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글로벌 소재 공급 기지로 거듭나야”

불화수소 관련 한·일간 특허 분석···7대 전략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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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는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가 극일(克日)에만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국내 소재·부품 산업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글로벌 공급 기지’가 될 수 있도록 새롭게 변신해야 합니다”

지난 30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특허전쟁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이덕근 한국기술거래사회 수석부회장은 소재·부품 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일 간 분쟁 상황 속에서 국내 소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한·일 간 분쟁 상황 속에서 국내 소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특허청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르고 있는 지식재산에 대한 가치를 제고하고, 한·일 간 분쟁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불화수소를 중심으로 한·일 간 지식재산 분석

‘한·일 특허 비교 분석을 통해 바라본 소재 전쟁의 전개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 부회장은 과거 부품소재통합연구단 소장을 지낸 이력답게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일 간 소재 전쟁의 미래를 진단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한·일 간 분쟁의 원인이 된 불화수소를 중심으로 특허를 분석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기술장벽 △대체 가능성 △회피 가능성 △결론 등의 순서로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불화수소 관련 기술장벽에 대해 이 부회장은 “IP5의 출원 현황을 살펴보면 1989년 이후 30년간 지속적으로 연평균 180여 건의 특허출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지속적인 특허출원은 개량 기술이 꾸준하게 개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IP5란 ‘세계 5대 특허청(Intellectual Property 5)’의 약자다. 전 세계 특허출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 미국, 그리고 유럽, 중국, 일본의 특허청으로 구성된 국제 논의 협력체를 말한다.

특히 불화수소 정제 및 불소계 화합물의 특허출원 비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가 17.3% 및 34.17%로서 약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특허 비율만 놓고 보면 일본의 기술장벽이 더 높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의견이다.

반도체 제조의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관련 특허를 분석하는 행사가 열렸다 ⓒ free image

반도체 제조의 필수 소재인 불화수소 관련 특허를 분석하는 행사가 열렸다 ⓒ free image

일본 산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불화수소 관련 특허출원 현황을 들여다보면 TOP5 안에 드는 주요 기업으로는 미국 기업인 ‘하니웰(Honeywell)’과 ‘듀폰(Du Pont)’이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은 TOP5는 물론 TOP10 안에도 들지 못한 것을 볼 때 상용화된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출원 기업의 국적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특허출원 점유율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3번째인 10%에 가까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술잠재력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일본이 가진 특허를 회피하여 우리만의 기술을 확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이 부회장은 진단했다. 불화수소 관련 일본의 기술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주요 국가에 모두 출원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 특허를 피해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전략은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체 방법은 두 가지”라고 단정하면서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R&D를 통해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줄여 나가거나, 미국 기업들이 가진 기술을 특허공유를 통해 대처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극일을 넘어 글로벌 공급 기지로 진화

소재 관련 국내 기업들을 위한 정책 제안에 앞서 이 부회장은 특허경영 기업으로 유명한 일본의 ‘메이난 제작소’에 대해 소개했다.

메이난 제작소는 목공기계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직원 수는 채 100명이 안 되지만, 창립 이후 지금까지 1500여 건이 넘은 이 회사는 운영 방침이 ‘특허가 없는 것은 팔지 않는다’일 정도 지식재산에 매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메이난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뉴턴의 물리법칙인 ‘F=ma(힘=질량×가속도)’을 회사의 사시(社是)로 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다”라고 언급하며 “한마디로 말해 괴짜 같은 기업이지만,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를 통해 탁월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메이난 제작소를 소개한 후 이 부회장은 국내 기업을 위한 정책제안으로 △소재 및 부품 기업의 생애 주기별 전략 수립 △특허전략과 소재 기술 개발의 접목 강화 △기술의 수요 성숙도(DRL)를 반영한 기술전략 △특허분석을 통한 신성장 아이템 발굴 지원 △공모전 형식의 소재 및 부품 개발 전략 병행 △M&A 및 기술이전 등 다양한 기술 획득 전략 지원 △GLT(Global Leading Top) 확보 및 유지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소재 및 부품 기업의 생애 주기별 전략 수립에 대해 이 부회장은 “소재 기업의 경우 생로병사(生老病死)로 상징되는 생애 주기별 맞춤형 특허 획득과 활용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창업(生)과 성장(老), 그리고 변화(病)와 위기 탈출(死) 등 기업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적재적소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공모전 형식의 소재 및 부품 개발 전략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공모전(contest)처럼 일종의 경쟁을 통해 ‘기술 개발 속도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국가 전략품목으로 지정하는 특정한 소재들에 대해 특허분석과 경쟁력을 연계해야만 시장 수요와 우선순위 등을 분석하여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전략들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때 우리나라는 소재 강국이자 부품 대국이 될 수 있다”라고 전하며 “소재 강국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극일(克日)을 넘어 ‘글로벌 공급 기지(Global Sourcing Network)’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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