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3,2019

‘루시’보다 앞선 조상 얼굴 찾았다

380만 년 전 고인류 두개골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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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완벽한 고인류 두개골 화석이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보다 앞선 38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의 것으로 밝혀졌다.

‘루시’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330만 년 전의 고인류 여성 화석으로, 목 위의 뼈가 거의 없었으나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유명해졌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확인된 화석 두개골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A. anamensis)에 이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 afarensis)가 나타난 410만 년 전에서 360만 년 전 사이의 고인류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특히 A.아나멘시스와 A.아파렌시스는 기존 이론과 달리 적어도 10만년 동안 공존했던 것으로 나타나 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에티오피아대,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미시간대 등 국제협동연구팀의 수년간에 걸친 탐구 결과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8일 자에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2016년 2월 에티오피아 아파르 주 밀레 지역의 미로 도라에서 발견된 A.아나멘시스 두개골. 수년 간의 연구 결과 이 두개골의 주인공들은 후대의 ‘루시’가 속한 A.아파렌시스 종과 적어도 10만년 동안 공존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 Yohannes Haile-Selassie,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2016년 2월 에티오피아 아파르 주 밀레 지역의 미로 도라에서 발견된 A.아나멘시스 두개골. 수년 간의 연구 결과 이 두개골의 주인공들은 후대의 ‘루시’가 속한 A.아파렌시스 종과 적어도 10만년 동안 공존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 Yohannes Haile-Selassie,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기존 이론에 이의 제기

연구팀은 두개골의 형태학적 특징을 사용해 이 화석이 어떤 종인지를 식별해 냈다.

연구를 수행한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스테파니 멜릴로(Stephanie Melillo) 박사는 “화석 두개골의 윗턱과 송곳니의 특징이 A.아나멘시스에 속한다는 사실을 결정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하고, “마침내 그 이름에 해당하는 얼굴 모습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두개골 화석은 에티오피아 북부 아파르(Afar) 지방에서 전에 발견됐던 다른 화석들과 함께 A.아나멘시스가 A.아파렌시스와 함께 대략 10만 년 가까이 공존했었음을 보여준다.

이같이 존재 시기가 겹친다는 주장은 두 초기 고인류가 선형적으로 바뀌었다는 기존의 이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인 요하네스 하일레-셀라시에(Yohannes Haile-Selassie) 박사는 “이는 플라이오세(Pliocene, 약530만~260만 년 전) 기간 동안의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뒤바꾸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지난 15년 동안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2016년 2월에 이 두개골((MRD-VP-1/1, 여기서는 MRD로 지칭)을 발견했다. 이 발견 이후 프로젝트를 맡은 고생물학자들은 MRD에 대한 광범위한 분석을 수행했고, 지질학자들은 표본의 연대와 맥락을 결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의 대상인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의 380만년 된 A.아나멘시스 두개골.  © Dale Omori,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이번 연구의 대상인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의 380만년 된 A.아나멘시스 두개골. © Dale Omori,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두개골 나머지 부분 발견하고 “만세!”

이번에 새로운 두개골을 확인한 우란소-밀레(Woranso-Mille) 프로젝트는 에티오피아의 중부 아파르 지방이 지닌 고고학적 중요성이 확인된 뒤 하일레-셀라시에 박사의 주도로 2004년부터 현장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약 85종의 포유류를 대표하는 1만 2600개의 화석 표본이 수집됐다. 수집된 화석들 중에는 약 380만~3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230개의 호미닌 화석이 포함돼 있다.

MRD의 첫 번째 조각인 윗턱뼈는 2016년 2월 10일 아파르 주 밀레 지구의 미로 도라(Miro Dora)란 지역에서 알리 베레이노(Ali Bereino)란 현지 노동자가 발견했다.

이 두개골 표본은 지표에 노출돼 있었고, 해당 지역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두개골의 나머지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일레-셀라시에 박사는 “두개골의 나머지 부분을 봤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며, “만세를 외칠 만큼 감동적이며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MRD의 복원된 얼굴 모습 그림. 존 거치(John Gurche)가 수전(Susan)과 조지 클라인(George Klein)의 도움을 얻어 완성했다.  © Matt Crow,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MRD의 복원된 얼굴 모습 그림. 존 거치(John Gurche)가 수전(Susan)과 조지 클라인(George Klein)의 도움을 얻어 완성했다. © Matt Crow,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퇴적물 분석해 당시 환경 확인

‘네이처’ 지에 발표된 동반 논문에서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비벌리 세일러(Beverly Saylor) 교수팀은 근처의 화산암층 광물을 연대 측정해 화석의 나이를 380만 년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또 현장 관찰과 현미경을 이용한 생물학적 유해 분석을 결합해 MRD가 사망한 곳의 풍경과 식생 및 물의 분포 등 수문학적 요소를 재건했다.

MRD는 강이 호수로 흘러 들어가는 삼각주의 모래 퇴적물에서 발견됐다. 이 강은 에티오피아 고원의 고지대에서 발원해 저지대로 흘러들어가 호수를 형성하고 있다.

호수와 삼각주 퇴적물에 보존돼 있는 화석 꽃가루 곡물과 화석 식물 및 말류(藻類)의 화학적 유해는 고대 환경조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이를 통해 호수 유역이 대부분 건조했으나, 삼각주 수변이나 호수로 흘러드는 강가 지역에는 숲이 우거진 지역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논문 공저자인 나오미 레빈(Naomi Levin) 미시간대 부교수는 “MRD는 건조한 지역의 큰 호수 가까이에서 살았다”고 말하고, “우리는 MRD가 살았던 환경과 기후변화와의 관계 및 기후변화가 인간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20만~330만년 된 A.아파렌시스 여성 고인류인 ‘루시’를 복원한 모습.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소장. 두 발 보행을 한 첫 고인류로 확인돼 유명해졌다.  Credit: Wikimedia / Andrew from Cleveland, Ohio, USA

320만~330만년 된 A.아파렌시스 여성 고인류인 ‘루시’를 복원한 모습. 미국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소장. 두 발 보행을 한 첫 고인류로 확인돼 유명해졌다. ⓒ Wikimedia / Andrew from Cleveland, Ohio, USA

‘군중’ 속에서 새 얼굴을 찾다

A.아나멘시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드물게도 두개골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복원됨에 따라 전에는 이 종에서 결코 확인할 수 없었던 얼굴 특징을 식별해 냈다.

하일레-셀라시에 박사는 “MRD는 한 개인에게서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던 원시적이며 또 거기에서 파생된 얼굴과 두개골 특성이 혼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특징은 후에 나타난 종들과 공유되는 반면, 다른 특징들은 아르디피테쿠스와 사헬란트로푸스와 같은 더 오래되고 원시적인 초기 인류 조상 그룹들과 더욱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멜릴로 박사는 “지금까지 600만 년 전의 인류 최초 조상으로 알려진 종과 200만~300만 년 전의 ‘루시’와 같은 종들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다”며, “이번 발견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이 두 그룹 사이의 형태학적 공간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류(hominin) 출현 시기 Credit: Wikimedia

고인류(hominin) 출현 시기 ⓒ Wikimedia

두 종은 서로 경쟁했을까?

연구팀이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는 점은 A.아나멘시스와 그 뒤를 잇는 종인 A.아파렌시스가 적어도 10만년 동안은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이 발견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두 종 사이의 후유전학적(anagenetic) 관계 개념과 모순되며, 대신 진화의 분기 패턴을 지지한다.

멜릴로 박사는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A.아나멘시스가 점차 A.아파렌시스로 변화했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여전히 두 종이 조상-후손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지만 이번 새로운 발견에 따르면 두 종은 아파르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함께 살아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것은 진화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변화시키고, 이 종들이 음식이나 공간을 두고 서로 경쟁을 했느냐 하는 새로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연구팀의 결론은 380만 년 된 MRD를 A.아나멘시스로, 그리고 통상 벨로델리 프론탈(Belohdelie frontal)로 알려진 390만년 된 호미닌 두개골 조각을 A.아파렌시스로 배치한 데 따른 것이다.

벨로델리 프론탈은 1981년 고생물학자팀이 에티오피아 중부 아와쉬 지역에서 발견했으나, 분류학상의 위치에 대해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새로운 MRD 두개골을 발견함에 따라 A.아나멘시스의 얼굴 정면 형태를 처음으로 특징지을 수 있었고, 이 특징들은 벨로델리 프론탈과 루시 종으로 알려진 다른 두개골 표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와는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새 연구는 벨로델리 프론탈이 루시 종 개체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이 같은 식별을 통해 가장 최초의 A.아파렌시스 기록은 39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반면 MRD의 발견에 따라 A.아나멘시스가 마지막으로 출현한 시기는 380만 년까지 내려옴으로써, 두 종은 적어도 10만 년 이상 겹쳐서 존재했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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