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인간의 진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과학서평 / 폭발적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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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빅 사이언스에서 다룰 만한 내용을 정리한 ‘폭발적 진화’는 일본 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깔끔하게 생물의 진화를 정리 정돈해 놓았다.

지구에서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는데 출발이 되는 개념이 ‘공통선조’이다. 유전자를 분석해서 찾아낸 공통 생물의 이름은 루카(LUCA · the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한다. 우주의 탄생이 한 점이 폭발하는 빅뱅을 기준으로 삼아야 설명이 되듯, 생물의 진화와 변화 역시 이 루카를 기점으로 삼는다.

루카의 한쪽으로는 진정세균으로 뻗어나갔다. 진정세균은 대장균, 식물성 플랑크톤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균이다. 또 다른 큰 방향으로 고세균과 진핵생물이 가지를 쳤다.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조민정 옮김 / 생각정거장 값 13,800원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조민정 옮김 / 생각정거장 

진핵생물은 핵이 있는 세포를 가진 그룹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은 모두 진핵생물에 해당한다. 고세균은 비교적 늦은 1977년에 처음 발견됐다. 메탄생성세균 등 특수한 환경에 있는 세균이 많다.

진핵생물은 약 19억 년 전에 출현했으며, 약 40억 년 전부터 19억 년 전 사이에는 고세균과 진정세균만 존재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쓴 것 같은 이 책의 특징은 진화를 인간의 10개 기관으로 나눠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한 점이다. 40억 년 전 생물이 태어난 시점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나기까지의 진화 과정을 인간의 몸에서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첫 번째 기관은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는 막(膜)이다. 막으로 보호해야 그 안에서 대사도 일어난다. 저자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를 바이러스라고 분류하는 편에 서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는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생물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일까?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일본 과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생물은 설계도(DNA)를 바탕으로 도구를 써서 단백질을 만들고, 바이러스는 설계도 밖에 없다.’  생물은 단백질을 만드는, 다시 말해서 대사작용을 하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그 도구의 이름은 리보솜 유전자이다. 과학적 설명만 나열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잘 들어오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저자가 설명하는 생물의 기관은 입이다. 생물이란 폐쇄된 공간에 튜브가 삽입된 구조로 되어있다. 튜브의 시작과 끝은 입과 항문이다. 턱도 없이 구멍만 뚫린 턱없는 물고기를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턱의 발달이 진화의 중요한 한 단계임을 설명한다.

마찬가지 요령으로 저자는 뼈, 눈, 폐, 다리, 깃털, 뇌, 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생명을 거론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10개 기관에 대한 요약된 진화 과정은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약 40억 년 전 지구에 생물이 탄생한 뒤로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현재의 인간은 최종적인 완성품인가 아니면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가? 맺음말에 슬쩍 끼워놓은 저자의 이 질문에 부딪치면 독자들은 당장 자기를 돌아보게 된다.

인간의 진화가 끝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미완성품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저자는 지금의 인간이 최종 목표지점은 아닐거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결론이 다소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행복한 가설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실수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은 미완성품이기 때문이라는 아주 합리적인 핑곗거리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거대과학의 이야기를 축약하는 바람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저자의 돌발적인 질문은 과학을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생물과 하얀 구름을 비교한다. 하늘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하지만 구름은 4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름일뿐, 인간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바보스러워 보이는 이 질문은 무엇이 생명인지를 돌아보게 하면서, ‘인간이 태어나려면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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