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9,2019

상호작용하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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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다양한 인터랙션

전통적 개념의 회화나 조각 작품의 감상 방법은 관객이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미술 작품을 직접 만지는 감상자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금기시(禁忌視) 되어왔다. 이는 작품의 훼손을 방지하고 안정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전통적 개념의 미술 작품 감상법이 대개 일방형(一方型)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술관의 전시 작품에는 종종 “만지지 마세요” 혹은 “눈으로만 감상해주세요” 등과 같은 안내 문구가 붙거나, 가이드라인을 작품 주위에 설치하여 작품과 관객 간에 거리를 두고 직접 만지지 못하도록 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예술과 과학, 그리고 기계공학, 디지털 테크놀로지, ICT 기술 등이 융합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개념의 미술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기존의 일방형 미술 감상에서 관객이 직접 참여하거나 개입하는 새로운 양방형(兩方型) 상호작용 미술(Interactive Art)과 설치 미술(Installation Art)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Up in the Air Ⓒ Bernie Lubell

Up in the Air Ⓒ Bernie Lubell

미국의 현대미술가 버니 루벨(Bernie Lubell)은 1980년대 초반부터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에 초점을 맞추고, 여러 가지 기계장치를 활용하여 ‘상호작용하는 설치 미술(Interactive Installation Art)’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가이다.

버니 루벨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모터 등과 같은 전동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아날로그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와 터치, 그리고 조작(操作)을 통해 기계의 애니메이션을 창출하는 것으로, 컴퓨터의 도움 없이도 예술적 상호작용과 참여적 경험을 창조할 수 있다는 지점을 제시한다.

Theory of Entanglement Ⓒ Bernie Lubell

Theory of Entanglement Ⓒ Bernie Lubell

마치 커다란 장난감이나 놀이기구 같은 버니 루벨의 ‘상호작용하는 나무 기계’ 작품에서 관객은 수동적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동력을 형성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자의 일원이 되어, 자신과 서로를 위한 시각적·운동적·공간적 극장을 만들게 된다. 버니 루벨은 작품의 적극적인 파트너로 관객들을 초대하여 몸과 마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적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버니 루벨은 운동의 시각적 관계성과 기록 및 이해에 주목하며, 자신의 작품들이 프랑스의 생리학자이자 동물생태학자 에티엔느 쥘 마레이(Etienne Jules Marey, 1830~1904)의 다중 노출 연속 촬영 기술인 동체 사진법(動體寫眞法) ‘크로노포토그래피(Chronophotography)’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쥘 마레이의 시차사진술(時差寫眞術) ‘크로노포토그래피’는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 1830~1904)가 여러 컷의 사진으로 연속 동작을 촬영한 것과 달리, 하나의 필름에 운동의 각 단계를 연속 촬영하는 방법으로, ‘크로노포토그래피’를 통한 사진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동물과 인간의 미세한 운동을 하나의 사진으로 보여준다.

쥘 마레이 '크로노포토그래피'

쥘 마레이 ‘크로노포토그래피’ Ⓒ public domain

쥘 마레이는 저서 ‘조류의 비행(The Flight of Birds, 1869)’, ‘동물 기계장치(Animal Machanism, 1874)’, ‘생리학 실험(Physiologie Experimentale, 1876)’, ‘그래프 기록법(Methode Graphique, 1878)’ 등을 통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의 운동과 동작을 다양하게 연구했으며, 이러한 연구 성과와 ‘크로노포토그래피’는 운동의 속도와 역동성,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찬양한 미래파(Futurism) 예술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Sufficient Latitude  Ⓒ Bernie Lubell

Sufficient Latitude Ⓒ Bernie Lubell

또한 버니 루벨은 공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이 융합된 ‘상호작용하는 나무 조각’ 작품을 통해 보다 확장된 양방형 인터랙션을 창출한다. 즉, 버니 루벨의 작품이 형성하는 인터랙션은 단지 기계적이거나 물리적인 것을 넘어, 심리적이고 주관적이며 선택적인 것이다. 그는 이를 “기계장치로 인간의 마음을 시뮬레이션한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버니 루벨의 작품에서 관객은 단지 ‘방문객’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열려있으며,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와 개입에 따라 가변적(可變的)으로 완성된다. 그의 작품의 인터랙션은 관객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동력(크랭크와 페달, 회전운동, 반중력, 압력, 풀리와 벨트, 마찰과 사운드 등)을 기계장치와 함께 관객의 신체와 마음이 설치 조형물의 애니메이션으로 증폭되어 나타나도록 융합한다.

버니 루벨은 샌프란시스코 과학박물관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의 과학예술실험소 ‘팅커링 스튜디오(The Tinkering Studio)’와 컬래버레이션 하는 ‘팅커스(Tinkers)’로 참여하고 있으며, 위 작품 이외에도 ‘Aspirations’, ‘Somewhat in Doubt’, ‘Party of the First Part’, ‘Conservation of Intimacy’, ‘A Little Breathing Room’, ‘Making a Point of Inflection’ 등의 주요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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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19.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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