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6,2019

“한국형 디스커버리 도입 시급하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및 국가 핵심기술 유출 근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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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가 도입된다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실질적 권리 구제가 가능해지고, 국가의 경우라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낮출 수 있게 됩니다”

지난 25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중소기업 기술보호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로펌이든의 김민주 변호사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기술유출 사태를 보다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 및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의 탈취 사태 예방을 모색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국가 및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의 탈취 사태 예방을 모색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가 및 중소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의 탈취 사태를 근절하여 상생과 공존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증거를 재판 전에 강제적으로 공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중소벤처기업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술유출에 의해 국내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액 규모가 541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피해액을 더한 금액이다.

기업이 개발한 핵심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는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는 경우가 많지만 ‘유출 사실의 입증’이나 ‘지속적 거래 유지’와 같은 문제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김 변호사는 “이처럼 중소기업이 입고 있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가 바로 한국형 디스커버리”라고 소개하며 “일종의 증거개시 제도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 법원에서는 사실심리 진행 전에 분쟁 당사자에게 증거개시 절차를 실시하는데, 쉽게 말해 분쟁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증거를 재판 전에 강제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자동차 배터리사가 미국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 electrek.co

국내를 대표하는 두 자동차 배터리사가 미국에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한 소송을 벌이고 있다 ⓒ electrek.co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특허소송뿐만 아니라 모든 민사소송에 적용할 수 있다. 본격적인 변론 절차 전에 필요한 증거를 당사자가 수집할 수 있어서 효과적인 권리 구제가 가능한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가 필요한 증거를 상대방에게 요구했을 때 상대방이 이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에서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된 증거의 제출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제도와 관련된 대표적 사례로는 국내의 대표적 배터리 제조사들인 L사와 S사 간에 일어난 분쟁 사건을 꼽을 수 있다. L사가 ‘영업 비밀 침해’를 이유로 S사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주 지방법원에 제소한 것이 분쟁 사건의 개요다.

두 회사 모두 국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미국까지 가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미국에서 소송을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질적 권리 구제 가능하고 해외 유출 막을 수 있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미 국내 특허법에 일종의 시범사업과 같은 일부 기능을 도입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 개정된 특허법 132조에 기존 증거제출 대상의 범위를 ‘서류’에서 ‘자료’로 확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증거의 범위가 서류에서 자료로 확대되면서 보다 포괄적인 증거 확보가 가능해졌다”라고 언급하며 “해당 조항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지식재산권 전담부에서는 자료제출 명령제도 도입 이후 피고가 법원의 제출명령에 응하는 성실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법원에 제출명령 불응 시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실무운영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시 여러 가지 면에서 기대할 만한 효과가 나타나자 담당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도 제도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두 제약회사 간에 벌어졌던 ‘보톡스(Botox)’의 기술 침해 사건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공청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 한국법조인협회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공청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 한국법조인협회

해당 기술 침해 사건은 주름개선 주사제로 알려져 있는 보톡스를 개발하고 있는 M사가 관련 균주와 제제 생산기술 등을 D사가 훔쳐 갔다고 주장하면서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사건을 제1호 ‘중소기업 기술 침해 행위 행정조사’ 사건으로 결정하면서, 이번 사건에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으로 ‘증거자료 편재로 인한 권리구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이로 인하여 기술유출 피해 사실과 손해액 규모, 그리고 법 위반 행위 및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증거자료 편재로 인한 권리구제 제도가 피해 구제는 커녕 오히려 피해자가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터무니없이 낮은 손해배상액이 재판을 통해 책정되어 실질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권리 구제에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김 변호사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된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 가능성이 높아져 실질적 권리 구제도 가능해질 수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국내 사법제도의 신뢰 향상은 물론,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대폭 낮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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