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침입종으로 전락하는 애완동물들

야생동물 거래 증가가 침입종 확산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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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치타가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 활동을 펼치는 치타보호기금(CCF)은 몇 년 후면 치타가 멸종할 수 있다고 최근에 밝혔다. 그 이유는 바로 아프리카에서 횡행하는 밀매 때문이다. 매년 300여 마리의 새끼 치타들이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해외로 팔려나간다.

태어난 지 2~3개월밖에 되지 않는 치타들을 불법으로 사들이는 이들은 주로 중동의 부자들이다. 그들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치타를 애완동물로 기르는데, 이렇게 사육되는 치타는 관리 잘못으로 대부분 1~2년 내에 사망한다.

치타의 사례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졌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브랫 쉐퍼즈 교수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이용해 전 세계 야생동물의 거래 실태를 분석했다.

애완용으로 수입됐다가 버려진 붉은귀거북이가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의 도심 공원에서 포획된 붉은귀거북. ⓒ 연합뉴스

애완용으로 수입됐다가 버려진 붉은귀거북이가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고 있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의 도심 공원에서 포획된 붉은귀거북. ⓒ 연합뉴스

그 결과 척추동물 3만 1745종 중 약 18%에 해당하는 5579종이 야생동물 거래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에 추정하던 양보다 40~60%나 높은 수준이었던 것. 특히 포유류의 경우 전체 종의 27%가 거래되고 있으며, 조류 종은 23%, 파충류는 12.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거래되는 야생동물들은 대부분 애완용으로 팔려나간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지에 발표됐다.

반려동물 붐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이 발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에서도 라쿤, 미어캣, 왈라비 등 해외 야생동물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하이에나 같은 맹수류와 국제 멸종위기종인 일본원숭이 등 희귀동물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들여온 외래 애완동물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우선 사료와 케이지에서부터 그 동물에 맞는 특수한 것을 구입해야 한다. 또 어쩌다 동물 병원에 가도 의료비용이 훨씬 더 추가될 수 있다.

야생동물 거래하는 지하시장 번성

따라서 더 이상 사육이 어려울 때 외래 애완동물 주인들은 때때로 과감한 결심을 하기도 한다. 자연 생태계로 그들을 되돌려 보내는 행동이 바로 그것. 대개는 풀어주면서 이곳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착각이다. 이렇게 풀려난 외래 동물은 사망하거나 아니면 지역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침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연구에 의하면 19세기 중반에서 2010년 사이에 미국 플로리다 해안가에서 먹이사슬을 교란시킨 140종의 비토종 파충류와 양서류 중 85%가 외래 애완동물 거래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등을 통한 야생동물 거래의 증가는 외래종의 침입을 초래할 가능성도 증가시키게 된다. 즉, 외래 애완동물을 거래하는 지하시장의 번성이 외래 침입종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낙동강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표적인 외래종이 뉴트리아다. 모피 및 고기를 목적으로 국내에 수입된 이 동물은 뛰어난 번식력으로 낙동강 유역의 최상위 포식자로 올라섰다.

최근 들어 포획 포상금 지급으로 뉴트리아는 많이 퇴치되었는데, 이번엔 또 다른 외래 침입종이 낙동강변에서 무섭게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완용으로 수입됐다 버려진 붉은귀거북이가 그 주인공. 뉴트리아의 빈자리를 채운 이 거북이들은 토종 물고기들의 씨를 말리고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도 외국으로 수출되면 그 지역의 침입종 신세로 전락한다. 다람쥐가 대표적인 사례다. 1991년 산림청에 의해 포획이 전면 금지되기 전까지 다람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용 애완동물이었다.

판매 금지보다 교육 및 훈련 필요해

한 해 몇십만 마리가 수출되던 다람쥐는 이제 유럽의 100대 침입종 중 하나가 됐다. 보렐리아 박테리아를 옮기는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기존에 진드기의 주요 숙주였던 들쥐보다 8.5배나 높게 진드기를 감염시킨다.

이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 박테리아에 감염될 경우 라임병이 걸리게 된다.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도시 근교 숲에는 애완동물로 키우다 버린 한국산 다람쥐들이 쉽게 발견된다. 그런데 유럽에 진드기를 확산시키는 다람쥐는 모두 한국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외래 침입종으로 인한 생태학적 재앙을 막기 위해 외래종의 판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법안 마련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연구진의 조사에 의하면 외래 동물의 판매 및 소유를 금지하는 법은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외래 동물의 판매를 금지한 바르셀로나 및 그 주변 지역의 호수 등을 조사한 결과, 법안 시행 전에 비해 외래 침입종의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연구진은 대신에 외래 동물의 소유주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 그리고 애완동물에 이식하는 마이크로칩이 외래 동물이 침입종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권고했다. 음지에만 갇혀 있는 야생동물 거래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자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로지컬 인베이전(Biological Invas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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