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0,2019

“문명의 전환기, 선진국 될 기회 왔다”

미래전략 컨퍼런스서 ‘글로벌 전략 국가론’ 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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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없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두려워하라.”

- 랄프 왈도 에머슨(미국 사상가)

기술의 급속한 발전, 점점 심해지는 환경오염, 세계적인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 그에 따라 미래에 대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세계 각국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 핵심이 올바른 미래전략을 수립해 국가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신라호텔 2층 다이너스티관에서 진행된 제1회 미래전략 컨퍼런스는 대한민국의 미래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그 가능성과 타당성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최진석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전략 국가론’를 제시하며, 전략적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최진석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기조 연설을 통해 ‘글로벌 전략 국가론’를 제시하며, 전략적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선진국은 ‘전략’ 국가, 중진국은 ‘전술’ 국가”

특히 중요한 것은 세부적인 기술이나 정책이 아닌,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철학의 정립이다. 최진석 서강대학교 명예교수는 기조 연설을 통해 ‘글로벌 전략 국가론’를 제시하며, 전략적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먼저 ‘전략’과 ‘전술’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전략 국가론을 설파했다. 그에 따르면 전략이란 판을 새로 짜는 일, 즉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이끌어 나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전술은 ‘이미 짜여진 판 안에서 가장 높게 올라가려는 것’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전술적인 측면에서 다른 봉우리들보다 더 높아지는 것을 1등(登)이라 한다면, 전략적 측면에서 흐름 자체를 형성하는 것은 1류(流)라 할 수 있다”라며 “현재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들은 ‘전략 국가’,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중진국들은 ‘전술 국가’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수준에 있을까. 최 교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술 국가 최상위 레벨’에 속한다. 그는 “한국은 7~8개 세계 전략 국가의 바로 밑 그룹으로 볼 수 있다”라며 “그러나 중진국 상위 수준에 도달한 이후, 그 단계에 갇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는 중진국 중 최상위 레벨에 속해있다는 것이 최진석 교수의 의견이다. 다만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우리나라는 중진국 중 최상위 레벨에 속해있다는 것이 최진석 교수의 의견이다. 다만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 Pixabay

“민주화 이후 국가적 어젠다 찾아야”

그 가장 큰 이유는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서는 난이도가 ‘5’정도 된다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난이도는 ‘5만’ 정도”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건국이나 산업화, 민주화 등의 과제는 매우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일이다. 특히 해당 분야에서 이른바 벤치마킹할 만한 선진국의 사례를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를 ‘따라 하기’ 단계라고 지칭했다. 반면 선진화는 목표 자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최 교수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짚어보는 과정과 함께 “해방 이후에는 건국 및 새정부 수립, 그 이후에는 산업화, 다음으로는 민주화라는 국가적 어젠다가 있었다”라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우리는 이 모든 과업을 완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여정이 전술 국가 상위 레벨에 그친다는 것. 민주화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국가적 어젠다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지금 우리의 어젠다는 선진화, 즉 전략 국가로의 도전”이라며 “그러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국가적 아젠다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아젠다를 설정하는 일이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우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 등 국가적 어젠다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어젠다를 설정하는 일이다. ⓒ Pixabay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필요한 것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 교수는 시선을 넓혀, 동서고금의 역사를 인용하며 ‘철학’과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편전쟁 이후 동아시아가 서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많은 지식인들이 그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라며 “그 결과 철학과 과학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철학과 과학이라는 근본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을 주도한 서양이 현재까지의 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전략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당시 새로운 판을 만들었던 나라들은 지금까지도 선진국으로 자리 잡았다”라며 특히 ‘국제적인 시선’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우리 역시 전략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1500년대 시작된 대항해시대로서 최초로 국제화가 이뤄지고 글로벌 무역이 시작된, 소위 패러다임이 새롭게 정립되는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우리가 국제적인 시선을 갖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야기는 패러다임 전환기에서 ‘국제적 시선을 가진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겪은 과거로 이어졌다.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국제적인 시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국제적인 시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Pixabay

국제적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

“은이 국제 화폐로 통하던 시기, 세계의 힘은 ‘누가 은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와미 은광을 갖고 있는 일본은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일본에게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매장량이 큰 은광을 보유하고 있으나, 은 제련에 대한 기술이 떨어져 생산량과 품질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의외로 당시 세계 수준의 제련 기술을 가진 나라가 조선이었다. 연산군 시절 이미 단천연은법(端川鍊銀法), 회취법(灰吹法),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혁신적인 은 제련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문제는 기술의 활용. 최 교수는 “그러나 조선은 ‘백성들이 은을 제련하는 데 빠지면 도덕심을 잃고, 이익을 다투게 된다’는 이유로 광산 개발에 부정적이었다”라며 “결국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도 광산 개발이 400년이나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은 제련기술을 가져간 일본은 세계 최고의 은 생산국이 됐고,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갖기에 이르는데, 이것이 바로 임진왜란이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의 시야가 국제화되지 못하고 국내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국제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판이 깨지고 있다. 전술 국가에서 전략 국가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미다.  ⓒ 김청한 / Sciencetimes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판이 깨지고 있다. 전술 국가에서 전략 국가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미다. ⓒ Pixabay

“4차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축복과도 같은 기회”

이는 급변하고 있는 현시대에서 더욱 명심해야 할 교훈이다. 최 교수는 “패러다임이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일이 불가능하다”라며 “그런데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판이 깨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문명의 전환기”라고 말했다. 전술 국가에서 전략 국가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미다.

특히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반가운 이유는, 지금이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를 ‘축복’이라 표현하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는 진행과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최 교수는 이어 “단순히 ‘합의’에 머무르지 않고, 강한 ‘욕망’을 바탕으로 합의된 어젠다를 완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이 시기를 잡지 못하고 다시 패러다임이 공고해지면, 향후 몇 백 년 동안 전술 국가 레벨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명의 흐름에 주도적으로 올라타기 위해서는 전략적 높이의 시선, 특히 철학과 과학으로 무장된 국제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이어진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 한국 사회의 경제적 역량, 산업 경쟁력, 인적자원 잠재력 등을 제시하며,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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