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9,2019

장내 미생물군 리모델링해 질병 치료

장 환경 바꾸는 인공 식이 펩타이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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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me)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군이 해로운 상태로 바뀌면 심장병과 비만,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암 생존자의 장내 미생물을 암에 걸린 쥐의 장에 이식한 결과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우리를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2019 미국화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스크립스 연구소 레자 가디리( M. Reza Ghadiri) 교수(화학과) 팀은 26일 쥐의 해로운 장내 미생물군을 더욱 건강하게 바꾸거나 리모델링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관련 동영상

이 연구 결과는 향후 사람들의 식사요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화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연구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스크립스 연구소 가디리 교수(왼쪽). 동영상 캡처.  Credit: 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미국화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연구 발표 기자회견을 하는 스크립스 연구소 가디리 교수(왼쪽). ⓒ
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연구를 이끈 가디리 교수는 “장내 미생물군에는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박테리아 종이 포함돼 있고, 소화관은 인체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장소”라고 말하고, “만약 우리가 건강한 식사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늙지 않는다면, 장내 미생물군이나 여러 질병과 관련된 문제가 없을 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장내 미생물군 구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들은 프리바오틱스나 프로바이오틱스 및 약물요법 등이 포함되나 우리 목표는 이와 달리 미생물군을 리모델링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인공 펩타이드로 리모델링 실험

연구의 핵심은 자가조립 고리형 D, L-α-펩타이드라고 불리는 분자 클래스. 이 분자들은 원래 가디리 교수 실험실에서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 생성한 것이다.

펩타이드(혹은 펩티드, peptide)란 서로 연결된 아미노산의 짧은 사슬로, 단백질을 구성하는 단위다. 가디리 교수연구실에서 만든 펩타이드는 자연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박테리아 종들에 대해 고도로 특이적인 활성 및 선택성을 나타낸다.

Fmoc-α-아민 보호 아미노산을 이용한 링크 아미드 수지에서의 일반적인 고체 형태의 펩타이드 합성 도해.  Credit: Wikimedia / Dan Cojocari

Fmoc-α-아민 보호 아미노산을 이용한 링크 아미드 수지에서의 일반적인 고체 형태의 펩타이드 합성 도해. ⓒ Wikimedia / Dan Cojocari

가디리 교수는 “우리 가설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대신에 우리가 만든 펩타이드를 이용해 장내 미생물군에서 어떤 박테리아 종들의 성장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유익균들이 장에 서식하게 됨으로써 ‘건강한 장’으로 리모델링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특정 만성 질환의 발병이나 진행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는 것.

가디리 교수는 이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심혈관 질환을 선택한 다음 LDL 수용체가 제거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저지방식으로 기른 쥐에게 서양식의 포화지방이 높은 먹이를 주면 높은 혈장 콜레스테롤 특히 LDL 혹은 ‘나쁜’ 종류의 콜레스테롤이 생긴다”며, “10~12주 안에 죽상동맥경화증 환자와 같이 쥐의 동맥에 플라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체 장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박테리아 중 하나인 대장균(E.coli). Credit: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인체 장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박테리아 중 하나인 대장균(E.coli). ⓒ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연구팀은 쥐 모델에서 테스트할 최상의 펩타이드를 찾기 위해 질량 선별 분석법을 개발하고, 실험실에서 대표적인 쥐의 장내 미생물군을 성장시킨 뒤 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펩타이드를 테스트했다.

그리고는 이 장내 미생물군을 저지방 식이를 한 쥐의 장내 미생물군과 유사한 상태로 리모델링하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두 개의 펩타이드를 골라냈다.

“장내 미생물군 리모델링 치료법 개발될 것”

후속 연구에는 세 개의 쥐 그룹을 포함시켰다. 하나는 저지방 식이로 키운 그룹이고, 다른 하나는 서양식 식이 그리고 세 번째는 서양식 식이에 두 개의 펩타이드 중 하나를 경구 복용토록 한 그룹이었다.

연구팀은 각 그룹의 쥐들에게 먹이를 주기 전과 준 후의 분변 샘플에서 장내 미생물군 염기 서열을 분석했다. 아울러 면역계와 염증 및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분자 수치를 측정하고, 쥐 동맥의 플라크 상태를 조사했다.

핏속의 지단백질로 인해 동맥 혈관 안에 플라크가 침착되는 죽상동맥경화증 그림. Credit: Wikimedia / BruceBlaus

핏속의 지단백질로 인해 동맥 혈관 안에 플라크가 침착되는 죽상동맥경화증 그림. ⓒ Wikimedia / BruceBlaus

가디리 교수는 “펩타이드와 서양식 식이를 함께 준 쥐들은 총 혈장 콜레스테롤이 50% 감소했고, 서양식 식이만 먹인 쥐들에 비해 동맥에 유의한 플라크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염증을 증가시키는 분자 수치가 억제됐고 질병 관련 대사물 수치가 재조정되었다”며, “이 쥐들은 저지방 식이를 먹인 쥐들과 상태가 유사했다”고 덧붙였다.

가디리 교수에 따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거의 대부분 담즙산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과 관련이 있으며, 담즙산은 콜레스테롤 대사는 물론 죽상동맥경화증과 같은 염증 과정과 관련이 있는 다른 유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군을 의도적으로 리모델링하고 불건강한 장을 더욱 건강한 장으로 전환시키는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명확한 치료 가능성을 열게 됨으로써 각 개인들의 장을 분석해 궁극적으로 치료법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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