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장거리 무선통신의 비밀을 밝히다

노벨상 오디세이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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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아마추어 발명가였던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1901년 12월 12일, 영국 콘월 주의 폴듀에서 3570㎞ 떨어진 캐나다 뉴펀들랜드 주의 세인트존스까지 무선통신에 성공했다. 그가 보낸 첫 번째 무선 송신 내용은 알파벳 ‘S’자였다.

단 한 자의 송신에 불과했지만 그 파장은 엄청났다.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전파를 최대한 멀리 보낼 수 있는 범위가 160~320㎞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지구는 둥근 데 비해 전파는 직진하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마르코니는 자신이 보낸 전파가 대서양을 가로지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전파가 지표면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직진하는 전파가 그처럼 멀리까지 이동한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구 상공에 무선 전파를 반사시키는 전리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4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애플턴. ⓒ britannica.com

지구 상공에 무선 전파를 반사시키는 전리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4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에드워드 애플턴. ⓒ britannica.com

수수께끼는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졌다. 1924년에 영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애플턴 등이 지상에서 약 100㎞ 상공에 전파를 반사하는 전리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무선파를 지구로 반사시키는 층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견한 이는 1902년 O. 헤비사이드와 A. E. 커넬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리층의 존재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다 애플턴이 바네트와 함께 주파수 변조방식이라는 방법으로 무선파를 반사하는 전리층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전리층에는 헤비사이드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군에 입대하면서 무선통신에 관심

그로부터 3년 후 애플턴은 헤비사이드층보다 더 높은 지상 230㎞ 상공에 존재하는 또 다른 반사층을 발견했다. 애플턴층이라고 명명된 이 전리층은 태양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되는 정도가 더 커서 무선파를 더 강력하게 반사한다. 또한 밤이 되면 거의 이온화가 없어지는 헤비사이드층과 달리 공기가 희박한 애플턴층은 밤 시간에도 대부분 변화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흡수 반사해 무선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리층은 현재 고도 90㎞ 이하의 D층과 90~160㎞의 E층, 그리고 고도 160㎞ 이상인 F층의 세 영역으로 크게 구분되고 있다.

애플턴은 양모 제조공장으로 유명하며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1892년 9월 6일에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음악과 크리켓에 유독 흥미를 보였던 그가 무선통신에 흥미를 가지게 된 건 군에 입대하면서부터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해 공병대로 배치받았던 것. 거기서 무선 시스템으로 불리는 새로운 라디오 기술을 접했던 그는 전쟁이 끝나고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후 라디오 전파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1920년부터 1924년까지 캐번디시연구소에서 일한 후 1924년에는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의 물리학 교수가 되었다. 당시 그는 런던 캠퍼스를 놔두고 연구를 할 때는 외곽에 위치한 햄스테드 캠퍼스로 옮겨 진행하곤 했다. 런던 주변에는 전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헤비사이드층을 발견한 이후 그는 전리층에 관한 연구에 심취했다. 또한 그는 연구 중에 관측한 수치가 비행 중의 항공기에 의해 뒤섞이는 현상을 확인했는데, 그것이 레이더 개발의 기반이 됐다. 전리층에 반사되지 않는 레이더의 파장은 발사된 전파가 직선으로 진행한 후 목표물에 반사되어 돌아온다.

영국의 핵폭탄 개발 및 레이더 연구에 참여

비행기 등의 추적에 사용되는 레이더파는 수증기의 함량이 다른 공기를 통과할 때 경로가 바뀌는데, 이로 인해 멀리 떨어진 저기압의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의 추적 등 기상학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애플턴은 번개가 칠 때 생성되는 전자파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비롯해 태양 흑점이 강력한 전파 신호를 낸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애플턴층의 발견으로 무선통신, 무선공학을 비롯한 물리학 전반의 발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애플턴은 194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36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으로 옮겨 자연철학 교수가 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1939년에 과학산업청 장관을 맡아 영국 정부의 핵폭탄 개발 및 레이더 연구에 참여했다. 영국의 기사 작위, 미국의 우수 시민상, 프랑스 레지옹 되뇌르 훈장 등을 받은 애플턴은 1949년 에든버러대학으로 옮겨 부총장을 역임하다가 1965년 4월 21일 생을 마감했다.

전리층의 변화는 우주통신에 장애를 일으키거나 인간에게 민감한 자외선에도 영향을 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금껏 거의 이해되지 않았던 전리층 탐사를 위해 지난해에 골드(GOLD)와 아이콘(ICON)이라는 위성 두 개를 발사했다.

이 위성들이 전리층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게 되면 허리케인이나 지자기폭풍 등에 대응해 지구의 상층 대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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