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눈동자를 움직여 말하는 ‘안구 마우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0) 전신마비 환자의 소통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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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의 국민이라 하더라도 전신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이 같은 전신마비 환자들이 저개발 국가에 살고 있다면 최소한의 삶의 질도 누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안구의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인 안구마우스 ⓒ free art and tech

안구의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인 안구마우스 ⓒ free art and tech

과거 전신마비 환자들을 돕는 한 봉사 단체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생존을 위한 먹거리도 아니었고,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도 아니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가장 목말라하고 있었다.

이 같은 전신마비 환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기 위해 전 세계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안구의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안구마우스인 ‘아이라이터(Eye-Writer)’와 ‘아이캔(Eye-Can)’이다.

안구 움직임을 추적하여 의사 전달 가능

아이라이터는 안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기를 활용하여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글자를 치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안구마우스다. 따라서 전신마비로 말을 할 수 없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환자라도 아이라이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

‘안구 추적(eye tracking)’이라는 전문 용어까지 등장하다 보니 아이라이터를 고가의 장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다.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CCD CAM은 게임기로 유명한 플레이스테이션의 주변기기에 사용될 정도로 흔한 저가의 카메라다.

특히 사용하는 SW도 오픈소스로서 정보가 모두 공유되어 있고, 제품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SW를 다운로드해 저렴하게 안구마우스를 제작할 수 있다.

아이라이터가 개발된 동기는 조금 독특한데, 이 안구마우스는 현대 팝아트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그라피티(graffiti) 분야의 유명 작가를 위해 만들어졌다. 미 LA시를 배경으로 그라피티 작업을 벌였던 ‘토니 콴(Tony Quan)’이라는 전설적인 작가가 루게릭 병에 걸리자 동료들이 그의 활동을 지속시키고자 공동으로 제작한 것.

안구마우스를 활용하여 제작한 그래피티 작품 ⓒ free art and tech

안구마우스를 활용하여 제작한 그라피티 작품 ⓒ free art and tech

병상에 누워있는 콴이 아이라이터를 통해 그림을 그리면, 이를 외부 건물 벽에 실시간으로 비추도록 만들어 마치 낙서를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어 주는 행위예술을 시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콴과 그라피티 작업을 함께 했던 작가 단체인 FAT(Free Art and Technology)의 한 멤버는 “콴이 안구마우스를 이용하여 그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벽에 비춰진 작품을 보며 그가 전성기 시절 벽에 페인트로 낙서를 한 듯 착각을 했다”라고 감격해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그가 더 익숙해진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는 콴이 안구마우스로 그린 그라피티 예술전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눈으로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이라이터를 잘만 활용하면 눈으로 소설을 쓰거나 게임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저개발 국가의 전신마비 환자들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적정기술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불편한 안경형태가 아닌 모니터 거치 형태로 개선

미국에 아이라이터라는 안구마우스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않은 성능의 안구마우스가 있다. 바로 아이캔(Eye-Can)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기업이 만든 이 안구마우스는 전신마비로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안구의 움직임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기능만 놓고 보면 기존의 안구마우스들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아이캔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안구마우스를 사용할 때마다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불편한 점을 없앴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이캔을 모니터와 연결하고 사용자의 눈에 맞게 한 번만 설정하면 그다음부터 모니터를 보면서 자유롭게 글을 쓰거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마우스 포인터가 이동하고, 단순한 눈 깜빡임 만으로도 문자 입력과 클릭, 그리고 스크롤 등의 기본적인 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안경을 착용해야만 했던 불편함을 제거한 거치형 안구마우스 '아이캔'

안경을 착용해야만 했던 불편함을 제거한 거치형 안구마우스 ‘아이캔’ ⓒ 삼성전자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의 안구마우스들이 안경형으로 개발된 데 반해, 개선된 아이캔은 모니터 거치형으로 개발됐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하며 “안경형 안구마우스는 컴퓨터 화면의 구석을 설정할 때 정확도가 떨어지고, 안경이 자주 흘러내려 안구 인식을 자주 설정해줘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안경 착용이 근본적으로 불가한 전신마비 환자들은 아예 안경형 안구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런 환자들도 모니터 거치 형태의 안구마우스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작동 기반인 OS를 매킨토시에서 윈도우 환경으로까지 넓힌 것도 아이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픈소스 특성 상 대부분의 SW가 매킨토시에서 동작되도록 개발되었지만, 컴퓨터 사용자 대부분이 윈도우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여 안구마우스를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

현재 삼성전자는 일정 수량의 아이캔을 개인과 사회단체에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이 안구마우스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안구를 인식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도 모두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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