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세계 담수호, 독성 조류로 ‘몸살’

위성자료 이용…6대륙 71개 대형 호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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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5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 톨레도 시는 부근 이리(Erie) 호에서 끌어오는 식수에 남세균이 내뿜는 독소가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자 즉각 식수 공급을 중단했다.

이 일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황상태가 발생해 물을 비축하거나 심지어 병에 든 생수 배분을 둘러싸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2016년과 2018년 유해 조류(藻類) 대발생(harmful algal blooms, HABs)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8년 8월에는 맹독성 적조가 플로리다 연안을 휩쓸면서 대형 어류 사체가 해변에 떠밀려오고, 해안가에는 악취가 진동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 같은 유해 조류 대발생 피해는 우리나라도 해마다 겪는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이런 HABs 현상이 기후변화와 연관돼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와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처음으로 전 세계 수십 개의 대형 담수호들을 조사한 결과, 지난 30여 년 동안 여름철 조류 발생 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4일 자에 발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오키초비(Okeechobee) 호수에서 녹조 현상이 악화된 모습. 독성 조류 발생으로 플로리다 주는 2016년과 2018년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CREDIT: NASA Earth Observatory image made by Joshua Stevens, using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오키초비(Okeechobee) 호수에서 녹조 현상이 악화된 모습. 독성 조류 발생으로 플로리다 주는 2016년과 2018년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NASA Earth Observatory image made by Joshua Stevens, using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미국에서만 연간 40억 달러 피해

흔히 바다에서는 적조, 담수에서는 녹조 현상으로 불리는 유해 조류 대발생 현상은 농업에 사용되는 비료 등이 하천이나 호수에 유입돼 부영양화 현상을 일으키거나, 혹은 광합성 조건이 양호해져서 미세 조류가 크게 번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런 조류 대발생 혹은 대번식 현상은 조류의 성장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독소를 생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과 인간 생활에 큰 해를 끼친다.

또 독성이 없는 조류라도 사멸되는 과정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며 산소를 대량 소비함으로써 물에 산소가 고갈돼 수생생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실제 지구촌 전체 규모에서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는 이번 연구가 실시되기 전에는 분명치가 않았다. 마찬가지로 농업 활동과 도시 개발 및 기후 변화를 포함한 인간의 활동이 어느 정도로 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지도 불확실했다.

논문 제1저자인 카네기 과학연구소 지구 생태학부 제프 호(Jeff C.Ho) 연구원(박사과정생)은 “독성 조류 발생은 식수 공급과 농업, 어업, 레크리에이션 및 관광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며,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담수 조류 발생으로 미국에서만 해마다 4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담수 조류 발생에 대한 연구는 개별 호수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거나, 조사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지금까지 담수 조류 발생에 대한 전 세계 규모의 장기적인 연구는 수행된 적이 없었다.

러시아와 중국 국경에 있는 칸카(Khanka) 호(왼쪽)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세인트 클레어(St. Clair) 호수(오른쪽)는 이번 연구에서 모두 개선된 모습이었으나 이후 녹조 현상이 악화됐다.  CREDIT: Khanka image made by Norman Kuring, NASA's Ocean Color web, and Lauren Dauphin. St. Clair image courtesy of NASA Earth Observatory made by Joshua Stevens, using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러시아와 중국 국경에 있는 칸카(Khanka) 호(왼쪽)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세인트 클레어(St. Clair) 호수(오른쪽)는 이번 연구에서 모두 개선된 모습이었으나 이후 녹조 현상이 악화됐다. ⓒ Khanka image made by Norman Kuring, NASA’s Ocean Color web, and Lauren Dauphin. St. Clair image courtesy of NASA Earth Observatory made by Joshua Stevens, using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6대륙 33개국 71개 대형 호수 조사

카네기 과학연구소 제프 호 연구원과 애나 미찰락(Anna Michalak) 선임연구원,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니마 팔레반(Nima Pahlevan) 주임연구원은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30m 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관측한 NASA와 미국 지질조사국의 랜드샛 5 근지구 인공위성의 관측 자료를 활용해, 6대륙 33개국에 있는 71개 대형 호수의 여름철 조류 대발생에 대한 장기 추세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인공위성 영상지도를 서비스하는 구글 어스 엔진(Google Earth Engine) 측과 제휴해 720억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 처리했다.

미찰락 박사는 “여름철 조류 발생 최고 강도는 전체 조사 대상 호수 중 3분의 2 이상에서 증가한 반면, 단지 여섯 곳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조류 대발생 현상이 더 널리 확산되고 강렬해지고 있으며, 우리가 단지 그에 대해 수십 년 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모잠비크의 카호라 바싸 호(Lago de Cahora Bassa)는 이번 연구에서 지난 30년 동안 담수호 조류 대발생 현상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호수 가운데 하나로 밝혀졌다.  CREDIT: NASA Earth Observatory image made by Jesse Allen. using MODIS data from the Land Atmosphere Near-real-time Capability for EOS (LANCE) and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모잠비크의 카호라 바싸 호(Lago de Cahora Bassa)는 이번 연구에서 지난 30년 동안 담수호 조류 대발생 현상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호수 가운데 하나로 밝혀졌다. ⓒ NASA Earth Observatory image made by Jesse Allen. using MODIS data from the Land Atmosphere Near-real-time Capability for EOS (LANCE) and Landsat data from the U.S. Geological Survey

“기후 변화 영향 반영한 물 관리 전략 필요”

유해 조류 대발생 추세의 강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증가세의 원인은 호수마다 다른 것처럼 보였다. 비료 사용과 강수, 온도 같은 요인들을 고려할 때 조류 발생 현상이 악화되고 있는 여러 호수들 사이에는 일정한 패턴이 없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으로 밝혀진 사실은, 30년 동안의 어느 시점에서 조류 발생 현상이 개선된 호수들 가운데서는 최소한의 온난화를 경험한 호수들만이 조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이 유지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후 변화가 몇몇 지역에서 이미 호수 상태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미찰락 박사는 “이 같은 발견을 통해 기후 변화가 호수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식별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 수자원 여건이 기후 변화에 의해 어떻게 영향받는지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는 물 관리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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