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5,2019

거대한 익룡이 하늘을 정복한 비결

두 발 사용하는 새와 달리 네 발로 이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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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거대한 익룡 화석이 발견됐다. 고생물학자들은 약 7700만 년 전 백악기의 하늘을 날아다녔던 그 익룡을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와 같은 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그 후 화석을 상세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익룡은 새로운 종임이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및 미국, 캐나다의 공동연구진은 이 신종 익룡에 대해 ‘크리오드라콘 보레아스(Cryodrakon boreas)’라는 학명을 붙였다. ‘북쪽의 겨울왕국에서 온 용(dragon)’이라는 뜻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붙인 이름이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척추고생물학회지’에 게재됐다.

그에 의하면, 크리오드라콘은 ‘왕좌의 게임’에서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드래곤만큼 거대하다. 다 자란 성체의 경우 목뼈만 해도 9.75m에 이르며, 날개 폭은 10.36m, 몸무게는 250㎏에 달한다. 그야말로 작은 비행기만한 크기였다.

새로운 화석 발견 및 수학적 모델링과 결합된 새로운 해부학적 연구 방법 등으로 익룡에 대한 미스터리가 차츰 벗겨지고 있다. © Wikimedia(Johnson Mortimer)

새로운 화석 발견 및 수학적 모델링과 결합된 새로운 해부학적 연구 방법 등으로 익룡에 대한 미스터리가 차츰 벗겨지고 있다. © Wikimedia(Johnson Mortimer)

흔히 중생대를 공룡의 시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공룡은 육지를 지배했을 뿐 하늘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2억 1500만년 전에 출현해 6500만 년 전에 공룡과 함께 사라진 익룡이다. 익룡은 공룡과 매우 가깝지만 공룡이 진화하기 이전에 갈라져 별도로 진화한 파충류다.

이들은 새가 날기 훨씬 전에 하늘을 정복한 최초의 척추동물이다. 가장 작은 익룡은 참새만한 크기였지만 케찰코아틀루스같이 거대한 익룡은 F-16 전투기만큼 큰 날개를 가진 것도 있었다. 그처럼 거대한 몸집으로 지구상의 모든 대양과 대륙을 누빈 탓에 중생대의 어떤 동물도 익룡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익룡은 고생물학자들에게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발견되는 화석들이 답답할 정도로 적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역시 단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익룡은 오늘날 조류로 진화해 살아남은 공룡과는 달리 후손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알려진 것보다 놀라운 능력 지녀

그런데 새로운 화석 발견과 수학적 모델링과 결합된 새로운 해부학적 연구 방법 등으로 익룡에 대한 미스터리가 차츰 벗겨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종 익룡 크리오드라콘 연구의 공동저자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마이클 하비브 조교수는 그 같은 내용의 칼럼을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에 게재했다.

그에 의하면 익룡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능력을 지닌 동물이다. 그동안 익룡에 대한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는 그처럼 거대한 몸으로 어떻게 하늘을 비행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실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거대한 익룡의 경우 하늘을 날지 못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은 당시의 대기가 지금보다 밀도가 높았으며, 그처럼 특별한 조건에서만 비행이 가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비브 교수팀이 거대한 익룡들의 전성기인 백악기 후기의 대기 및 퇴적암을 분석한 결과, 당시의 대기는 비행에 적합하지 않은 익룡도 날 수 있을 만큼 특별하지 않았다. 그 대신 특별했던 것은 바로 익룡의 해부학적 구조였다는 것.

우선 익룡은 새처럼 부피는 크지만 밀도는 낮은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한 마디로 뼈 속이 텅 비어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날개의 최대 상승 계수가 높아 낮은 주행속도로도 이륙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최대 상승 계수는 주어진 속도와 날개 면적에 대해 날개가 얼마나 많은 양의 들어 올리는 힘을 생성했는지를 나타낸다.

가장 중요한 해부학적 조건은 두 발로 뛰어오르는 조류와는 달리 익룡은 점프할 때 네 발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익룡의 날개는 네 번째 손가락이 걸어져서 몸통 사이와 날개막을 이루는 형태다.

따라서 익룡은 지상에서 보행할 때도 날개 발을 포함한 4족 보행을 했다는 사실이 발자국 화석을 통해 밝혀졌다. 네 발을 사용한 덕분에 거대한 익룡도 지상에서 가뿐히 점프해 하늘을 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멸종했지만 매우 성공적인 동물

과학자들을 괴롭혔던 또 하나의 수수께끼는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엄청나게 큰 머리와 목의 비율이다. 쥐라기 말기만 해도 익룡의 머리와 몸길이가 비슷했지만 백악기에 들어서는 머리가 몸길이의 2~3배가 될 정도로 커졌다.

그처럼 큰 익룡의 두개골에는 전안와창이라는 거대한 구멍이 있다. 공룡들도 눈앞의 개구부에 이런 구멍을 지니고 있지만, 일부 익룡들은 몸통 골격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큰 구멍으로 진화시켰다. 또한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목뼈가 척추에서 가장 적지만, 익룡은 척추뼈의 부피보다 목뼈가 두 배나 더 큰 종들이 있다.

거대한 목에 거대한 머리가 장착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해 보행 시 걸음걸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특히 균형을 잡으려면 앞다리를 어색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익룡들은 비행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앞다리를 가지고 있어 그처럼 불균형적인 신체 구조에도 불구하고 걷기에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비브 교수팀은 그처럼 거대한 머리를 진화시킨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한 턱은 먹이를 사냥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큰 얼굴은 짝짓기 상대 및 다른 수컷들에게 위용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비록 멸종으로 끝났지만 익룡은 매우 성공적인 동물이었다고 결론짓는다.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는 대머리 독수리가 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비행기를 디자인했다. 척추동물 중에서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익룡의 특이한 해부학적 구조도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를 탄생시키는 데 사용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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