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7,2019

지중해인이 히말라야 호수로 간 이유?

루프쿤드 호수 주변 인골 생체분자학적으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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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 고지대에 고대인 인골이 산재한 호수가 있다. 일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고, 여기서 죽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다국적 연구팀의 협동연구 결과 이 루프쿤드(Roopkund) 호수에 있는 수백 구의 미스터리한 인골들은 한 번이 아니라 1000년 간격으로 적어도 두 번 이상 발생한 재난에 의해 사망한 유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도와 미국 및 유럽의 과학자 28명이 참여한 이 국제 협동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일자에 발표됐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차몰리 지역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한 루프쿤드 호수(표고 6800m)는 평균 깊이 2m 정도의 작은 호수로, 호수 안과 주변에 수백 구의 고대인 인골 유해가 흩어져 있어 오랫동안 의문의 대상이 되어 왔다.

난다 데비 라즈 자트(Nanda Devi Raj Jat) 순례 경로와 함께 히말라야의 루프쿤드 호수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  CREDIT: modified from Harney et al., Ancient DNA from the skeletons of Roopkund Lake reveals Mediterranean migrants in India,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19-11357-9

난다 데비 라즈 자트(Nanda Devi Raj Jat) 순례 경로와 함께 히말라야의 루프쿤드 호수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 ⓒ modified from Harney et al., Ancient DNA from the skeletons of Roopkund Lake reveals Mediterranean migrants in India,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19-11357-9

이 때문에 이 호수에는 ‘해골 호수(Skeleton Lake)’, ‘미스터리 호수(Mystery Lake)’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니라즈 라이(Niraj Rai) 박사(인도 비르발 사니 고고학 연구소)는 “루프쿤드 호수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거기서 죽은 사람들이 누구이며, 무슨 일로 이 호수에 왔고,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추측을 해 왔다”고 말했다.

라이 박사는 인도 과학산업연구위원회(CSIR) 세포 및 분자생물학 센터(CCMB) 박사후 연구원이었을 때부터 루프쿤드 인골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구는 10년 이상 지속된 협동연구의 최종 결과물로, 처음으로 인도의 전장 유전체 고대 DNA 데이터를 제시해, 루프쿤드 지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루프쿤드 호수 모습. 인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 게놈 자료 분석 결과 이 호수에서는 약 1000년 간격으로 다양한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여러 사건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CREDIT: Atish Waghwase

루프쿤드 호수 모습. 인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 게놈 자료 분석 결과 이 호수에서는 약 1000년 간격으로 다양한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여러 사건에 의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Atish Waghwase

루프쿤드 인골은 다양한 그룹

루프쿤드 호수 인골로부터 얻은 고대 DNA 자료는 인도에서 보고된 최초의 고대 DNA로, 인골의 주인공들은 적어도 세 개의 별개 유전자 그룹에서 유래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루프쿤드를 연구하기 위해 세운 고대 DNA 클린 랩에서 10여 년 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CCMB 쿠마라사미 탄가라즈(Kumarasamy Thangaraj) 박사(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는 “먼저 72개 인골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시퀀싱한 뒤 처음으로 루프쿤드에 여러 별개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인도인들이 오늘날의 인도 인구군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하플로그룹을 가지고 있으나, 또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서유라시아 인구군에 더욱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하플로그룹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플로그룹은 염색체 유전자 자리에 존재하는 한 개씩의 대립유전자 세트인 하플로타입이 모인 그룹으로, 공통의 조상을 찾는 등 유전 집단을 정의하는데 사용된다.

루프쿤드 호수 주변에 모아놓은 인골. CREDIT: Wikimedia /Schwiki

루프쿤드 호수 주변에 모아놓은 인골. ⓒ Wikimedia /Schwiki

크레타와 그리스에서 온 여행자

루프쿤드 인골에 적어도 세 개의 별개 그룹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38개 인골 개체에 대한 전장 유전체 시퀀싱 결과 확인됐다.

첫 번째 집단은 현재의 인도인들과 관련된 조상을 가진 23명의 개인들로, 이들은 단일 인구군에 속하지 않고 다른 많은 그룹들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14명으로 구성된 두 번째 집단은 놀랍게도 지중해 동부 특히 오늘날의 크레타와 그리스에 사는 사람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세 번째 개체군은 현재의 동남아인보다 더욱 전형적인 동남아시안인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논문 제1저자인 에아다오인 하니(Éadaoin Harney) 하버드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우리는 루프쿤드 인골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지중해 동부와 관련이 있는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루프쿤드 호수가 단순히 지역민들만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방문자를 끌어들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식이 분석으로 다양한 그룹 확인

안정 동위원소를 이용한 인골 주인공들의 식이 재구성도 별개의 여러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논문 공동 시니어저자인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아유시 나야크(Ayushi Nayak) 박사는 “인도 관련 그룹에 속하는 개체들은 매우 다양한 식사를 했고, 이는 그들이 남아시아의 다양한 사회경제 그룹에 속했었다는 유전적 증거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동지중해 관련 조상을 가진 사람들은 기장이 거의 섞이지 않은 식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8월에 촬영한 루프쿤드 호수 전경.  CREDIT: Wikimedia /Schwiki

2014년 8월에 촬영한 루프쿤드 호수 전경. ⓒ Wikimedia /Schwiki

두 주요 그룹은 1000년 간격으로 도착

이번 연구에서는 또한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인골들이 이전에 추정했던 것처럼 동시에 묻히지는 않았고, 두 개의 주요 유전자 그룹이 약 1000년 간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는 7~10세기경 인도 관련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개별 사건에 의해 루프쿤드에서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지중해와 동남아시아에서 온 두 그룹은 17~20세기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난다.

라이 교수는 “그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루프쿤드 호수에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여전히 확실치 않다”며, “우리는 이번 연구가 이런 미스터리를 푸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 공동 시니어 저자인 데이비드 라이히(David Reich) 하버드의대 교수는 “우리의 과거에 대해 이와 같이 예상치 못한 통찰력을 제시하는 데는 생체분자적 도구의 힘이 컸다”고 말하고, “이번 연구는 루프쿤드의 역사가 예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기여했으나, 인도 북부지역과는 매우 다른 조상 배경을 가진 동지중해 사람들이 불과 몇 백년 전에 이곳에 와서 죽었다는 놀라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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