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2019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 ‘오토파지’

세포 안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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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간헐적 단식의 효과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를 주장하는 이들은 그 과학적 근거로 오토파지(autophage) 개념을 소개한다. 오토파지는 2016년 일본 도쿄 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과학계에 널리 알려졌다.

오토파지란 무엇인가?

우리 몸은 약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세포 안에서는 매일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질들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기능이 저하된 세포소기관, 변형된 단백질, 세포질의 노폐물과 같은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런 쓰레기가 세포 안에 계속 쌓이면 세포는 기능이 떨어지고 결국에 죽고 만다. 그래서 세포 안에는 쓰레기를 치우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오토파지이다.

또한 몸속에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오토파지를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오토파지는 그리스어로 스스로(auto), 먹는다(phagy)는 뜻의 단어가 합쳐진 말인데, 우리말로는 자가포식으로 부른다.

오토파지 과정1 - 격리막이 미토콘드리아나 단백질을 에워싼다. 오토파지 과정2 - 격리막이 미토콘드리아와 단백질을 완전히 감싸고 리소좀이 다가온다.

오토파지 과정1 – 격리막이 미토콘드리아나 단백질을 에워싼다.
오토파지 과정2 – 격리막이 미토콘드리아와 단백질을 완전히 감싸고 리소좀이 다가온다.

오토파지 과정3 - 리소좀과 격리막이 합쳐지고 리소좀 안에 있던 효소가 격리막 안의 내용물을 절단한다. 오토파지 과정4 - 격리막 안에 있는 내용물이 흩어져 분해된다. 분해된 물질은 세포 안에서 재활용된다.ⓒ윤상석

오토파지 과정3 – 리소좀과 격리막이 합쳐지고 리소좀 안의 효소가 격리막 안의 내용물을 절단한다.
오토파지 과정4 – 격리막 안의 내용물이 흩어져 분해된다. 분해된 물질은 세포 안에서 재활용된다.ⓒ윤상석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로 오토파지가 소개된 이유는 단식 등으로 인해 세포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오토파지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오토파지를 통해 세포 내 구성요소들을 분해해 에너지도 얻고 생존에 필요한 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다.

특히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은 모체에 착상되기 전까지는 한동안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는데, 이때 수정란 내부 물질의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수정란의 오토파지 활동을 방해하면, 수정란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생쥐의 경우는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고 12~24시간이 지난 후에 세포 내 오토파지 활동이 최대치에 이른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추측하고 있다.

단식 등으로 인해 세포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오토파지 활동이 활발해진다.ⓒ윤상석

단식 등으로 인해 세포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면 오토파지 활동이 활발해진다.ⓒ윤상석

오토파지 연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오토파지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벨기에 과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Christian du Duve)에 의해서이다. 그는 1960년대에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 소기관이 이중 막으로 둘러싸인 것을 발견하고 이를 오토파지 액포(autophagic vacuole)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후 오랫동안 오토파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88년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단세포 생물인 효모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분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면서 오토파지 연구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효모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오토파지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고 1992년 학계에 보고하였다. 이듬해에는 효모에서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 15개를 찾아냈다. 이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오토파지가 생물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후, 세계 많은 과학자들이 오토파지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오토파지와 질병의 관계

오토파지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기능이 저하된 세포소기관과 변형되거나 오래된 단백질 등의 쓰레기들이 세포 안에 쌓여 세포의 항상성이 무너진다. 이것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뇌 신경세포의 오토파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는 오래되거나 손상되면 독성을 가진 활성 산소를 많이 방출하는데, 오토파지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불량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지 못하면 이 활성 산소가 뇌에 쌓여서 파킨슨병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이다.

또한 오토파지와 관련된 유전자 일부에 이상이 생기면 뇌 안에 철이 쌓여서 심각한 지적 장애와 운동 장애가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도 오토파지와 관련 있다는 주장도 있다. 크론병 환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들의 오토파지 관련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의 오토파지 기능이 떨어지면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이 생길 수 있다.ⓒ윤상석

뇌 신경세포의 오토파지 기능이 떨어지면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이 생길 수 있다.ⓒ윤상석

그래서 과학자들은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약이 개발되면 세포 안에 쓰레기가 쌓여 발생하는 여러 질병들의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오토파지를 억제해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가 정상 세포보다 오토파지 활동이 활발한데, 암세포의 오토파지를 억제해 암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토파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지는 아직 20년이 넘지 않았다. 그래서 오토파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오토파지와 질병의 관계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오토파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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