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내성 결핵, 게임 체인저 될까

새 치료약 FDA 승인으로 기대감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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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결핵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산업혁명 이후였다. 사람들이 일자리가 많은 도시로 모두 모여들어 결핵균이 번성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유럽에서는 19세기 중반에 성인 7명 중 1명이 결핵으로 사망할 정도였다.

1882년 로버트 코흐 박사가 결핵균을 발견하면서 결핵은 유전병이나 흡혈귀의 소행이 아님이 비로소 밝혀졌다. 코흐는 이 공로로 19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43년에는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었는데, 이 약을 개발한 왁스먼 역시 1952년 노벨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결핵 치료제는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 같은 더 효과적인 약들로 대체됐다. 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으로 남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결핵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4을 감염시켜 매년 16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에이즈와 말라리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는 셈이다.

FDA가 새로 승인한 프레토마니드 약물 조합은 치료 성공률이 89%로 나타나 결핵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TB Alliance

FDA가 새로 승인한 프레토마니드 약물 조합은 치료 성공률이 89%로 나타나 결핵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TB Alliance

대부분의 전염병들은 항생제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왜 이처럼 많은 것일까. 이유는 바로 기존 치료제에 대한 결핵균의 내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약 60만 명의 다제내성결핵(MDR-TB) 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40%인 24만 명이 사망했으며,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약 6%는 그보다 더 심각한 광범위내성결핵(XDR-TB)이다.

다제내성결핵은 결핵 치료제 중 가장 강력한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을 인체에 투여해도 결핵균이 사멸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에 비해 광범위내성결핵이란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 중 적어도 한 가지와 항결핵 주사제 중 적어도 한 가지에 동시로 추가적인 내성을 보이는 경우로서 치료가 훨씬 어렵고 사망할 가능성도 더 높다.

 6개월 복용하면 89% 치료 가능해

그런데 지난 8월 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새로운 결핵 치료제를 승인함에 따라 결핵 퇴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제내성결핵은 물론 광범위내성결핵까지 효과를 나타내는 이 새로운 치료제의 이름은 ‘프레토마니드(Pretomanid)’다.

기존에 개발된 결핵 치료제인 베다퀼린 및 리네졸리드와 함께 복용해야 하는 프레토마니드 약물 조합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치료 성공률이다. 다제내성결핵 및 광범위내성결핵 환자 107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95명이 치료됨으로써 89%의 성공률을 나타낸 것.

약 50%에 불과한 현재의 약물 요법보다 성공률이 매우 높은 셈이다. 치료 기간도 기존보다 단축된 6개월이며, 주사제가 아닌 경구 복용이므로 투여 방법 또한 간단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런데 프레토마니드는 지난 50여 년 동안 개발된 세 번째 신규 결핵치료제다. 이렇게 결핵치료제 개발이 활발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다. 결핵은 부자 국가보다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는 불평등한 병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7년 미국에서는 결핵 환자가 9105명, 2018년 영국에서는 4655명이 발생한 반면 2017년 남아공은 32만 2000명, 나이지리아는 10만 4904명이 발생했다. 신약 개발은 선진국의 제약회사들이 하기 마련인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신약 개발을 해봤자 항생제는 판매가가 저렴하게 책정되며 치료가 끝나면 더 이상 복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수익도 훨씬 적은 편이다.

 내성 결핵균 죽이는 특유의 메커니즘 지녀

이번에 새로이 개발된 프레토마니드의 경우 비영리단체인 TB 얼라이언스가 개발의 모든 과정을 지원했고, 상용화 과정은 글로벌 제약회사인 마일란(Mylan)과 협력하고 있다. 즉, 민관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 및 승인에 성공한 것이다.

프레토마니드는 기존의 결핵 치료제와 달리 내성 결핵균을 죽이는 특유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 결핵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섣부른 기대감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우선은 6개월간 약을 복용했음에도 치료되지 않은 11%의 환자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조합 요법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도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사항이다. 신경증과 저혈당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부작용은 자칫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조합 요법에 대해 저항성을 지닌 결핵균의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박테리아는 약물을 변형시켜 활성화되지 않게 하는 등 극도의 적대적 환경에서도 진화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적정한 판매 가격 책정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결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비싼 약을 살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이들이다. 프레토마니드의 상용화 과정에 협력하고 있는 마일란은 지난 10년간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 가격을 80% 인하하는 역할을 해온 제약회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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