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4,2019

노벨생리의학상, 세포의 산소 적응 연구에

美ᆞ英 과학자 3명 공동수상...빈혈과 암 치료 등에 새로운 전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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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의 산소 가용성(oxygen availability) 기전을 밝힌 윌리엄 캘린(62ᆞWilliam G. Kaelin Jr.) 미국 다나-화버 암연구소 연구원 겸 하버드의대 교수와, 피터 래트클리프(65ᆞPeter J. Ratcliffe)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레그 세멘자(63ᆞGregg L. Semenza)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 노벨상 6개 부문 가운데 첫 번째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이들 수상자들이 ‘인체 내 세포가 산소 가용성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산소의 기본적인 중요성은 지난 수 세기 동안에 걸친 연구를 통해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중고교 교과서에도 우리가 호흡한 산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쉽게 설명해 놓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포가 어떻게 산소 수준이 높고 낮은 변화에 적응하는지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번 수상자들의 업적은 이 같은 다양한 산소 수준에 반응해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분자 기구(molecular machinery)를 확인해 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노벨위원회측은 이들의 발견이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적응 과정 가운데 하나인 중요한 메커니즘을 보여주었고, 산소 수준이 세포 대사와 생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런 성과들은 빈혈과 암 그리고 다른 많은 질병들을 퇴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배포 자료 등을 통해 이번 수상자들의 업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2019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미국 존스홉킨스대 그레그 세멘자 교수, 옥스퍼드대 피터 래트클리프 교수, 다나-화버 암연구소 및 하버드의대 윌리엄 캘린 교수.  Credit: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영상 캡처

2019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미국 존스홉킨스대 그레그 세멘자 교수, 옥스퍼드대 피터 래트클리프 교수, 다나-화버 암연구소 및 하버드의대 윌리엄 캘린 교수. ⓒ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영상 캡처

산소의 역할 규명

지구 대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산소는 동물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모든 동물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음식을 에너지로 변환한다.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독일의 생리학자 오토 바르부르크(Otto Warburg)는 이런 변환이 효소에 의한 작용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의 조직과 세포에 충분한 산소 공급을 보장하는 기전은 진화 과정에서 확인됐다. 동물 목의 양 옆에 있는 경동맥체에는 혈액의 산소 수준을 감지하는 특별한 세포가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벨기에의 생리학자 코르네유 이망(Corneille Heymans)은 경동맥체를 통한 혈중 산소 감지가 어떻게 뇌와 직접 연결됨으로써 호흡 속도를 조절하는지를 발견해 1938년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저산소증 유발인자(HIF) 발견

이같이 경동맥체가 조절하는 저산소증(hypoxia)에 대한 빠른 적응 이외에도 다른 기본적인 생리학적 적응들이 존재한다. 저산소증에 대한 핵심적인 생리학적 반응은 적혈구 생성 촉진인자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 수치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EPO 증가는 적혈구 생성 증가로 이어진다.

적혈구 생성을 호르몬이 조절한다는 중요한 사실은 이미 20세기 초에 알려졌으나, 이 과정 자체가 어떻게 산소에 의해 조절되는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그레그 세멘자 교수는 EPO 유전자와 함께 이 유전자가 다양한 산소 수준에 따라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연구했다. 그는 유전자 변형 쥐를 이용해 EPO 유전자 옆에 있는 특정 DNA 세그먼트가 저산소증에 대한 반응을 매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피터 래트클리프 교수 또한 EPO 유전자의 산소 의존적 조절을 연구했다. 두 연구팀 모두 산소 감지 메커니즘이 EPO가 정상적으로 생산되는 신장 세포에서뿐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조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이 기전이 다른 많은 세포 유형에서 일반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세멘자 교수는 저산소증에 대한 반응을 매개하는 세포적 구성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그는 배양된 간(liver) 세포에서 식별된 DNA 세그먼트에 산소-의존적 방식으로 결합하는 단백질 복합체를 발견했다. 그는 이 복합체를 저산소증 유발인자(hypoxia-inducible factor ; HIF)라고 불렀다.

HIF 복합체를 정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이 시작되었고, 세멘자 교수는 1995년 HIF를 암호화하는 유전자 식별을 포함해 그의 주요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다.

HIF는 현재 HIF-1α와 ARNT로 명명된, 이른바 전사인자로 불리는 두 개의 상이한 DNA-결합 단백질로 구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연구자들은 퍼즐을 풀기 시작해, 어떤 추가 요소가 포함돼 있고, 이 기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1] 산소 수준이 낮으면(저산소증), 저산소증 유발인자(HIF-1α)는 분해로부터 보호돼 핵에 축적되고 ARNT와 결합해 저산소증-조절 유전자의 특정 DNA 서열(HRE)에 결합된다(1). 정상적인 산소 수준에서 HIF-1α는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인 프로테아좀(2)에 의해 빠르게 분해된다. 산소는 HIF-1α에 수산기(OH)를 첨가해 분해 과정을 조절한다(3). 그런 다음 VHL 단백질은 HIF-1α를 가진 복합체를 인식하고 형성해 산소-의존적 방식으로 분해를 이끈다(4). Credit: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자료

[그림 1] 산소 수준이 낮으면(저산소증), 저산소증 유발인자(HIF-1α)는 분해로부터 보호돼 핵에 축적되고 ARNT와 결합해 저산소증-조절 유전자의 특정 DNA 서열(HRE)에 결합된다(1). 정상적인 산소 수준에서 HIF-1α는 단백질분해효소복합체인 프로테아좀(2)에 의해 빠르게 분해된다. 산소는 HIF-1α에 수산기(OH)를 첨가해 분해 과정을 조절한다(3). 그런 다음 VHL 단백질은 HIF-1α를 가진 복합체를 인식하고 형성해 산소-의존적 방식으로 분해를 이끈다(4). ⓒ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자료

VHL: 예상치 못한 파트너

산소 수준이 높을 때 세포는 HIF-1α를 매우 적게 함유한다. 그러나 산소 수준이 낮으면 HIF-1α의 양이 늘어나 HIF-결합 DNA 세그먼트를 가진 다른 유전자들은 물론 EPO 유전자와 결합해 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그림 1).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빠르게 분해되는 HIF-1α가 저산소증에서는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산소 수준에서는 단배질분해효소복합체인 프로테아좀(proteasome)이라는 세포 기구가 HIF-1α를 분해하는 것으로 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 작은 펩티드인 유비퀴틴이 HIF-1α 단백질에 첨가되고, 유비퀴틴은 프로테아좀에서 분해될 단백질들에 대한 꼬리표 기능을 한다. 유비퀴틴이 어떻게 산소-의존적 방식으로 HIF-1α에 결합하는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해답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나왔다. 세멘자와 래트클리프 교수가 EPO 유전자를 탐색하는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암 연구자인 윌리엄 캘린은 유전적 증후군인 폰-히펠 린다우 병(VHL 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유전병은 유전된 VHL 돌연변이를 가진 가족에서 특정 암 위험을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린 교수는 VHL 유전자가 암 발병을 예방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기능성 VHL 유전자가 결여된 암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저산소증-조절 유전자를 발현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VHL 유전자가 암세포에 재도입되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것은 VHL 유전자가 저산소증에 대한 반응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단서였다. 추가적인 단서들이 여러 연구그룹들로부터 나왔다. 이 연구팀들의 연구에서는 VHL이,  유비퀴틴을 가진 단백질에 표지를 붙여 프로테아좀에서 분해되도록 하는 복합체의 일부임을 보여주었다.

래트클리프 교수팀도 중요한 발견을 했다. 이들은 VHL이 물리적으로 HIF-1α와 상호 작용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산소 수준에서 분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점이 결정적으로 VHL과 HIF-1α를 연결시켰다.

산소가 균형을 이동시켜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으나 여전히 부족한 것은 어떻게 산소 수준이 VHL과 HIF-1α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VHL-의존적 분해에 중요한 것으로 알려진, HIF-1α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졌고, 캘린과 래트클리프 교수 모두 산소-감지의 열쇠가 이 단백질 영역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1년 동시에 발표된 두 논문에서 이들은 정상적인 산소 수준에서는 하이드록실기(OH)기가 HIF-1α의 두 특정 위치에 추가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그림 1).

프롤릴 하이드록실화(prolyl hydroxylation)로 불리는 이 단백질 변형은 VHL이 HIF-1α을 인식하고 그에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정상적인 산소 수준이 어떻게 산소-감지 효소(이른바 프롤릴 하이드록실라아제)의 도움으로 HIF-1α의 빠른 분해를 조절하는지를 설명했다.

래트클리프 교수와 다른 연구자들은 추가 연구를 통해 프롤릴 하이드록실라아제의 그런 역할을 보여주었다. 또한 HIF-1α의 유전자 활성화 기능이 산소-의존성 하이드록실화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이로써 산소 감지 메커니즘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림 2] 산소 감지에 부여되는 메커니즘은 신진대사와 면역 반응 및 운동 적응력 등과 같은생리학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이와 함께 많은 병리적인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계와 제약사 등에서는 빈혈과 암, 기타 여러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산소-조절 기구를 억제하거나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redit: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자료

[그림 2] 산소 감지에 부여되는 메커니즘은 신진대사와 면역 반응 및 운동 적응력 등과 같은 생리학적인 면에서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이와 함께 많은 병리적인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계와 제약사 등에서는 빈혈과 암, 기타 여러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산소-조절 기구를 억제하거나 활성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2019 노벨생리의학상 발표 자료

산소가 생리와 병리를 좌우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의 획기적인 연구 덕분에 우리는 상이한 산소 수준이 기본적인 생리과정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세포들은 강렬한 운동을 하는 동안 근육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이 산소 감지를 통해 저산소 수준에 맞도록 대사를 조절한다. 새로운 혈관 생성과 적혈구 생성도 산소 감지에 의해 조절되는 적응 과정에 속한다.

우리의 면역체계와 다른 많은 생리기능도 산소 감지 기구에 의해 미세 조정된다. 산소 감지는 태아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인 혈관 형성과 태반 발달 조절에 필수적인 요소로 확인됐다.

산소 감지는 또한 수많은 질병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그림 2). 예를 들면 만성 신부전 환자는 종종 EPO 발현 감소로 인한 심각한 빈혈로 고통 받는다.

EPO는 신장 세포에 의해 생성되며 적혈구 형성 조절에 필수적이다. 더욱이 산소-조절 기구는 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양에서 산소-조절 기구는 혈관 형성을 자극하고 암 세포의 효과적인 증식을 위한 대사를 재구성하는데 이용된다.

현재 학계와 제약사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산소-감지 기구를 활성화하거나 차단함으로써 여러 상이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 동욱 교수는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업적에 힘입어 저산소 상황과 산소가 풍부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치료약이 개발됐거나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갈 교수는 “산소가 많은 상황에서 HIF-1a에 OH기가 붙게 되면 VHL 유전자에 의해 분해돼 저산소에 적응하는 기전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며, “HIF-1a 유전자는 빈혈, 감염, 상처치료, 심근경색, 종양, 뇌졸중과 연관돼 있어 이런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저산소 상황에서 발현되는 혈관생성촉진인자(VEGF)는 암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이를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수상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약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종양은 크기가 커지면서 저산소증에 빠지게 되는데, 이번 연구자들은 저산소 상태에서 암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규명해 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할 때 암은 이미 저산소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왜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지, 항암치료제가 왜 안 듣는지, 이것을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치료 효과를 향상할 것인지에 대해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기초연구에 폭넓은 장기 지원 필요

이번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득 수준에 비례해 투입되는 연구비가 가장 큰 나라들에 속한다.

정가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한다는 전략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기본 바탕이 풍성한 가운데 탁월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듯이 모든 연구자들에게 능력에 맞는 연구를 하도록 연구비를 고루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스승에 이어 제자가 수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하고, “이는 연구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원생들에게는 기본 생활비를 지원해 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을 걱정하지 않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대 제갈 동욱 교수도 기초 연구에 대한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제갈 교수는 “연구비가 좀 적더라도 10년 이상 장기 지원이 돼야 뭔가 결실이 나올 수 있고, 당장 큰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연구 수준을 높이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수상자 중 한 명인 윌리엄 캘린 하버드의대 교수는 오는 11월 7일(목) ~ 8일(금) 서울 드래곤 시티 호텔에서 열리는 대한종양내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 강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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