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1,2019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만들 수 있을까?

과학기술 넘나들기(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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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로봇 애니메이션 영화 및 드라마로서 ‘마징가Z(マジンガーZ)’가 있다. 나가이고(永井豪) 원작의 일본 만화로 국내 텔레비전에서도 번안하여 방영했다.

거대 전투 로봇인 마징가Z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종사가 호버파일더라는 작은 비행체에 의해 도킹한 상태로 로봇과 혼연일체가 되어 싸우는 방식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더하여 로봇의 몸체가 ‘초합금Z’라 불리는 첨단 신소재로 제작되어 있어서, 적군 로봇군단의 미사일 및 광선 무기 등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이 견딜 수 있었던 점 역시 인기를 끌었던 나름 독특한 설정이었다.

초합금Z라는 첨단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오는 마징가Z의 동상 ⓒ Kippelboy

초합금Z라는 첨단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오는 마징가Z의 동상 ⓒ Kippelboy

마징가Z 이외에도 무적에 가까운 최강의 신소재로 만들어진 무기가 등장하는 SF물이나 영화가 여럿 있는데, 최근까지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관객을 모은 바 있는 어벤저스(Avengers) 시리즈와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인기 영화 시리즈인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여러 슈퍼영웅 중에서 방패를 중요한 무기로 쓰는 인물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이다. 어벤저스의 리더이기도 했던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 솔저 혈청을 주입받아 초인적인 막강한 힘을 내며, 그가 항상 들고 다니는 별이 그려진 동그란 모양의 방패는 ‘비브라늄(Vibranium)’이라는 희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비브라늄은 외계 행성에서 온 금속 물질로서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1/3 수준으로 훨씬 가볍다. 또한 충격을 받을수록 분자들을 더욱 가깝게 결합시키며 단단해져서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는 경이로운 금속이기 때문에, 이 금속으로 만든 방패는 적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비브라늄이라는 외계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 ze_bear

비브라늄이라는 외계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 ze_bear

어벤져스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인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The Avengers: Age of Ultron, 2015)에서는 슈퍼영웅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악당 울트론이 비브라늄을 탈취하고, 새로운 캐릭터인 ‘비전’이 비브라늄과 생체 세포의 합성으로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징가Z의 초합금Z이나 어벤저스의 비브라늄은 영화, 드라마나 원작 만화에만 나오는 가상의 금속으로서, 지구상에 그와 같은 물질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들과 똑같은 성능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종래의 것들보다 훨씬 강하고 뛰어난 특성을 지니는 첨단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은 늘 지속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꿈의 신소재에 비유할만한 것으로서, 특히 어벤저스의 비브라늄을 떠올릴만한 기존의 금속 원소로는 티타늄을 꼽을 수 있다. ‘티타늄(Titanium)’은 은백색의 금속으로서, 원소 주기율표 상으로는 4A 족에 속하는 첫 번째 원소이며 원자번호는 22이다.

티타늄 금속 막대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티타늄 금속 막대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티타늄의 존재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8세기 말경이므로 그리 최근의 일은 아니다.

광산이 많았던 영국 콘월 지방 메나칸의 모래를 분석하던 과정에서, 기존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토류 원소를 발견하고 이것을 메나칸 토류라는 뜻의 ‘메나친(Menachin)’이라 명명하였다. 그 후 독일의 분석화학자 클라프로트(Martin H. Klaproth, 1743-1817)는 금홍석에서 발견한 새로운 원소가 곧 메나친과 동일한 것임을 밝혀냈다.

이 새로운 금속원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즉 제우스 신과 하늘의 왕좌를 놓고 쟁패를 벌였던 크로노스 등 거인족 신의 이름을 따서 ‘티탄(Titan)’이라 이름을 붙였고, 오늘날에도 티타늄은 티탄으로도 불린다.

티타늄은 여러 금속이나 신소재의 장점들만 골라서 지니고 있다고 할 정도로 우수한 특성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즉 강도가 일반 강철의 2배, 알루미늄의 6배가 될 정도로 강하고 기계적 성질이 뛰어난 반면, 중량은 마그네슘, 알루미늄 다음으로 가볍고 전성(展性)과 연성(延性)이 높아서 가공하기에도 좋다. 또한 열에도 강하고 내식성(耐蝕性)이 뛰어나서 바닷물이나 산, 알칼리, 여러 가스 등에도 잘 견딘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골프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골프채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티타늄은 스포츠용품, 정밀기계용 부품 등 첨단과학기술용 뿐 아니라,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뼈, 인공치아 등 의료용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티타늄은 항공우주 산업이나 화학공업, 선박 및 여러 설비 분야에서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재료이다.

티타늄이 포함된 강력한 합금은 항공우주용의 구조물, 엔진 등에 쓰이고, 티타늄은 바닷물에 견디는 힘이 백금만큼이나 강하기 때문에 선박용 부품이나 해수담수화 장치, 해양개발용 기기 및 공해방지 장치 등에도 이용된다. 또한 내열성과 내식성이 뛰어나므로, 전기분해용 전극,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용 복수관, 열교환기, 반응기기 등에 쓰기가 매우 적합하다.

앞으로 광물로부터 티타늄을 대량으로 얻는 방법이 개선되어 가격이 낮아진다면,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티타늄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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