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궤도선 각각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실전 투입 순서대로 꼽아보면 컬럼비아,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왜 없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주왕복선 OV-101 엔터프라이즈. 뉴욕 인트래피드 박물관.  ⓒ 박지욱

우주왕복선 OV-101 엔터프라이즈. 뉴욕 인트래피드 박물관. ⓒ 박지욱

제일 먼저 선을 보인 1호 우주왕복선은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OV-101)이다. 궤도선(OV, Orbital Vehicle) 번호로 보아도 OV-101이다.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우주로 나간 적은 없고 지구 대기권에서만 시험용으로 썼다. 특별히 개조한 B747-100 점보의 등에 업혀 높은 하늘로 올라간 다음 무동력 활공 및 착륙 시험을 했다. 플로리다의 케네디우주센터(KSC) 발사장에서 외장 연료탱크와 고체 로켓 부스터를 장착하여 이륙 자세로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발사된 적은 없다.

원조 우주왕복선답게 아주 멋진 이름도 붙였다. 원래 생각했던 이름은 ‘헌법(憲法)’이란 의미의 ‘컨스티튜션(Constitution)’이었다. 출시한 날도 미국의 제헌절인 1976년 9월 17일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SF 드라마 ‘스타트렉(Star Trek)’ 팬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우주 전함 ‘엔터프라이즈(USS Enterprise)’의 이름을 우주왕복선에 붙여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팬들이 쓴 편지 수십만 통이 백악관으로 쇄도했고, 대통령이 나서서 일을 해결했다는 후문이다. 엔터프라이즈는 현재 뉴욕 항에 있는 인트레피드(Intrepid) 항공 우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스타 트랙의 출연진과 작가들 기념 촬영 1976년 9월 17일(미국 제헌절).  ⓒ 위키백과

스타 트랙의 출연진과 작가들(1976년 9월 17일, 미국 제헌절). ⓒ 위키백과

컬럼비아(Columbia, OV-102)는 처음으로 우주에 나간 왕복선으로 1981년(STS-1)부터 2003년(STS-107)까지 28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컬럼비아의 이름은 미국 최초로 전 세계를 일주한 선박의 이름이자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 성공한 아폴로 11호의 사령선(CM) 이름이기도 하다. 세계 일주도 처음, 달 착륙도 처음, 우주왕복선도 처음이란 의미가 된다.

하지만 컬럼비아는 2003년 귀환 도중에 사고로 공중분해되어 7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지금도 컬럼비아는 우주왕복선 시대의 맏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케네디우주센터. ⓒ 위키백과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케네디우주센터. ⓒ 위키백과

챌린저(Challenger, OV-099)는 1983년(STS-6)부터 1986년(STS-151-L)까지 10회의 임무를 수행했다. 챌린저의 OV 번호가 99인 것은 챌린저가 원래는 시험용 궤도선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실전에 투입될 궤도선으로 개조했지만 OV 번호는 여전히 99이다.

챌린저의 이름은 1870년대에 대서양과 태평양을 항해했던 영국 해군 탐사선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리고 마지막 유인 달 탐사선이었던 아폴로 17호의 달착륙선(LM)의 이름이기도 하다.

챌린저는 비극(Challenger disaster)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컬럼비아 보다 17년 앞선 1986년에 발사 도중에 공중 폭발되었고, 그 장면이 생중계 화면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전해지는 바람에 미국인들은 큰 트라우마를 겪었다. 이 사고로 2년 반 동안 우주 왕복선 사업은 중단되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 ⓒ 위키백과

우주왕복선 챌린저 ⓒ 위키백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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