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1,2019

사람의 유전자를 달로 보낸다?

쥬라기 공원처럼 인조 호박에 DNA 보관

FacebookTwitter

만약 99달러에 달 여행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이루려는 기업이 등장했다. 단, 승객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몸에서 추출한 분자 단위 구조물이다.

지난 9일 첨단과학기술 매체 ‘IEEE Spectrum’은 사람의 DNA를 달에 보존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라이프쉽(LifeShip)’이라는 스타트업은 고객의 침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인조 호박(Artificial amber)’에 보관하여 달까지 보낸다는 사업 구상을 추진 중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호박 속에 유전자 정보를 저장하면 오랜 세월 혹독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쉽의 설립자인 벤 할드먼(Ben Haldeman)은 “DNA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화물이지만,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신이 제공한 타액 샘플에서 DNA를 채취하여 우주에 보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로드스터와 함께 화성으로 보내진 ‘The Solar Library’ © Arch Mission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로드스터와 함께 화성으로 보내진 ‘The Solar Library’ © Arch Mission

인간 DNA를 우주로 보내려는 시도 이어져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우주에 보존하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2015년 설립된 ‘아치 미션 재단(Arch Mission Foundation)’은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의 지식과 종을 보관하려는 비영리 단체다. 이를 위해 태양계 곳곳에 인간 지식의 저장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18년 2월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이 화성으로 보낸 테슬라 스포츠카에 처음으로 아치 재단의 저장 매체가 탑재되었다.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태양 주위를 돌게 될 ‘태양 도서관(The Solar Library)’이라는 명칭의 작은 디스크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파운데이션 3부작(Foundation Trilogy)’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발사된 이스라엘의 베레시트 달 탐사선에도 ‘달 도서관(The Lunar Library)’이라는 또 다른 아치 저장 매체가 탑재되었다. 에폭시 수지로 밀봉된 디스크에는 약 30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담은 아날로그 및 디지털 자료와 함께 25명의 사람과 다른 유기체로부터 추출한 1억 개의 세포가 저장되어 있었다.

불행하게도 베레시트 탐사선은 4월에 달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그리고 뒤늦게 아치 미션 디스크에 지구 최강의 생명체로 알려진 ‘물곰(곰벌레)’ 수천 마리가 함께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물학적인 달 오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베레시트 탐사선에 탑재된 ‘The Lunar Library’ © Arch Mission

베레시트 탐사선에 탑재된 ‘The Lunar Library’ © Arch Mission

올가을부터 판매 예정

라이프쉽은 조만간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통해서 99달러짜리 가정용 DNA 수집 키트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구매자들이 각자 채취한 DNA 샘플을 담아서 반송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6개월마다 한 번씩 달까지 운반할 계획이다.

할드먼은 아치 재단이 사용한 기술을 응용해서 인간 DNA 샘플을 달 표면에 보내면 양쪽(달, DNA) 모두에게 훨씬 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DNA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므로 오염의 우려가 거의 없다고 한다.

© Pixabay

© Pixabay

DNA는 달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될까?

라이프쉽은 아치 미션과 마찬가지로 에폭시 수지로 된 인조 호박에 DNA를 넣어서 달로 보낼 계획이다. 수천만 년간 호박에 갇혀 있던 곤충과 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일부 복구한 사례는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저장된 DNA가 안정적으로 해독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아치 재단의 공동 설립자인 노바 스피백(Nova Spivack)은 “캡슐에 들어있는 DNA가 얼마나 오랫동안 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인조 호박은 매우 느리게 변질되는 에폭시 수지일 뿐이며, 내구연한을 시험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주 방사선과 극한의 온도에서 DNA를 보호하려면 완벽한 차폐가 필요하지만, 차폐에 관한 연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할드먼은 “우주에서 DNA가 쉽게 분해되는 이유는 방사선이 물 분자에 부딪혀 염기서열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DNA를 건조하게 보관하고, 각각에 대해서 수천 개씩 복사할 것이다”라고 대비책을 소개했다. 만약 방사선이 일부를 파괴해도 여러 복사본이 있어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할드먼은 고객의 DNA 샘플을 달에서 100만 년 동안 보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꽤 오랜 시간 남아있으리라 전망하면서 “미래를 위해 생명을 보존하고 우주를 여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DNA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기대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우주로 나가려고 생명의 씨앗을 심는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의견달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