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원자력 추진체계 탑재한 미사일 등장?

무한비행 미사일·항공기 개발 시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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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러시아 북부 세베로드빈스크 인근의 뇨녹사 미사일 시험장에서, 시험 중이던 9M730 부레베스트닉(NATO명 SSC-X-9 스카이폴) 순항 미사일이 폭발해 병기 과학자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폭발 사고보다 더 놀라운 점은 9M730 미사일의 실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발사한 9M730 미사일이 원자력을 추진 체계를 탑재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3000km 이상의 사거리를 얻기 위해 원자력 추진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측의 대표적인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의 사거리가 최대 2500km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것이다.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km 이상이라면 군사적인 관점에서는 사실상 무한 비행에 가깝다.

순항 미사일의 발사 장면.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하면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를 거의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다. ⒸWikipedia

순항 미사일의 발사 장면.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하면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를 거의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다. ⒸWikipedia

러시아는 현재 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 싱크탱크인 RAND 연구소의 선임 공학자 조지 나쿠지에 따르면, 핵 반응으로 인해 생긴 열을 이용해 흡입한 공기를 가열 폭발시켜 추력을 얻는 방식으로 보인다고 한다. 즉, 일반적인 제트 엔진에서 석유가 해 주는 역할을 원자력이 대신하는 것이다.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하는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이 핵 연료 교체시까지 사실상 무제한의 항해가 가능한 점을 감안한다면, 순항 미사일이나 항공기 등에 원자력 추진 체계를 탑재할 경우에도 이론상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핵 연료 교체시까지 공중 재급유 없이도 무제한의 항속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원자력 추진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러시아의 원자력 추진 순항 미사일의 등장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지난 2018년 2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핵탄두 탑재 신형 원자력 추진 순항 미사일을 이미 개발 완료했다. 이 미사일은 지구상의 어떤 방공망도 돌파할 수 있으며 어떤 표적이라도 타격할 수 있다. 2017년에 첫 시험 비행을 실시했으며 그 사거리는 기존 순항 미사일의 1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현재 일반에 공표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 미사일의 개발은 아직 완료되지는 않았으며, 2017년 미사일 시험 비행 중 북극해에 추락한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이러한 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역시 미국과의 신냉전 무드 때문이었다. 미국은 지난 1972년 구 소련과 체결했던 탄도탄 요격 미사일 규제 조약(ABM 조약)을 2002년에 탈퇴했다. 이어 올해 8월 2일에는 중거리 핵 전력 조약(INF 조약)을 탈퇴하면서 핵 전력 강화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원자력 순항 미사일 개발은 이러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미국의 실험기 NB-36H. AN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자로를 탑재하고, 항공기용 원자력 추진 체계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Wikipedia

미국의 실험기 NB-36H. AN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자로를 탑재하고, 항공기용 원자력 추진 체계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Wikipedia

항공우주분야의 원자력 추진 체계 탑재 시도는 의외로 일찍부터 있어 왔다.

2발의 원자탄 투하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직후인 1946년, 미 육군 항공군은 항공기 추진 원자력 에너지(Nuclear Energy for the Propulsion of Aircraft, NEP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51년 항공기 원자력 추진(Aircraft Nuclear Propulsion, ANP) 프로그램으로 이름이 바뀐 이 프로젝트에서는 원자력 추진 제트 엔진의 가능성을 연구, B-36 폭격기에 이를 탑재할 예정이었다.

미국이 WS-125 폭격기용으로 개발했던 원자력 엔진 HTRE-2 ⒸWikipedia

미국이 WS-125 폭격기용으로 개발했던 원자력 엔진 HTRE-2 ⒸWikipedia

1956년에는 원자력 추진식으로 개조된 J-47 제트 엔진이 완성되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에서도 J-87 제트 엔진을 원자력 추진식으로 개조해 개발 중이던 원자력 폭격기 WS-125의 엔진으로 쓰려고 했다.

또한 초음속 저공 순항 미사일용 원자력 램제트 엔진 개발 계획인 ‘플루토’ 프로젝트도 1957년부터 진행되었다. 같은 시기 소련에서도 Tu-95 폭격기에 원자로를 탑재하고 항공기용 원자력 추진 체계의 가능성을 연구했다.

그러나 1950~1960년대에 진행되었던 이러한 항공기용 원자력 추진 체계 연구개발은 모두 실패하거나, 당시 정권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원자력이 지극히 위험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에 탑재되었을 경우 더욱 그러하다.

바다에서 운용하는 배는 원자로의 냉각에 필요한 냉매, 즉 물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는 그만큼 효율 좋은 냉매를 주변에서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냉각장치가 고장나는 만약의 경우 대처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기체가 추락할 경우 원자로가 깨지면서 바로 방사능 누출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유인기에 원자로를 실을 경우 승무원들을 방사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차폐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차폐 장치가 워낙 크고 무거워 항공기의 비행 성능을 악화시킨다

이러한 단점이 있었기에 1960년대 이후 관련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동안 항공우주 계통을 위한 원자력 추진 체계는 두 번 다시 지구로 돌아올 일이 없는 우주 탐사에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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