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인공위성 수명 연장의 꿈 실현

연료 떨어진 위성에 도킹해 추진력 제공

FacebookTwitter

지난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프로톤-M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여기에는 두 대의 인공위성이 탑재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노스롭 그루먼의 자회사인 ‘스페이스 로지스틱스(SpaceLogistics)’가 개발한 ‘미션 확장위성(Mission Extension Vehicle-1, MEV-1)’이다. 이 특별한 위성은 정지궤도에 떠 있는 위성과 도킹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다.

탑재체에 구성된 MEV-1(가운데), 하단에는 브리츠-M 추진체, 상단은 프랑스의 통신위성이다. © ILS

탑재체에 구성된 MEV-1(가운데), 하단에는 브리츠-M 추진체, 상단은 프랑스의 통신위성이다. © ILS

정지궤도 위성의 수명은 통상 10~15년 정도로 설계되지만, 실제 내구도는 설계 수명의 2배 이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큰 고장만 아니라면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 작동하는 위성이라도 궤도를 유지하기 위한 연료가 소진되면 폐기해야 한다.

2001년에 발사된 정지궤도 통신위성 ‘인텔샛 901(Intelsat-901)’은 연료가 거의 고갈되어 제 궤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벌써 18년을 사용했으나 의외로 대부분 기능은 정상 작동하고 있다. 이 위성의 설계 수명은 13년이다.

일반적으로 정지궤도 위성은 덩치가 크고, 가격도 비싸다. 이런 고가의 통신위성을 새로 띄우느니 추진력을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경제적 효용성이 클 것이다. MEV-1은 연료가 떨어진 위성에 도킹하여 궤도 유지 능력을 제공해주려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인텔샛 901과 결합한 MEV-1상상도. © Northrop Grumman

인텔샛 901과 결합한 MEV-1상상도. © Northrop Grumman

최초로 상업적인 인공위성 수명 연장에 도전

MEV-1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전기 추진 시스템(이온엔진)’을 사용하여 인텔샛과 랑데부할 예정이다. 한정된 공간인 정지궤도에서 도킹하다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주변 위성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텔샛은 약 300km 고도를 올려 퇴역한 위성들이 머무는 ‘묘지 궤도(Graveyard Orbit)’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MEV-1과 도킹 후에 다시 원위치로 복귀하게 된다.

인텔샛 901과 결합한 MEV-1은 추진력을 대신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위성 수명 연장을 상업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수리를 위해서 우주왕복선을 여러 차례 파견했고, 그때마다 로봇팔로 붙잡은 허블과 함께 고도를 높여서 수명을 연장한 사례가 있으나 상업적인 목적은 아니었다.

MEV-1은 로봇 갈고리로 인텔샛의 추진 노즐을 붙잡아 도킹한다. © Northrop Grumman

MEV-1은 로봇 갈고리로 인텔샛의 추진 노즐을 붙잡아 도킹한다. © Northrop Grumman

로봇 갈고리를 사용해서 도킹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 연료를 재급유하는 기술은 실용화되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화물 우주선으로 우주정거장에 연료를 보급하는 것이 고작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로봇팔을 이용해서 극저온 연료의 무인 재급유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발사된 거의 모든 인공위성은 별도의 도킹 시스템을 탑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위성과 결합하기 위해서 MEV는 갈고리처럼 생긴 연결 장치를 사용한다. 인텔샛의 추진 노즐을 단단히 붙잡아 고정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약 80%의 정지궤도 위성과 도킹할 수 있다고 한다.

인텔샛 901과 도킹한 MEV-1은 직접 연료를 전달하지 않지만, 앞으로 5년간 매년 약 1300만 달러를 받고 궤도를 조절해주기로 계약한 상태다. 물론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인텔샛 측과 연장 계약을 하거나, 서비스가 필요한 다른 위성을 찾아 나설 수 있다. MEV-1은 15년간 자세 제어 및 궤도 제어를 담당할 만큼 충분한 연료를 탑재하고 있다.

스타링크 저궤도 통신위성. © SpaceX

스타링크 저궤도 통신위성. © SpaceX

정지궤도 위성 수요 감소로 사업성에 의문

스페이스 로지스틱스는 MEV-2를 추가 제작 중이며 위성 수명 연장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MEV 서비스의 사업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추진되었지만, 실제 상용화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렸다. 정지궤도 위성은 제작비와 발사 비용이 비싸서 수명 연장의 경제적 이득이 크다. MEV가 정지궤도 위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지궤도 위성은 통신위성이다.

최근 발사체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값싼 저궤도 통신위성을 수천 대씩 쏘아 올려 지구 전역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하려는 계획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는 정지궤도 위성 통신 사업 자체가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노스롭 그루먼은 미군과 NASA를 대상으로 MEV 기술을 응용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지금처럼 단순하게 위성을 붙잡아 추진력을 제공하는 서비스 이외에도 더 복잡한 우주 재급유와 위성 수리까지 시도하려 한다. 이에 앞으로 MEV 사업이 성공하느냐는 새로운 수요 창출 여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