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블록 쌓듯 조립하여 고층 건물 세운다

'프리패브' 공법 최신 트렌드·기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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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건설사인 P건설이 최근 ‘프리패브(pre-fab)’ 공법을 고층 건물로 분류되는 아파트 건설에 적용한다고 밝혀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패브란 ‘사용할 재료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다’라는 의미의 단어인 prefabrication의 약자다.

따라서 프리패브 공법이란 건축물의 주요 구조와 소재가 결합된 일체형 모듈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후, 건설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건축기술을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공법은 공장이나 연립주택 같은 저층 건물을 건설하는 데만 사용해 왔다.

블록 쌓듯 건물 모듈을 조립하여 건설하는 프리패브 공법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블록 쌓듯 건물 모듈을 조립하여 건설하는 프리패브 공법의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프리패브 공법은 건설 기간을 앞당길 수 있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점 때문에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건설 업체들이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5일 대한건축사회관에서는 ‘2019 프리패브 건축 세미나’가 개최되어 이목이 집중되었다.

대한철강협회와 서울시건축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미래 건설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리패브 공법의 최신 트렌드 및 기술을 전문가들과 함께 공유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전쟁 이후 파괴된 건물을 빠르게 복구하기 위해 개발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기술이지만 프리패브 공법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주택을 복구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부족한 인력을 보완하고 빠르게 건축물을 짓기 위한 해결 방법으로 시도되었다.

프리패브 공법을 개발한 나라답게 영국의 조립식 건물 시장은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 2007년에 이미 조립식 건축 시장은 4조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조립식 건축의 선두 주자다. 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일본 전체 주택 시장의 3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국내의 경우는 지난 1992년에 처음으로 군사시설과 학교 등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당시에 적용된 공법은 프리패브 방식이라기보다는 미리 만들어둔 콘크리트를 조립하는 형태의 건물인 ‘PC(precast concrete)’ 개념의 방식이었다. 본격적인 프리패브 공법의 도입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리패브는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조립식 공법이다 ⓒ 아주대학교

프리패브는 저렴하면서도 신속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조립식 공법이다 ⓒ 아주대학교

프리패브 공법이 선을 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안전성 문제로 인해 공장이나 5층 이하의 저층 건축물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어 왔다. 하지만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영국에는 25층의 건물이 지어졌고, 미국에서는 32층의 초고층 오피스텔이 건축 중에 있다.

프리패브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의 기본 구성인 기둥과 보 외에도 별도의 철근으로 보완하여 구조적 안전성을 높인 32층의 오피스텔이 완공되면, 현존하는 프리패브 건축물 중 가장 높은 빌딩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친김에 미국은 향후 10년 안에 100층 규모의 조립식 건물을 건축한다는 계획까지 밝힌 상황이다.

프리패브 공법의 핵심은 스틸하우스와 모듈러 건축물

‘프리패브 건축 시스템의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봉호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프리패브 공법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며 “프리패브 공법을 알기 위해서는 ‘스틸하우스(steel house)’와 ‘모듈러(modular) 건축물’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스틸하우스는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목재를 대체할 수 있는 표면처리된 아연도금 강판을 이용하여 건축하는 철골 구조 모듈의 주택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 주택보다 뛰어난 단열성과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스틸하우스는 일반적인 주택보다 뛰어난 단열성과 내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프리패브 건물을 일종의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시브하우스란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가리킨다. 건물 지붕과 벽 등을 두꺼운 단열재로 시공하고, 유리창은 3중의 겹유리로 만들어 내부와 외부의 열을 최대한 차단하도록 설계된 건축물이다.

또한 모듈러 건축물은 넓은 의미의 조립식 건물을 뜻하는 것으로서, 3차원의 건축 모듈(3D volumetric module)을 현장에서 조립하여 완성한 프리패브 공법이 적용된 건축물을 말한다.

스틸하우스는 목조를 대체하는 철골 구조 모듈의 주택을 말한다 ⓒ 아주대학교

스틸하우스는 목조를 대체하는 철골 구조 모듈의 주택을 말한다 ⓒ 아주대학교

조 교수는 모듈러 건축물의 장점에 대해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공사 위험을 낮출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예를 들어 고층 건물의 옥탑 구조물을 기존 방식인 철근 콘크리트로 시공하려면 약 6주 정도가 소요되지만, 철강재를 사용한 프리패브 공법을 사용하면 1주일 만에 종료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옥탑 같은 경우는 추락 사고의 위험이 큰 최상층의 작업인데, 프리패브 공법은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닥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프리패브 공법으로 지어진 대표적 모듈러 건축물로는 남극의 2번째 기지인 장보고 기지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기자단이 사용했던 숙소 건물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평창에 건축된 숙소 건물은 사용 후 해체 및 재사용을 목적으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행사가 끝난 후 사용된 소재의 재활용 가능성을 파악하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조 교수는 프리패브 공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의 경제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모듈러 건축 공사비 구성의 이해 △구조시스템과 건축물 용도의 궁합 △공장 생산 방식 △운송비 및 운송 중 손상의 고려 △습식공사 및 내화 비용의 고려 △해체 및 재사용 고려 △공기 절감의 효과를 통한 임대수익의 조기 실현 △효과적인 사업 모델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프리패브 공법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층수 및 층고의 제한 문제는 다양한 건축 기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모듈러 건축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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