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2019

미술에 담아낸 기계공학적 상상력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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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의 공학적 상상력

르네상스(Renaissance)는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까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문예 부흥 운동으로, 고전주의를 부활시키고, 인간성을 옹호하며 회복하려는 인문주의(Humanism)를 기반으로 예술·문학·미술·철학·건축·과학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문화가 형성, 발전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기 미술 분야에서는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대상을 묘사하기 위하여 원근법·투시법·해부학·수학적인 방법들이 다양하게 시도되었으며, 이는 곧 미술과 과학의 융합으로 나타났다. 15세기에 들어서 동판화(engraving)와 에칭(etching)과 같은 요판(凹版) 기술이 발명되면서 각종 서적의 인쇄술에 판화가 결합하게 된다.

비토리오 종카 '새로운 기계들의 극장' 표지

비토리오 종카 ‘새로운 기계들의 극장’ 표지
Ⓒ public domain

이와 함께 르네상스 시기 유럽에서는 ‘기계들의 극장(Theater of Machines)’ 혹은 ‘종이 위에서의 공학(Engineering on Paper)’이라고 부르는 공학과 미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책들을 출판되기 시작한다. ‘기계들의 극장’ 전통의 출발은 보통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로 여겨진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발명가인 자크 베송(Jacques Besson, 1540~1573), 이탈리아의 공학자 비토리오 종카(Vittorio Zonca, 1568~1603),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공학자인 장 에라르(Jean Errard, 1554~1610), 이탈리아의 기계설계사이자 공학자인 아고스티노 라멜리(Agostino Ramelli, 1531~1610), 독일의 공학자이자 건축가인 게오르그 안드레아스 보클레르(Georg Andreas Bockler, 1617~1687) 등은 기계장치에 대한 공학적 상상력을 섬세한 미술 작품으로 표현한 책들을 저술한 대표적인 과학예술가들이다.

비토리오 종카 '새로운 기계들의 극장' 삽화

비토리오 종카 ‘새로운 기계들의 극장’ 삽화 Ⓒ public domain

르네상스 ‘기계들의 극장’ 전통의 일원인 비토리아 종카는 40여 종의 기계장치 그림이 담긴 ‘새로운 기계들의 극장(New Theater of Machines,1607)’을 저술하였는데, 대부분 동판화 기법으로 삽화를 제작하였으며, 각각의 기계장치에 대한 미술적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자크 베송 '기계들의 극장' 삽화

자크 베송 ‘기계들의 극장’ 삽화 Ⓒ public domain

그리고 자크 베송은 저서 ‘기계들의 극장(Theater of Machines, 1572)’을 통해 자신의 공학적 상상력을 그림에 담아 펼쳐 보였다. 특히 자크 베송은 책의 삽화 제작에서 프랑스 미술가이자 건축 디자이너 자크 앙드루에 뒤 세르소(Jacques Androuet du Cerceau, 1510~1584), 판화가 르네 보이빈(Rene Boyvin, 1525~1598) 등과 적극적인 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에라르 '수학적 기계적 도구들' 삽화

장 에라르 ‘수학적 기계적 도구들’ 삽화 Ⓒ public domain

또한 장 에라르는 자신의 저서 ‘수학적 기계적 도구들(Le Premier Livre des Instruments Mathematiques Mechaniques,1584)’을 통해 수십 종의 기계장치 그림을 선보였으며, ‘수학적 기계적 도구들’은 1979년 프랑스어판으로 재출간된 바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새로운 문학 형태인 ‘기계들의 극장’ 혹은 ‘종이 위에서의 공학’ 전통의 기계공학 서적들 속에 그려진 기계장치 그림들은 다빈치의 비행기나 잠수함 설계도처럼 당대에는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기술적으로 제작이 불가능한 것들도 많았다.

즉, ‘기계들의 극장’ 전통의 책들은 오늘날 ‘그림책’ 장르에 매우 가까우며, 책 속의 기계장치 그림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 양식, 특히 판화의 정교한 표현 기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기계장치를 제작하기 위한 설계도이기도 하지만, 당대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과학적 · 공학적 상상력이 집약된 ‘예술적 산물(産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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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작권자 2019.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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