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헤밍웨이 고양이’가 유명해진 까닭

다지증 손이 일반인보다 운동능력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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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키웨스트 섬에 있는 헤밍웨이의 생가에는 5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고양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앞발에 5개가 아닌 6개의 발가락을 지니고 있기 때문.

그 고양이들의 정체는 바로 헤밍웨이가 생전에 길렀던 다지증 흰색 고양이 ‘스노우 화이트’의 후손이다. 스노우 화이트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리 발가락이 하나 더 많은 6개의 발가락을 갖는 다지증 유전자를 갖고 있었으며, 그 후손들도 다지증이거나 다지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한 선장에게 다지증 고양이를 선물 받은 후 다지증 고양이 마니아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뱃사람들에게 다지증 고양이는 행운의 부적과도 같았다. 다지증 고양이는 발가락이 많은 덕분에 바다의 강한 파도에도 균형 잡는 것이 능할뿐더러 쥐를 잡는 능력도 그만큼 탁월했다.

일반인들이 양손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작업을 6개 손가락을 가진 이들은 한손으로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생가의 다지증 고양이. ⓒ public domain

일반인들이 양손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작업을 6개 손가락을 가진 이들은 한 손으로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생가의 다지증 고양이. ⓒ public domain

다지증(polydactyly)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많다는 뜻의 ‘poly’와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의미하는 ‘dactylos’의 합성어다. 다지증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 돼지, 양, 기니피그, 소, 쥐, 파충류, 양서류에게서도 나타나며, 사람의 경우 1000명당 2명에게서 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헤밍웨이 고양이와는 달리 사람의 경우 여분의 손가락은 대부분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술로 제거된다. 비정상적으로 더 생긴 손가락은 저형성되거나 일부 결손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형성된 여분의 손가락도 제거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육손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의 손가락을 제거하는 이유는 여분의 손가락을 쓸모없는 것이나 장애적 요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분 손가락 위한 뇌 전용 영역 있어

2011년 초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가 영입한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양손의 손가락이 모두 6개로 태어났는데, 왼손은 그대로 두고 공을 던지는 오른손의 손가락 하나만 어릴 적에 수술로 제거했다.

최근 미국 과학전문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초인간 연구’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다지증을 지니고 있지만 수술을 안 한 채 살아가는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연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52세의 어머니와 17세 아들은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에 여분의 손가락을 하나씩 더 지닌 채 태어났다. 프라이부르크대학,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로잔공과대학 등의 공동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그들의 손가락 운동 능력과 뇌 활동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머니와 아들 모두 여분의 손가락에 근육, 신경, 힘줄이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손가락과 비슷한 힘과 운동의 독립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개 손가락 각각이 뇌 운동피질의 별개 영역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뇌가 여분의 손가락을 위한 전용 영역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진은 빠른 속도로 손가락 움직임을 조정해야 하는 비디오 게임을 설계해 이들 모자에게 연습시켰다. 그 결과 이들은 일반인들이 양손을 사용해야만 가능한 작업을 6개 손가락을 가진 한 손으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밖에 신발 끈 묶기, 책 페이지 넘기기, 냅킨 접기 같은 물체 조작 작업도 피실험자들은 어려움을 겪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실제로 인도 구자라트에서는 지난 2014년에 총 14개의 손가락과 14개의 발가락을 가지고 태어난 28세의 남자가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남자는 자신의 직업이 목수임에도 불구하고 여분의 손가락이 그의 작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뇌-기계 연결하는 새 인터페이스 구축에 도움

연구진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건 뇌의 유연성에 과연 한계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예를 들면 언어나 양안 시력 등의 특정 행동 및 능력은 유아기의 주요 시기에 배워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존 뉴런이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는 뇌와 기계 사이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운동 능력이나 동작을 확장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인공 팔다리의 개발을 위한 청사진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인공적인 사지는 좁은 환경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돕거나 보조 없이 수술을 수행하는 외과의사의 등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 다지증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관련 유전자를 찾거나 제거된 사지의 생리학적 결과 등에 맞춰져 있었다. 여분의 손가락이 얼마나 유용하며, 그에 따른 운동 확대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즉, 여분의 손가락 같은 이례적인 신체 조직을 장애적 측면에서만 바라보았을 뿐 그에 대한 장점은 생각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논문에서 “다지증을 가진 피실험자들은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며 “앞으로는 다지증을 지닌 유아가 태어날 경우 여분 손가락의 기능을 철저히 평가한 후 제거 여부를 결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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