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공감각이 회복되면 문명이 뒤집힐까?

과학서평 / 공감각

FacebookTwitter

두껍지 않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잃어버린 그 무엇이 불현듯 생각날 것 같다. 아련한 파라다이스 같은 세상,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피안의 세계, 언젠가는 반드시 회복해야 할 아름다움의 세계 같은 것이다.

사춘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그 시절에 사람들은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비상하려고 몸부림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조금만 더 가면 올라설 것 같은 그런 신세계가 손에 닿을 듯 말 듯 했던 그런 기억이다.

그러나 동시에 환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다가 세상에서 따돌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함께 던져준다.

‘공감각’ (SYNESTHESIA)은 그런 책이다. 색깔에서 소리를 듣고, 글자에서 색깔을 본다. 음식 냄새를 맡으면 가슴이 불타고,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사각형 삼각형 도형이 떠오르거나, 색깔의 바다에 빠진다.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값 14,800

리처드 사이토윅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값

공감각이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거나, 그런 특이한 특징을 가진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기는 100년이나 됐을까? 그때까지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다고 저자인 리처드 사이토윅(Richard Cytowic) 조지워싱턴 신경학과 교수는 말한다.

글자를 읽으면 색깔이 보인다고?

공감각이란 그만큼 신기하다. 사람들은 보통 한 가지 감각기관으로 한 가지 감각만 느낀다. 눈은 보고, 귀는 듣고, 손은 감각을 느끼고, 코로는 냄새를 맡고, 글자나 숫자를 지각한다. 그런데 공감각을 느끼는 사람들은 두 가지 이상 감각을 같이 느끼면서 전혀 새롭고 신기한 세계로 빠져든다. 대표적인 것이 글자에서 색깔을 보거나, 색깔을 보면 글자가 떠오르는 현상이다.

소리를 들으면 색을 보는 것이 색청(colored hearing)이다. 일주일의 각 요일을 색깔로 감지하는 것은 가장 흔한 공감각 징후이다. 혹은 글자·숫자·구두점 등이 흑백으로 인쇄되어 있어도 색깔로 본다.

어떤 공감각자에게 3은 체격이 좋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며, 알파벳 H는 주황색에 낮은 음성의 무시무시한 여성이고,  #기호는 베이지색에 성실하고 사나이다운 남자이다. 아리스토텔레스, 괴테, 뉴턴 같은 사상가들은 특정 파장의 빛과 소리의 주파수를 짝짓고 유추하고 추론했다고 공감각 학자들은 평가한다.

많은 유명 음악가들이 소리에서 색을 보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프란츠 리스트는 지휘하면서 연주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제발 푸르게 연주할 수 없어요? 그건 진한 보라색이야 짙은 장미색으로 가면 안 된다고!”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가 칸딘스키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칸딘스키가 그린 그림은 사물을 사각형·삼각형·선·원 등으로 단순화시켜서 조립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 칸딘스키의 미적 감각의 원천은 그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공감각 능력이었다.

신경심리학 창시자인 소련의 루리아(A. R. Luria)는 솔로몬 셰레솁스키(Solomon Shereshevsky)에 대한 책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남겼다. 셰레솁스키가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계도 없고 오류도 없는 기억력’을 가진 것은 그가 5중 공감각자였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기억할 때 5가지 감각을 사용해서 5중 기억장치를 가졌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기억력을 발휘했다.

어떤 할머니는 남편과 잠자리를 하고 나서 “이 자주색을 보세요.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라고 말했지만, 남편은 무슨 소리인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 놀란 이 여성은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 끝에 색깔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뿐임을 겨우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사랑은 언제나 자주색이었고 자주색이 움직이면서 모양·속도·양·색조를 바뀌는 경험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시끄러운 색, 달콤한 사람 같은 표현을 그저 은유라고 생각하지만, 공감각자들은 실제로 색에서 소리를 듣고, 사람에게 맛을 느낀다.

저자가 쓴 '수요일은 인디고 블루'에 들어간 삽화. 숫자마다 색깔이 있다.

저자가 쓴 ‘수요일은 인디고 블루’에 들어간 삽화. 숫자마다 색깔이 있다. ⓒ 위키피디아

몇 가지 공감각이 발현되는 현상만 나열해도 숨이 가쁠 정도로 너무나 신기한 세계이다. 소수의 공감각자들이 절대다수의 정상적인 사람들 틈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손뼉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5가지 감각을 사용하면 무한 기억력 발휘

공감각을 이해하면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람마다 보는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사실에 눈이 떠지면, 똑같은 사건, 똑같은 것을 보고도 당연히 그것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다른 증언을 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은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모두가 진실일 수 있다.

아마도 이 분야는 앞으로 엄청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각은 기본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각의 결합과 뇌회로의 결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공감각은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비율도 높다. 공감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탐구할 여지가 충분하게 조성됐다.

주변 환경도 공감각을 기르기 아주 좋은 환경으로 급격히 변했다. 어린아이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촉각과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아기는 태어날 때 공감각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출생 수개월 사이에 대부분 공감각 기능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급속히 발전하는 전자기기가 공감각의 발달을 도와주지는 않을까?

모든 사람에게 공감각이 회복한다면, 인간의 문명과 문화는 얼마나 새로운 차원으로 비상할지 정말 궁금해진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