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불공정한 기후변화는 없다?

방치하면 2100년 전 세계 GDP 7%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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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빈곤‧인권 관련 특별담당관인 필립 알스턴은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를 불러와 빈부 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행해진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다.

보고서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에 몰아쳤을 때의 사례를 증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당시 수천 명의 저소득층은 며칠 동안 전기와 의료 서비스도 없이 방치된 데 비해 맨해튼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본사는 수만 개의 모래주머니가 설치되고 사설 발전기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았다는 것. 마치 최근에 상영된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사례인 셈이다.

기후변화는 이 같은 지역 및 계층 간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불평등도 심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는 세계 주요 20개국(G20)에서 배출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약 75%는 가난한 국가에서 발생한다.

기후변화가 현 상태로 진행될 경우 덥고 가난한 국가뿐만 아니라 고위도 지역의 부자 국가들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Image by Tumisu from Pixabay

기후변화가 현 상태로 진행될 경우 덥고 가난한 국가뿐만 아니라 고위도 지역의 부자 국가들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Image by Tumisu from Pixabay

이에 따라 지난 50년간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경제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위도에 위치한 추운 부자 국가 14개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평균 13% 증가했다. 하지만 적도 부근에 있는 가난한 국가 18개국은 GDP가 17~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

고위도의 추운 국가들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경제 생산성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 된 반면 열대 지역에 위치한 가난한 국가들은 최적 기온에서 더욱 멀어진 탓이다. 또한 가난한 국가일수록 농업 의존도가 높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정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즉, 기후변화가 기후 불의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기는 정의와 공정함의 위기이기도 하다.

고위도 지역의 부자 국가들도 GDP 감소

그런데 기후변화가 현 상태로 진행될 경우 덥고 가난한 국가뿐만 아니라 고위도 지역의 부자 국가들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카미아르 모하데스(Kamiar Mohaddes) 교수는 1960년부터 2014년까지 174개국의 데이터를 이용해 기준 이상의 온도가 소득 수준에 미치는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런 다음 미래와의 관계를 예측해 기후변화가 각국의 GDP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추정했다.

그 결과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처럼 매년 0.04℃씩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세계 1인당 실질 GDP가 2100년까지 7.22%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지구온난화 때문에 경제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던 캐나다의 경우 2100년까지 GDP가 13% 이상 감소한다.

미국은 GDP의 10.5%를 잃게 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현재 미국 48개 주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등 10개 분야를 조사한 결과 모든 주의 각 부문이 홍수, 가뭄, 고온 등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일본, 인도, 뉴질랜드는 각각 10%, 러시아는 9%, 영국은 4%의 GDP가 사라지게 된다. 모하데스 교수는 추위나 폭염, 가뭄, 홍수, 자연재해 등 기후조건이 역사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파리기후협정 준수하면 경제 피해 최소화

하지만 2015년에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파리기후협정을 준수할 경우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2100년까지 전 세계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유지하려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면 연간 기온 상승폭이 0.01℃로 유지돼 전 세계 GDP 손실이 1.07%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것. 미국 및 캐나다의 GDP 손실도 약 2%로 낮출 수 있다.

이 연구는 모하데스 교수팀을 비롯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존스홉킨스대학, 중국 칭화대학,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연구원들이 함께 진행해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발표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거의 모두 기후변화의 피해가 열대지방이나 가난한 국가에서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추운 지방의 부자 국가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거나 심지어 이득을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사실이라면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모두 공정하며, 파리기후협정의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번 연구가 일깨워준 셈이다.

카미아르 모하데스 교수는 한 가지 충고를 덧붙였다. 이번 예측은 미래에 예상되는 더 극단적인 기후변화의 파생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예측한 전 세계의 GDP 손실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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