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4,2019

가상 물리치료, 진짜처럼 효과 있다

디지털 치료 프로그램, 비용 절감·재입원율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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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A씨는 후유증으로 생긴 편마비로 인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인의 도움 없이는 병원에 갈 수도 없다.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해도 워낙 대기 인원이 많아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치료사들이 A씨 혼자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지도할 때면 A씨는 따라 하던 동작을 몰래 멈추어 버리곤 하니 치료 효과도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리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이 매우 엄격해 비용은 비용대로 든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A씨 같은 뇌혈관질환 및 근골격계질환, 만성퇴행성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물리치료 재활 서비스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재활의료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물리치료를 제대로 받기 위한 제반 시스템은 여건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가상의 물리치료사를 등장시키는 원격 재활 프로그램은 물리치료사들이 실제로 행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DoD photo by Karina Luis

가상의 물리치료사를 등장시키는 원격 재활 프로그램이 물리치료사들이 실제로 행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DoD photo by Karina Luis

그런데 최근 미국 듀크대학 연구진은 가상의 물리치료사를 등장시키는 원격 재활 프로그램인 ‘VERA’를 실제 물리치료와 비교하는 최초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원격 재활 프로그램이 물리치료사들이 실제로 행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수술한 지 3개월 만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 환자들은 통증 감소 및 계단 오르기 등의 기본 운동 수행 능력에서 기존의 물리치료 그룹과 동일한 회복 수준을 보인 것이다.

더구나 가상 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한 환자들은 기존 물리치료 환자들보다 재입원율이 낮았다. 최고의 장점은 물리치료에 대한 비용 절감 효과였다. VERA를 사용해 물리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 한 명당 평균 2745달러가 절감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 결과는 ‘골관절 외과 학회지(The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에 게재됐다.

환자들의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가상 물리치료

가상운동재활보조기(Virtual Fraction Rehabilitation Assistant)의 줄임말인 VERA는 ‘리플렉스 헬스’사가 개발한 재활 서비스다.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된 가상의 물리치료사가 등장해 환자에게 동작을 안내하고, 3D 영상 시스템으로 따라 하는 환자의 움직임을 측정해 기능 평가를 분석할 수 있다.

또한 환자는 대시보드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치료 진행 상황과 통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의사와 연결하는 원격 진료 기능도 내재되어 있다. 그럼에도 환자는 센서나 모니터링 장치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VERA의 또 다른 장점은 환자들이 의사를 속일 수 없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의사들과 면담할 때 솔직히 자신이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가상 재활 프로그램은 그 같은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VERA 외에도 카이아, 키오, 힌지헬스 같은 다양한 디지털 물리치료 프로그램들이 출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요통 위주의 가상 재활 서비스인 카이아에 대한 임상시험도 실시된 적이 있다. 독일 뮌헨공과대학 연구진이 안내되는 운동 비디오와 환자들의 교육 정도 등을 시험한 결과, 이 프로그램 역시 통증을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실제로 카이아 사용자들은 직접 물리치료를 받거나 온라인 교육을 받은 대조군 그룹에 비해 12주간의 추적 관찰에서 통증 강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 연구를 진행한 뮌헨공과대학의 토마스 톨러 박사는 미국의 대형 보험회사와 협력해 카이아의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더 큰 규모의 시험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 재활 서비스의 치료비 절감 효과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다.

고령화 시대의 유망 기술로 주목

한편, 국내에서는 삼육대 디지털러닝센터가 가상현실(VR)을 이용해 물리치료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를 최근에 선보였다. 비록 데모버전이기는 하지만 국내 최초의 VR 기반 물리치료 임상실습 프로그램이다.

물리치료학과 학생들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실제로 치료하는 과정을 제공할뿐더러 환자 입장의 경험도 가능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VERA 같은 가상 재활 프로그램의 경우 가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지만 사실은 원격 진료의 개념에 더 가까운 서비스다. 때문에 앞으로 실제와 비슷한 가공의 현실을 제공하는 VR 개념의 물리치료 서비스들이 나올 경우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VR 기술을 접목하게 되면 환자들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등 재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사실 VR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으므로 운동능력이 줄어들뿐더러 뇌신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뇌가 손상될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 하지만 이제는 그런 우려가 고령화 시대의 재활 치료 개념을 바꿀 수 있는 기대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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