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통제구역의 도로시(6)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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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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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말을 조합하면 지난 며칠간 베타 거주 구역과 델 중력 구역에서 침입 경보음이 울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는데, 대부분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가게나 가정집의 창고였고, 아무도 도둑의 얼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도둑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이상한 것이, 실제로 도난 피해를 본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하기는 했지만, 이틀 뒤에 서랍 구석에서 발견했다고 다시 제보해왔다.

결론을 내리면,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이 계속 스테이션 거주 구역에서 무단 침입을 시도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훔치려는 목적은 아니다.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은 캐서린의 말대로였다. 역시 그냥 넘어가기에는 찝찝할 정도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나는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도둑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며, 일부는 기억에 혼란까지 일으킨다는 점이다.

“남자? 아뇨, 여자였던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요즘은 약으로 몸집을 불리기가 워낙 쉬우니, 체형으로는 성별이나 출신 구분이 잘 안 되죠. 키가 작은 여자요? 글쎄요.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주 덩치가 컸거든요.”

그렇게 증언한 사람은 캐서린의 말로는 처음에 키 작은 여자를 목격했다고 주장한 사람이었다. 혹시 다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기억에 혼란이 있었던 걸까? 의아했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분명한 건 많은 사람이 서로 각각 다른 뒷모습의 도둑을 목격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도둑은… 오만 거주지 창고에 침입해서 경보 시스템을 울렸을 뿐, 정작 아무것도 훔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마지막 목적지는 거주 구역의 주점 ‘딥 스페이스’였는데, 스테이션의 가장 바깥쪽 고리에 있어 중력이 델만큼 강했다. 약한 중력에 좀 더 익숙한 다나에게 유쾌한 장소는 아니었다. 게다가 독한 담배를 피워대는 녀석들이 너무 많았고, 다들 다나를 도박판에 끌어들이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래도 수상한 도둑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가장 적격인 곳이었다.

딥 스페이스의 직원으로 일하는 유미가 웃으며 다나를 반겼다.

“다나, 오랜만이에요. 요즘도 기억 칩을 모으고 있어요?”

“네 것도 언제든 말해. 값은 아주 비싸게 쳐줄 테니까.”

“에이, 제 기억에 무슨 쓸모가 있다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유미는 온갖 전쟁터를 돌아다닌 델 군인 출신이었고, 보통 사람들은 가보지도 못한 개척지역의 소식까지 잘 알았다. 유미가 하필 스테이션에 정착하게 된 이유를 다들 궁금해했는데, 탈영병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끔찍한 신체 개조과정을 거쳐 과거의 신상 정보를 몸에서 지웠으므로 진실은 알아낼 수 없을 터였다. 그리고 다나에게 절대로 기억을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뭐 좀 마시겠어요? 고르기 귀찮으면 제가 적당히 만들어 드릴게요.”

유미의 제안에 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최근 무단 침입자들 사건에 대해 알고 있어?”

“그 조사는 캐서린이 부탁한 거죠?”

대뜸 물어오는 유미의 말에 다나는 조금 당황했다. 어떤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캐서린을 경계했는데, 유미가 그중 한 명이었다.

“그렇긴 한데, 나도 굉장히 신경 쓰여서. 이상하잖아. 물건을 훔쳐 가는 건 아니고, 무단 침입으로 매일 밤 경보음이 울리는데, 아직 그들 중 아무도 정체가 안 드러났다는 게.”

“글쎄요. 트집을 잡는 거라면 어때요?”

“그건 무슨 말이지?”

“이런 수상한 사건을 핑계로 스테이션에 대한 델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걸 수도 있잖아요. 치안이 나빠져서 관리 한답시고요. 아직 특별한 일이 없는 건 사실이에요. 경보음이 울린 건 그렇게 큰 피해라고 할 수는 없죠.”

유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나에게 술 한 잔을 내밀었다. 다나가 말했다.

“그렇게 하려면 진작 했겠지. 게다가 다른 경찰들은 베타 거주 구역에 별로 관심이 없어. 오직 캐서린만이…”

“다나는 캐서린을 너무 믿는다니까요. 그래봤자 델 출신이에요.”

다나는 그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유미가 내민 술을 마셨더니 아주 독하면서도 특이한 단맛이 났다.

“이거 맛있네.”

“오늘의 특별 레시피예요. 아직 자정도 안 지났지만 벌써 여럿 죽어 나갔죠.”

“그래서, 네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없어? 캐서린이 아니라 날 위해서 이야기해줄 수는 있을 텐데.”

유미는 아직 별로 줄어들지 않은 다나의 술잔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목소리를 조금 낮춰 중얼거렸다.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두통? 그게 왜?”

유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다나가 술을 더 들이켜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다나는 잔을 들어 한 번에 절반을 마셨다. 독했고, 조금 기침이 나왔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짧은 정적이 흐른 다음에 유미가 말했다.

“무단 침입이 있었던 곳의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했어요. 일시적이었고, 두통과 무단 침입에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몰라요.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하죠.”

그 말에는 다나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뉴런 칩을 심은 사람들은, 두통을 잘 경험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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